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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행위가 문제된다면
처벌을 할 일이 아니라
시민사회에서 합리적 대안을
논의해나가면 될 것이다

안진걸 참여연대 민생경제팀장



수도권 지하철역 곳곳에는 ‘잡상인의 물건, 사지도 팔지도 맙시다’라는 취지의 경고문이 부착되어 있다. 대부분 생계를 위해 물건을 파는 사람들일 텐데, 누가 그들을 감히 ‘잡상인’이라고 비하할 수 있을까. 그들은 그런 부당한 낙인뿐만 아니라 현행 철도안전법상 퇴거 대상이 되기도 하고 경범죄처벌법상 처벌을 받기도 한다. 또 경범죄처벌법이 개정되어 지하철이나 지하도 등에서 생계를 위해 구걸하는 사람들까지도 내년부터는 처벌을 받게 됐다. 경범죄처벌법 개정 전에는, 다른 사람에게 구걸을 시켜 올바르지 않은 이익을 얻은 사람만 처벌했는데, 이젠 자발적인 구걸 행위도 처벌에 포함시킨 것이다.


누가 잡상인과 구걸자에게 돌을 던지는가. 생존을 위해서 몸부림치는 그들에게 무슨 죄가 있는가. 죄가 있다면 너무 가난한 죄, 인간 복지를 소홀히 하는 가혹하고 반인간적인 국가를 만난 죄가 전부 아닐까. 그들에게 상행위도, 기부를 갈구하는 행위도 못 하게 하면 그들은 어떻게 살 수 있을까? 결국 그런 일까지도 못 하게 하면 자살이나 범죄를 통해 생존하는 것으로 내모는 것이 아닐까. 옛말에 ‘3일을 굶으면 담을 넘는다’고 했는데 정녕 우리 국가는, 우리 사회는 이들이 범죄인, 자살인이 되기를 원하는 것일까.


표현부터가 너무나 가혹하기만 하다. 물건을 파는 시민을 왜 잡상인이라고 비하하는가. 그들은 그저 이동하면서 물건을 파는 ‘이동상인’에 불과하고, ‘현대판 보부상’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구걸자도 마찬가지이다. 그들은 사회복지제도의 사각지대에서 기초생활의 권리를 자연발생적으로 해결하는 사람들로, ‘비제도적 기초생활수급권자’(또는 길거리 기부 요청인)라 해야 할 것이다. 치안과 복지를 담당해야 할 국가와 공공기관의 입장에서 보면, 생계를 위해 도둑질을 하고, 기초생활을 위해 제도적 절차를 통해서 복지예산을 요구하지 않는 그분들께 오히려 고마워해야 할 일임에도 ‘잡상인’, ‘구걸자’로 비하·폄훼하고 처벌까지 하려 드는 것이니 이 얼마나 적반하장이란 말인가.


물론 이동상인의 상행위와 길거리 기부 요청 행위가 때로는 불편할 때도 있고, 귀찮을 때도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문제가 될 수도 있다. 그렇다 해도 살아보겠다는 사람들을 일방적으로 매도하고 처벌까지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들의 행위를 매도하기 전에 취약한 인간 복지 구조, 실업과 일자리 문제가 심각한 현실 등을 먼저 봐야 할 것이고, 그들의 행위가 그래도 정 문제가 되는 측면이 있다면, 시민사회에서 합리적인 대안을 논의해나가면 될 것이다.


한국의 자본주의는 이처럼 날이 갈수록 가혹하고 비정해지고 있다. 그 살벌한 풍경이 지하철역에서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시시콜콜한 시민의 일상까지, 시민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할 영역까지 공권력의 처벌과 비하의 대상으로 남겨놓는 것은 결코 좋은 일이 아닐 것이다. 반면에 독일 베를린시의 베스트하펜역에는 세계인권선언문이 다양한 형태의 글씨로 새겨져 있다. 인권과 인간의 존엄성보다 더 소중한 가치가 없다는 사회구성원들의 신념이 그러한 퍼포먼스를 가능하게 했을 것이다. 사람들이 늘상 다니는 곳에서 그것을 보면서 누구라도 인권과 인간의 존엄성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의 전철역은 어떠한가. 우리 사회의 한 구성원인 시민들을 잡상인과 구걸자로 낙인찍어 냉대하고 처벌을 시도하는 이면에는 대부업 광고, 구인 광고 등 사회의 모순과 맞닿아 있는 상업 광고가 난무한다. 한 사회가 지향하는 바가 지하철역에서 확연히 다르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어떤 사회를 지향해야 할까. 아픈 만큼 치료받는 사회이어야 하나, 돈 낸 만큼만 치료받는 사회이어야 하나. 전철역에 대부업 광고가 넘쳐나고 이웃을 잡상인으로 모는 경고문이 넘쳐나는 사회인가, 세계인권선언문이 새겨져 있고 구성원에게 따뜻한 시선이 넘쳐나는 사회인가. 어떤 사회가 될 것인지 결정짓는 데에는 집권 세력의 인간과 세계에 대한 이해가 무척이나 중요하다. 그렇다면 결국 이런 문제에 있어서도 최종적인 해법은 정치가 되는 것이다. 좀더 따뜻하고 인간적인 사회를 원한다면, 이번 총선에서 좀더 인간적이고 따뜻한 정당과 후보들에게 반드시 투표를 해야 할 것이다. 인간을 무시하고 사찰하고 탄압하는 세력이 아니라 인간의 존엄성을 최우선시하는 정당과 후보들에게 표를 몰아줘야 한다. 그래야 인간적인 사회, 상식적인 사회가 가능할 것이다.


한겨레 사설

  • ?
    Baram 2012.04.04 18:31

    ".... 최종적인 해법은 정치가 되는 것이다..." 라는 말

    참 슬픈 말이지요

     

    그것이 자본-민주주의의 현주소인 셈이지요

    그리고 어쩔 수 없는 현실이지요

     

    하지만 정치란

    용기 있는 지도자들이 나올 때까지는

    결국 권력의 재구성일 뿐이지요

     

    최종적인 해법은

    교육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직장과 자본주의적 성공을 위해

    모든 것이 경주되는 그런 교육이 아니라

    용기 있는 개인을 길러내는 교육

    가슴이 따듯한 젊음들을 키워내는 교육

     

    가슴이 따듯한 용기 있는 혁명아를 키워내는 것

     

    세상은 때때로 혁명이 필요합니다

     

    우리 재림교회가 그런 혁명아들을 키우고 있는지...

    Professional들만 길러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렇지 못하다면

    우리 교회가 절실히 필요로 하고 있는

    혁명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 ?
    김원일 2012.04.04 18:56

    동의합니다.

    그런데요, 우리에게 필요한 혁명적 교육을 실현하려면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혁명적 정치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 혁명적 정치가 가능하게 하려면

    혁명적 교육이 필요합니다.

    역동적이고 변증법적인 과제입니다.
  • ?
    Baram 2012.04.04 19:01

    맞습니다

     

    그리고 때때로

    그런 역동적이고 변증법적인 어려운 과제 속에서도 

    바람처럼 가슴이  따듯한 혁명아가  나타나는 것은

    참 다행입니다

     

    예수님처럼...

     

    그래서 사람들은 메시야를 기다리는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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