조선후기 화가들은 산수화, 문인화 외에 당대의 삶을 반영하고 기록하는 풍속화를 그렸다. 풍속화로도 유명한
두 거장, 김홍도와 신윤복은 소재 선택, 인물 표현에서 서로 다른 경향을 보여준다. 김홍도가 씨름, 서당, 길쌈 등 서민의 일상을 흑백 위주로
펼친 반면, 신윤복은 한량과 기녀를 중심으로 남녀 간의 춘의(春意)를 채색을 사용해 다소 노골적으로 담아냈다. 아버지 신한평에 이어 도화서
화원이었던 신윤복은 남녀 애정을 적나라하게 묘사한 춘화를 그려 도화서에서 쫓겨났다는 이야기가 전해질 정도다.
윤두서, 조영석,
안중식의 풍속화부터 김홍도, 신윤복의 작품으로 전해지는 춘화까지, 조선후기의 옛 그림전이 열린다.
서울 종로구 사간동 갤러리현대는
올해 첫 기획전으로 ‘옛사람의 삶과 풍류-조선시대 풍속화와 춘화’전을 15일부터 2월 24일까지 본관과 두가헌갤러리에서 마련한다. 본관 1층에선
조선후기 풍속화를, 2층에선 성인 관람객 대상으로 춘화를 공개한다. 한편 두가헌갤러리에는 19세기 개화기 풍속을 그려 외국인에게 판매한 풍속화가
김준근의 작품을 전시한다.
미술사학자 유홍준 명지대 교수는 “18세기 영·정조 시대 진경산수·속화·문인화의 3대 장르가 조선화풍을
이뤘으나 풍속화는 화가가 제한적이었고 수요도 적어 그 양이 그리 많은 편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본관 1층에선 석공이 조수와 함께 돌을 깨고
있는 윤두서의 ‘석공공석도’, 한 스님이 나무 아래서 옷의 이를 털어내는 조영석의 ‘이 잡는 노승’, 기녀의 자태가 고운 신윤복의
‘후원탄금도’, 양반의 일생을 묘사한 안중식의 ‘평생도’ 등이 전시된다.
본관 2층에 전시 중인 춘화는 19세기 전반쯤의
‘운우도첩’과 1844년쯤의 ‘건곤일회첩’의 2종이다. 각기 김홍도, 신윤복의 화풍으로 전해오는 작품이다.
미술사학자 이태호
명지대 교수는 “때론 해학적이면서 낭만이 흐르고, 때론 과장하지 않고 가식 없는 에로티시즘이 우리 춘화의 감칠맛이자 아름다움”이라며 “자연 속
성표현은 생동감 넘치며 안정된 회화적 조형미가 빼어나다”고 지적했다. 유 교수는 “우리 춘화가 남녀의 볼그레한 뺨, 순간적 표정뿐 아니라 인물
주변의 묘사가 뛰어나다”며 “묘한 선의 버드나무, 촛대와 화분 등 춘화 속 배경에서도 유머와 상상력을 읽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두 춘화첩에는 중년 사대부와 기녀, 노년부부, 훔쳐보는 소년과 여인 및 동성애 혼교 등 다채로운 상황과 인물이 등장한다. 분홍색
진달래꽃이 만발한 야외, 달밤 연못가 등 야외 장면이 유독 많으며, 실내 장면은 홍매분재 국화 등을 통해 계절 감각을 담아낸다. 벽면의 산수화
및 책장 화로 요강 등 그림 속 기물 묘사를 통해 당대의 실내 꾸밈을 느껴볼 수 있다.
신세미 기자
ssem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