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좀 길고 전문적인 글이지만 민초스다의 독자 수준이면 충분히...^^

끝까지 꼭 필독하시기를 강추합니다!

 

 

성서(聖書)의 성(性): 에스겔과 아가의 포-르노그래피

 

행사명 :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제127차 월례포럼
일시 : 2010년 1월 25일
발표 : 유연희(감신대, 구약학)박사
출처 :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1. 서론

 

성서(聖書)는 성서(性書)이다. 성에 대한 숱한 이야기의 집대성이기 때문이다. 성서에는 성에 대한 심한 억압을 담고 있는 본문부터 자유분방한 해방을 담고 있는 본문까지 다양한 입장이 들어 있다. 이 글에서는 특히 여성의 성에 대한 성서의 억압적인 입장과 해방적인 입장을 다루고자 한다. 일반적으로 구약성서에서 여성의 성에 대해 가장 억압적이고 폭력적인 묘사가 에스겔 16, 23장에 나오고, 가장 해방적인 묘사가 아가에 나온다고 한다. 우리는 과연 두 본문이 여성의 성에 대해 억압적이거나 해방적인지를 살펴볼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에스겔 16, 23장과 아가가 포-르노그래피라는 수사학을 사용한다는 점에 대해서도 다루고자 한다.

 

페미니스트 학자들이 시대의 조류와 더불어 섹슈얼리티(性), 여성의 몸, 포-르노그래피라는 프리즘을 성서 본문에 처음 적용하여 해석하였기 때문에 에스겔과 아가에 대한 이 학자들의 해석을 먼저 개괄할 것이다. 또한 남성 학자들의 찬반과 페미니스트 해석과의 대화를 소개하고자 한다.

 

이 글은 또한 성서 본문만이 아니라 지금까지의 해석을 아우팅(outing)시키는 시도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해석이 이성애 중심적이었음을 지적하고 퀴어 시각이 어떻게 두 본문을 해석하고 있는지, 성서 해석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 소개할 것이다.

우리는 이 글을 통해 에스겔과 아가의 포-르노그래피를 단체로 관람하면서 자신의 성적 지향을 들여다보고, 섹-슈얼리티에 대해 각자 감추거나 드러내는 것을 성찰하는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 이런 과정에서 우리는 성서가 성에 대해 억압적이고 해방적이라기보다는 어쩌면 독자가 성에 대해 억압적이거나 해방적일뿐임을 인정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래서 진정 성에 대해 각자 커밍아웃하는 기회를 가질지도 모른다.

 

2. 성서 수사학으로서의 포-르노그래피

 

성서에 포-르노그래피가 여기저기 나온다는 것은 더 이상 비밀이 아니다. 성서가 닫혀진 정경이 된 이래 성서와 더불어 포-르노그래피를 담은 본문도 지난 약 2,000년간 변함없이 그 자리에 있었다. 다만 그 동안 독자들은 눈감고 읽거나 실눈을 뜨고 읽었을 뿐이다. 조셉 블렌킨솝(Joseph Blenkinsopp)이 에스겔 16, 23장이 “거의”(almost) 포-르노그래피라고 조심스레 진단한 이래 이제 망설임 없이 에스겔 본문이나 아가를 포-르노그래피라고 부르는 이들이 생겨났다.

 

먼저 에스겔과 아가를 포-르노그래피라고 명명하는 것이 타당한지 알아보기 위해 포-르노그래피의 정의를 살펴본다. 이 용어는 에-로티카라는 용어와 종종 구별되어 사용된다. 사전에 의하면, 포-르노그래피는 “성적인 흥분을 자극하도록(stimulate) 디자인된 글, 그림, 영화로서 그 목적은 성적으로 노골적인 장면을 생생하게 묘사하는 것이고, 착취적이고 굴욕적이라고 묘사된다.” 많은 이들은 둘 사이에 내용상 차이가 없고, 회의적으로 말해서 포-르노그래피는 저렴하고 에-로티카는 비싸다고 지적한다. 일부 페미니스트들이 포-르노그래피는 지배와 폭력성이 있고, 에-로티카는 상호동등성과 상호교환성이 있다고 정의하는 것에 대해서 반포-르노그래피 페미니즘의 선구자인 안드레아 드워킨(Andrea Dworkin)은 남자의 성적인 어휘에서 에-로티카는 고급스럽게 고안되고 포장되고 연출된 포-르노그래피일 뿐이라고 지적한다.

 

이 글에서는 둘을 구분하지 않지만 굳이 말하자면 에스겔 본문은 포-르노그래피에 가깝고 아가는 에-로티카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카우보이가 나오면 서부영화이듯이 성관계가 나오면 포-르노영화이다.”라는 더 간단한 정의를 적용하자면 에스겔 16, 23장이나 아가를 모두 포-르노그래피라고 명명하는 것이 쉬워진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을 적용해야 하겠지만, 에스겔과 아가에는 성-관계가 나오기 때문이다. 에스겔의 화자는 분명 포-르노그래피라는 장르를 사용하여 야훼에 관한 대화, 곧 신학을 논하였다. 아가에는 야훼라는 말이나 토라와 예언서의 전통적인 주제가 들어있지 않지만 정경에 포함되어 있다는 특성상 이미 신학 담론이다. 그래서 에스겔과 아가가 포-르노그래피를 신학 담론의 수사학으로 사용했다고 말할 수 있다.

 

페미니스트들이 다양한 것처럼, 포-르노그래피에 대해서도 한 목소리를 내지 않고, 대강 세 가지의 입장이 있다. 첫째는 1970년대 말에 드워킨과 캐터린 매키넌(Catharine MacKinnon)이 반포-르노그래피운동을 주창한 이래 현재까지 이어지는 입장이고 학계에서 가장 흔한 태도이다. 드워킨은 수많은 일반 여성들과 포-르노그래피 배우들이 겪은 성 착취와 폭력의 경험담을 근거로 이 주제에 관한 책을 냈다. 드워킨은 포-르노그래피가 여자를 물화하여 지배하는 남자의 의식구조와 권력구조를 대변하고, 문화의 가치관과 고정관념의 총합이다. 포-르노그래피 시장의 규모만큼이나 많은 소비자들이 믿는 자로서 포-르노그래피를 구매하고 선전자로서 떠나간다. 포-르노그래피가 환상으로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현실을 형성하고 상호작용하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둘째 입장은 자유주의 입장으로서 모든 포-르노그래피를 긍정적으로 여기지는 않지만 “여성의 몸, 여성의 권리”라는 기본 원칙을 언론과 표현의 자유와 연관짓는다. 이 입장에서는 반포-르노그래피 운동이 보수적인 종교 및 정치 집단과 맥을 같이 하게 되고 결국 정부의 검열제도는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것이기 때문에 포-르노그래피를 표현의 자유 아래 옹호한다.

 

자유주의 입장인 리사 두갠(Lisa Duggan)과 낸 헌터(Nan D. Hunter)는 드워킨과 매키넌의 반포-르노그래피 페미니즘에 대해서 페미니즘의 이름을 내건 검열제도라고 본다. 따라서 드워킨의 입장은 레즈비언 에-로티카처럼 자신들이 동의하지 않는 표현을 억누르고 성을 “점잖은”(respectable) 표현으로만 생산하는 섹-스 공포를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그들은 극우파와 손잡았고 법정이 여자들을 보호해줄 것이라고 너무 믿으며, 그 결과 그들은 여성의 성적 주체성을 제거했다. 두갠과 헌터는 성적으로 노골적인(explicit) 것들 자체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여성혐오(misogyny)에 반대한다고 주장한다.

 

셋째 입장은 친포-르노그래피, 친섹-스적 입장으로서 포-르노그래피가 여성에게 개인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유익하다는 입장이다. 역사적으로 페미니즘과 성의 해방은 동반자였고, 포-르노그래피는 문화적이고 정치적인 고정관념을 깨뜨린다. 여성은 성을 받아들이고 즐길 수 있고, 포-르노그래피를 통해 안전하게 성적인 환상을 경험한다. 이 셋째 입장은 “여성의 몸, 여성의 권리”라는 기본 원칙과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주장하는 것은 위 자유주의 입장과 비슷하다. 그러나 이 입장은 최근 급증한 소아의 성 착취와 인신매매, 그리고 포-르노그래피의 고전적인 요소인 감금, 강요, 폭력, 성적인 모욕과 잔학, 지배 등의 제 요소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는 듯하여 진정한 페미니스트라고 부를 수 있는지는 의심스럽다. 사실 드워킨의 후예들은 이 입장과 말도 섞기 싫어하는 듯하다.

 

이처럼 포-르노그래피에 대해 다양한 입장은 에스겔과 아가를 보는 시각에도 배어 있다. 두 포-르노그래피 본문에 대한 지금까지의 페미니스트 접근은 공평치 않다. 에스겔 본문은 나쁜 포-르노그래피니까 기분 나빠하고 아가는 착한 포-르노그래피라고 칭송하는 경향이 있다. 에스겔의 포-르노그래피는 거북하고, 아가의 포-르노그래피는 거룩하다는 것일까? 함께 직접 성서의 포-르노그래피를 보기로 한다. (애들은 가라.)

 

3. 페미니스트 시각에서 보기

 

구약성서에서 호세아, 이사야, 예레미야, 에스겔과 같은 주요 예언자는 야훼와 이스라엘(예루살렘)의 관계를 부부관계에 빗대어 풀었다. 이 은유는 남편 야훼는 성실하고, 아내 이스라엘은 바람둥이라고 전제한다. 호세아는 일부일처의 부부관계에(특히 1-3장), 이사야는 유혹하는 여자들에(3:16-26), 예레미야는 발정난 들 암나귀에(2:33-3:20; 4:30과 22:20-22 참조) 빗대었고, 에스겔에 이르러서는 일부이처로서 노골적이고 폭력적인 19세(X--rated)의 포-르노그래피에 도달한다(16, 23장). 바람난 여자에 대해서 호세아나 예레미야가 이혼을 선언하는 것과는 달리 에스겔은 죽인다.

 

(1) 에스겔의 포-르노그래피 보기

 

에스겔 16장과 23장은 예루살렘(이스라엘)에 대한 심판 신탁의 일부로서 여자 예루살렘의 나쁜 행실과 그에 대한 벌을 포-르노그래피 수사학에 담아 놓았다. 먼저 16장은 야훼가 예루살렘을 만나게 된 경위, 예루살렘의 성장과 음행, 야훼의 복수와 처벌, 예루살렘의 자매인 사마리아와 소돔, 관계의 회복 등의 순서로 전개한다. 16장은 ‘나’ 야훼가 ‘너’ 예루살렘에 대해 내내 말하고, 독자는 야훼의 묘사를 통해 여자 예루살렘을 보게 된다. 독자는 남편 야훼의 말을 일방적으로 들으며 눈은 여자와 애인들을 향해 있게 되어 야훼 편을 들게 되기 쉽다.

 

예루살렘은 아모리인과 히타이트인이 부모이고, 갓난아기 때 버려졌고, 그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다. 야훼가 ‘지나는 길에’ 보고서 피투성이 영아를 발견하고는 “네가 피투성이라도 살아있어라”고 두 번 말하지만(6절) 4절에 묘사된 바와 같이 탯줄을 자르고, 물로 씻어주고, 소금을 뿌리고, 강보에 싸는 행동은 하지 않는다. 아이는 아름답게 자라 긴 머리의 여자가 되었는데 어떤 연유인지 여전히 알몸이다(7절). 야훼가 다시 ‘지나는 길에’ 보니 ‘사랑의 때’라서 그제야 알몸을 가려주고 언약하고 야훼에게 ‘속하게’ 하였다(8절). 야훼의 성관계 묘사는 “옷을 펼치고, 덮고, 들어가고, 씻기고, 옷입힌다.”는 완곡어법에 가리워 있다(16:9-12). 사실 야훼는 먼저 혼전 성관계를 갖고 나서 ‘계약’이라는 혼인식을 하므로 율법이 제시한 순서와는 반대이다.

 

결혼 후, ‘나’ 야훼는 ‘너’에게 의식주를 제공하고 패물을 준다. ‘너’는 화려함과 명성을 갖더니 ‘내’가 준 것으로 산당을 꾸미고 제물로 바치고(18, 19절), ‘나’에게 낳아준 자녀도 희생제물로 불살라 바쳤다(20-21절). 그리고는 누각과 높은 대를 짓고 지나가는 모든 사람에게 다리를 벌려 음행하고(24-25절), 하체가 큰 이집트와 음행하고(26절), 음욕이 차지 않아 아시리아와 바빌론과도 음행했다(28-29절). 다른 여자들과는 달리 오히려 돈을 주었다(31, 33, 34절).

 

‘나’ 야훼는 분노와 질투로(42절) ‘네’ 애인들을 모두 모아 ‘네’ 옷을 벗기고 알몸으로 대중이 보도록 남겨두고, 무리를 데려와 돌로 치고 칼로 찌르게 하고, 여자들이 보는 데서 벌을 주었다(37-41절). 남편이 아내의 옛 애인들을 청부살인업자로 삼는 것도 특이하고, 돌로 치는데서 그치지 않고(창 38:24; 신 22:21-24 참조), 칼을 동원하고 여자를 대중 앞에 알으로 두고 자녀와 주변 사람들까지 벌하는 것은 율법에 없는 일이다. 남편 야훼는 질투와 분노 때문에 제정신이 아니다.

 

‘나’는 ‘네’ 죄가 워낙 중해서 네 자매 사마리아와 소돔의 죄는 아무 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특히 소돔은 풍족하면서도 가난한 사람들을 도와주지 않은 것이 죄이다. 사람들이 보통 소돔의 죄가 성적인 방종이라고 생각하는 것과 전혀 다르다.

 

결국 ‘나’는 ‘너’와의 옛 언약을 기억하고 영원한 언약을 세울 것이다(60절). 그러면 ‘내’가 ‘너’를 용서한 후, ‘너’는 놀라고 부끄러워 다시는 입을 열지 못할 것이다(63절). 여기서 야훼는 가정폭력의 악순환에서 남편이 폭행 후에 사과하는 모습과 똑같다.

 

23장의 흐름은 16장과 비슷하나 결말에 회복이 없다. 23장에서 야훼는 ‘나’이고 사마리아와 예루살렘을 ‘그들’로 일컫는다. 도시나 제국이 16장에서보다 23장에서 더 의인화가 되어 사마리아와 예루살렘은 각각 오홀라, 오홀리바라는 이름을 갖는다. 둘은 이름이 비슷한 만큼 행실에서도 별반 차이가 없다. 이집트, 아시리아, 바빌론은 자색옷을 입은 준수하고 말타는 고관 청년이라고 여러 번 말한다(23:6, 12, 23). 그래서 “예루살렘이 이집트와 잤다.”라는 표현보다 “오홀라가 준수한 청년과 잤다.”가 더 생생하게 들린다.

 

두 여자는 어렸을 때 행음했고(23:3), “유-방이 눌리며, 가슴이 어루만져졌다, 음란을 쏟음을 당했다”(23:3, 8). 흥미로운 것은 기소장임에도 불구하고 피고의 행동이 수동태로 표현되어 있다. 곧 이 여자들은 ‘했다’기보다는 당했지만 ‘행음’하였다고 비난받는다. 야훼는 “그들이 내게 속하여”(23:2, 4, 5절) “자녀를 낳았다”고 했으니, 레위기 18:18의 법령을 위반한다. 10절까지 언니 오홀라의 음행과 심판을 묘사하고, 11절-21절까지 동생 오홀리바의 음행을, 22-35절까지 재판을 묘사한다. ‘내’가 오홀라를 애인 아시리아에게 넘겨서 그들이 오홀라의 하체를 드러내고 자녀를 빼앗고, 그녀를 칼로 죽여 여자들에게 이야기꺼리가 되게 하였다. 동생 오홀리바는 언니보다 음행이 더 심했다. ‘내’가 질투하여(23:25) 오홀리바의 애인들, 아시리아, 바벨론을 불러 재판을 맡기니 그들이 화가 나서 여자의 코와 귀를 자르고, 알몸으로 두었고, 친척을 칼로 죽이고 자녀를 빼앗았다(23:25). 오홀라와 오홀리바는 우상과 행음했고 자녀를 화제로 바쳤고(23:37), ‘내’ 성소와 안식일을 범했다. 16장처럼 간음한 여자들을 재판하듯이 이 여자들을 재판하였다. 무리가 돌로 치고 칼로 죽이고, 자녀도 죽이고 집을 불살랐다(23:47). 그래서 모든 여자들이 이 음행을 본받지 않게 했다(23:48). 16장과는 달리 야훼는 이들에게 대한 회복을 약속하지 않는다.

 

16장과 23장에 몇 가지 공통요소가 있다. 여자들은 철저히 침묵하고 야훼만이 말을 한다. 야훼는 아내가 바람난 것에 대해 분노하고 질투하지만 보복 행위는 본인이 하지 않고 아내의 애인들을 불러다 대신 하게 한다. 아내의 애인들은 하체가 크다(16:23; 23:20). 이들은 한 때 애인이었던 여자를 벌거벗겨 수치를 겪게 한다. 무리를 불러 돌로 치고 칼로도 찌른다. 자녀는 빼앗고 집을 불사른다. 특히 여자들이 이것을 모두 보게 한다(16:41; 23:48).

 

이들 예언 본문을 최초로 페미니스트 시각에서 포-르노그래피와 성차별 본문으로 판단하고 연구한 사람은 1980년대 중반에 드로라 세틀(Drorah Setel)이었다. 세틀은 안드레아 드워킨(Andrea Dworkin)의 포-르노그래피 연구에 기초하여 예언 본문을 다루었다. 세틀 이전의 전통적인 주석가들은 이 은유가 이스라엘 안팎에서 어떤 신화적인 선례가 있었는지에 관심을 가졌다. 세틀은 이런 은유가 어떤 사회문화적 배경에서 나왔는지, 어떤 가부장적 세계관에 봉사하는지를 물었다. 세틀은 남성 야훼의 긍정적인 신실함과 여성 이스라엘의 부정적인 매-춘이라는 이 은유가 결국 여성 비하를 정당화한다고 본다.

 

그 후 아달랴 브레너(Athalya Brenner), 포켈리엔 헤메스(Fokkelien van Dijk-Hemmes), 쉐릴 엑섬(J. Cheryl Exum)과 같은 학자들이 세틀의 관점을 이어갔다. 페미니스트 학자들이 예언 본문을 문제 삼은 이유는, 이들 성서 포-르노그래피가 여성의 섹슈얼리티를 왜곡하고, 수치(shame)를 통해 여성을 조종하고, 여성의 성을 남성의 소유와 지배의 대상으로 묘사한 점이다. 곧 포-르노그래피는 섹-스와 욕구에 관한 것만이 아니라 힘, 지배, 폭력, 젠더 관계의 판타지이고, 포-르노그래피에서의 섹슈얼리티는 사회적 ‘실제’나 개인과 사회의 판타지를 반영하고 강화하는 은유라는 것이다.

 

에스겔 본문은 은유가 수사학으로 끝나지 않고 현실 영역으로 넘어와 여자들을 폭력으로 위협하는 것을 잘 드러낸다(16:38-41; 23:44-45). 또한 여자에 대한 물리적인 학대가 교훈적일 수 있고 화해로 가게 한다는 논리도 깔려있다. 결말에서 아내가 “수치 때문에 다시는 입을 열지 않을 것이다.”(겔 16:59-63)라는 대목을 보면 여자가 침묵하고 복종하며 희생자의 역할에 머물러 있다.

 

엑섬은 여성 독자가 이런 은유를 대할 때 이중적인 입장을 갖는다고 지적한다. 한편으로는 야훼와 공감하고 야훼의 관점과 동일시하는데 이럴 때는 여성 자신의 이익에 반하여 본문을 읽게 된다. 다른 한편으로 여성 독자는 조롱과 학대의 대상인 본문 속의 여자와 동일시된다. 이 은유에서 여성의 성, 특히 통제되지 않은 여성의 성이 죄이다. 그래서 남자가 나서서 통제를 해야 하고 성적 학대는 그 수단이 된다.

 

그런데 거꾸로 생각해 보면 에스겔 16장의 여자는 희생자로 머물러있지 않다. 이 여자는 경쟁력 있는 외모를 갖고 있고 재정적인 힘이 있고 적극적으로 성적인 자율성을 누리고 폭력적이기까지 하다. 잠언 31장의 ‘유능한 아내’가 가부장제의 반경 안에 머물러 남성의 이익을 위해 봉사했다면 에스겔 16장의 여자는 가부장제의 규범을 깨고 삶을 자신의 선택 안에 둔다. 설사 대가를 치른다 하더라도 말이다.

 

태마라 캐미온코스키(S. Tamara Kamionkowski)는 이 여자가 남자 같다고 관찰하고, 그것이 죄라고 본다. 캐미온코스키는 이스라엘의 유배(exile) 경험이 엄청난 혼돈과 고통을 초래했기에 예언자의 결혼 은유 이상의 극단적인 은유가 필요했다고 본다. 그것은 젠더 역전(reversal)의 은유, 곧 “약한 남자는 여자이다”라는 은유로서 완전한 혼돈의 세계를 묘사한다. 이 은유에서 예루살렘은 야훼에게 여자이고, 실제 사회에서는 남자이다. 에스겔의 청중은 예루살렘 남자들이고, 그들은 마치 여자가 된 것처럼 수동적이고 희생된 느낌이다. 남자 이스라엘은 유배당했고, 힘이 없고, 여자처럼 되었다. 이 ‘여자 같은’ 은유는 그들의 상실, 수치, 취약, 충격, 절망을 잘 표현한다.

 

전통적인 주석이 본문에 아무 문제점이 없다는 듯이 회피하거나 야훼를 감싸며 주석을 쓰는 것을 관찰하는 것도 페미니스트 학자들이 하는 일이다. 남성 주석가들은 상상력에 근거하여 16장에서 야훼가 “아기를 돌보아 살려냈다.”고 하고, “젊은 여자와 사랑에 빠졌다.”며 일방적인 로맨스로 만들거나 둘 사이에 완전히 서로 이해하는 사랑이 있다고 만들고, 야훼가 분노하는 것은 사랑 때문이라고 변명해준다. 또한 “네가 내게 낳은 아이들”(20, 21절)이라는 표현은 분명 성관계를 전제함에도 불구하고 주석가들은 야훼의 성, 야훼의 몸에 대해서는 다루지 않고 계약에 초점을 둔다. 여자를 알몸으로 노출한 채 둔 것은 전쟁의 잔인함을 반영하는 것일 수 있다. 여자가 자녀와 친지와 더불어 죽어가는 데도 남자의 고통만을 동정하기도 한다. 예언자들이 말하는 남자 야훼와 여자 이스라엘의 관계는 요점을 잘 전하기 위한 알레고리요, 부부관계라는 다양한 감정 표현들을 가능하게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전통적인 접근법은 본문을 풀어 설명하거나(paraphrasing) 화자의 논지를 강화하는 경향이 있다. 곧 예루살렘은 계약을 어겼고 매를 벌었기 때문에 야훼의 행동은 정당하다.

 

요즘 일부 남성학자들은 페미니스트 학자들의 작업 덕에 전에 볼 수 없던 측면을 보게 된 것을 인정하며 대화를 시도한다. 그러나 여전히 페미니스트 결론은 아니다. 예를 들어 라벗 캐롤(Robert Carroll)은 에스겔이 본문에서 과다한 수사학(rhetoric of excess)을 사용하고 있는 것은 예루살렘을 재건할 가능성에 대해 반언어(antilanguage) 기능을 한다고 본다. 캐롤에게 있어서 바람난 예루살렘이라는 담론은 미래에 대한 희망보다는 해체를 말하고, 예루살렘에서 과거와 연관되어 권세를 주장하는 모든 사람들을 침묵시키기 위해서 이데올로기적으로 구성한 담론이다.

 

대니앨 크리스토퍼(Daniel L. Smith-Christopher)는 공공연히 벌거벗기는 은유를 신아시리아와 신바빌론의 군대가 전쟁포로에게 행한 관습과 연결하였다. 에스겔의 남성 청중이 충격을 받는 이유는 고대 중동의 그림들이 보여주듯이 바빌론 정복자의 손에 자신들이 포로로서 벌거벗겨진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에스겔 본문에서 벌거벗겨진 것은 여자인데, 크리스토퍼의 결론은 에스겔의 은유가 남성 청중의 경험을 반영하고 있다고 한다. 크리스토퍼는 여러 페미니스트 해석을 먼저 정리한 후에 이 결론을 도출한 것인데, 결론은 여전히 남성의 관점을 대변한다.

 

에스겔 16장의 여자에게 목소리를 주어 여자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으로 이 단락을 마무리하기로 한다.

“나는 남편 야훼를 너무 어렸을 때 만나 생명과 성경험과 생존을 전부 그에게 의존했다. 남편은 생활비는 풍족하게 주었지만 내게 별로 다정하지 않았고 아이들과 다정한 관계를 갖지 않았다. 아빠는 가족의 왕따였다. 남편은 내 친구들이나 친정 식구들에게도 관심이 없었다. 나는 나이도 먹고 생각이 많아졌다. 나는 남편이 준 생활비를 꼬불쳐서(15절 이하) 글로벌사업을 했다. 나는 인물도 좋고 사업 수완도 좀 있는 편이다. 그러다가 바빌론의 무역상들(케나안, 29절)과 사귀었고, 이집트와 아시리아 남자들과도 잤다. 나는 충분히 성적 즐거움을 누렸다(36절, 히샤페크 네후쉐테크, 여성의 사출). 나는 전에 자위용 모조 남근(자카르, ‘남자, 수컷’ 17절)을 만들기도 했다. 남자들과 잘 때 나는 봉사료를 지불하고 선물도 주었다(31, 33, 34절). 그러나 남편이든 애인이든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타종교를 섭렵했고 건물을 지어 기부도 했다(16절 등). 아이들도 나를 따라다녔다. 그리고 내 신념에 따라 아이들을 불 가운데로 지나가게 하였다(21절).”

 

(글이 길어서 둘로 나누어 다음글로 이어서 올립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오케이, 오늘부터 (2014년 12월 1일) 달라지는 이 누리. 29 김원일 2014.11.30 10401
공지 게시물 올리실 때 유의사항 admin 2013.04.06 36649
공지 스팸 글과 스팸 회원 등록 차단 admin 2013.04.06 53664
공지 필명에 관한 안내 admin 2010.12.05 85451
15315 로산님,잠수님,김주영님,고바우님께 에버그린 2011.04.05 4073
15314 What prayer does to your brain - 과학적인 진실 (+자료-2) 2 반달 2012.07.29 4067
15313 아! 한국 올림픽 대표선수 - [임동현] 장/짱하다 !!! 세계 신기록을 ! (런던 올림픽) 3 반달 2012.07.27 4064
15312 19 세 이상 성인들만 읽을수 있는 글.. 3 김 성 진 2012.05.18 4064
15311 진화론의 거짓말 3 바이블 2011.04.06 4064
15310 '유신의 몸'과 '광주의 마음'을 가진 그대에게 예수의마음 2012.04.01 4061
15309 내가 이곳과 카스다에서 진화론과 빅뱅을 외치는 진짜 이유.. 3 김 성 진 2011.04.08 4061
15308 [민초 가족에게 드리는 7월의 선물]: Chanrice & Dion Duet - The Whole Story (+자료수집) 7 반달 2012.07.07 4058
15307 후배! 다시는 이런 말 하지 마시오 7 유재춘 2012.06.12 4058
15306 KBS 새노조 "노무현정부 문건은 '경찰보고서' " 1 위정자들 2012.04.01 4057
15305 두 할머니들을 보며 기껏 상상한다는것이 "똥물" 이란 말인가??? 6 김 성 진 2013.02.10 4055
15304 일본, 얼굴이 두개이지요, 반고 2011.04.05 4046
15303 레위기 11장-남 대극 목사님께 로산 2011.04.06 4045
15302 ruby 님은 어떤 분일까? 6 궁금 2012.03.31 4037
15301 이 게시판에 등장한 노 ㅁ팽이 12 김원일 2012.07.17 4028
15300 에버그린님, 제가 대신 답글을 쓰게 됐네요. 2 최종오 2011.04.05 4028
15299 [평화의 연찬 제51회, 2013년 3월 2일(토)] ‘건강한 재림교회 공동체를 위한 제언’ 윤선미(건강전문 테라피스트) (사)평화교류협의회(CPC) 2013.02.25 4027
15298 "겁박하는 바람에...'한명숙 9억' 허위 진술" - H건설 대표, 공판 중 검찰 주장 정면 부인... "회사자금 찾을 욕심에 거짓말" 1 주권재민 2010.12.20 4027
15297 "김동은"님의 글에 관한 한 "관리자"의 답변 2 김원일 2010.12.09 4023
15296 2012년 교회주소록 소유하신 분들 보세요. 2 최종오 2012.07.04 4021
15295 재림마을에서 신천신지라는 분이 운영자에게 삭제 요청한 글 1 신천신지 2012.04.07 4020
15294 아이피 차단에 대한 변명 9 기술 담당자 2010.12.07 4020
15293 김민철님의 . . 정확한 분석에 . . 냉철한, 건설적인 진언에. . 감사하나이다 ! ! 2 반달 2010.12.07 4019
15292 어뢰 붉은 멍게’ 진실 밝힌 이주 박사 1 문무대왕 2011.04.08 4018
15291 [평화의 연찬 제72회 : 2013년 7월 27일(토)] '호세 마리아 아리스멘디아리에타(Jose Maria Arizmendiarrieta) 신부’ 최창규 장로 (사단법인 평화교류협의회 상생협력대표) (사)평화교류협의회(CPC) 2013.07.25 4015
15290 부여의 낙화암아 7 유재춘 2011.03.16 4012
15289 조선시대의 동성애 1 로산 2012.05.24 4011
15288 정말 울고싶다. 순분감님 꼭 보세요. 1 안도마 2011.03.16 4007
15287 평신도가 생각하는 목사의 자질 (2)--민감한 귀 4 노을 2010.11.28 4004
15286 Tebowing 열풍 열풍 2012.03.30 3999
15285 자주 지나던 청량리 588 골목과 백악관 길 4 돌베개 2011.07.13 3995
15284 국가를 사익추구 모델로 설정한 이넘은 근래 보기 힘든 넘이다.이넘은 도덕적으로 완벽하고 매우 공정한 넘이다 사람들은 이넘을 쥐박이라 부른다. 4 西草타운 2012.06.30 3992
15283 우리나라 83%는 빨갱이 빨갱이 2012.05.29 3991
15282 왕위찬탈을 노린 부부 1 로산 2012.09.12 3989
15281 [기술 관리자] 보다는 . . . [기술 담당자]가 어감이 좋습니다. 4 반달 2010.11.15 3987
15280 사월의 달력 2 1.5세 2011.04.06 3986
15279 안식일교회 목사들이 절대 설교하지 않는 성경절 "골로새서 2:16" 17 신천옹 2013.03.03 3976
15278 노아를 쥐어 짜기 - 나그네님께 27 김주영 2011.07.12 3973
15277 대화 (對話) 3 무실 2011.03.17 3971
15276 분노와 처참함 다시 느끼는 호남인들 로산 2012.04.03 3963
15275 해병대 면접과 교황권 12 아침햇살 2012.04.02 3960
15274 Somebody's Hero 1 tears 2012.04.03 3947
15273 오강남의 평화 사슴소리 2013.03.12 3938
15272 청와대도 여론조작하나? 로산 2011.04.05 3935
15271 김동은 회장목사에 대한 유감(11월 23일자) 6 김기대 2010.12.09 3927
15270 이름값 못하는 교수 ㅈ ㅌ 교수 조국 2012.04.05 3919
15269 목사의 재침례 11 김주영 2012.06.10 3917
15268 가짜 예수로 부터... 30 YJ 2010.12.16 3915
15267 모세의 나라 예수의 나라-1 1 로산 2012.04.02 3914
15266 리차드 남 아담스 대학 학장님이 나에게 쓴 사과의 글을 읽고.. 2 김 성 진 2010.11.28 3912
15265 나의 신앙.. 5 김 성 진 2011.04.06 3909
15264 다니엘 7장의 작은뿔 예언 10가지( 구약에 예언된 중세기 역사) 페론 2011.02.15 3909
15263 하나님의 계명을 지키며 예수의 증거를 가진...? 4 고바우생각 2010.11.16 3903
» 성서의 성(性), 노골적인(explicit)것이 아니라 여성혐오(misogyny)가 문제이다! 아기자기 2013.03.18 3900
15261 십자가 그 사랑 file 1.5세 2011.05.14 3896
15260 이상구박사는 나쁘게 말하면 어리석은 사람, 좋게 말하면 모자랄 정도로 순진한 사람.. 3 김성진박사 2011.10.14 3895
15259 할만큼 했거든 !!! 9 김 성 진 2012.07.13 3894
15258 누가 이웃인가? 5 西草타운 2012.06.03 3890
15257 붉은 멍게’소동은 상투적 선동, 터무니없는 음모로 국론 분열시키는 술수 2 문무대왕 2011.04.08 3889
15256 모임 후기 11 로산 2012.04.07 3884
15255 예언, 그거 함부로 할 것 아니더라 14 김주영 2010.12.09 3880
15254 행정위원들이 유명무실해서는 안된다. 41 행정위원 2013.02.18 3866
15253 그놈의 성경, 니 후장에나 쳐박아 넣어라 ! 2 점점 2013.02.08 3863
15252 크레딧 카드할 때 주의 사항 재정가 2010.11.29 3863
15251 그놈의 붉은 멍게... 3 file OMG 2011.04.06 3857
15250 내가 기다리는 소망 3 로산 2011.04.07 3854
15249 “새 사업하려해도 상대방 나를 알고 기겁해” 1 사찰의 추억 2012.04.05 3845
15248 고요한 안식일 아침, 미치고 환장할려는 나의 마음을 커피 한잔과 가을비로 쓰다 내리며 쓰는 글.. 4 김 성 진 2010.11.20 3832
15247 아담의 범죄와 나이 2 바이블 2010.11.16 3832
15246 안식교여, 안식교여.. 이걸 어이할꼬.. 2 김 성 진 2011.09.01 3831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 225 Next
/ 225

Copyright @ 2010 - 2016 Minchoquest.org. All rights reserved

Minchoquest.org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