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미끄러지면 끝이다.

by 무실 posted Dec 19, 2014 Likes 0 Replies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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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밤을 홀로 보내는 분들을 보는 사람의 마음은 늘 착잡하지만,

그 중에 더 잊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60 초반의 M 씨는 집에서 넘어졌다. 미끄러운 목욕탕이었는지 아니면 거실이었는지

아무튼 넘어지면서 머리를 바닥에 부딪혀 병원으로 실려와 응급처치 끝에

회복을 못 하고 장기 환자가 되어 목에 구멍을 내어 그곳에다 인공호흡기를 연결해 연명하셨다.


6개월 정도를 그렇게 있었는데 평소 늘 눈을 감고 있어서

잠만 자거나 뇌를 다쳐 의사소통이 전혀 안 되는 분인 줄 알았다.


어느 날 가족들과 의사 선생님이 의논한 끝에 회복 가능성이 없으니

그만 생을 마감하는 것이 좋겠다고 결의하고 M씨 본인에게 동의를 구해

며칠 뒤 인공호흡기를 제거 하기로 하고 마지막 밤을 맞게 된 것이다.

나는 그분이 동의했다는 것에 놀랐다.


평소 눈을 감고 주무시기만 하던 분이 그날 밤은 눈을 뜨고 계셨다.

무슨 말이라도 남기시고 정리하실 것이 있으셨는지

잠을 이루지 못하시며 고개를 이리저리 두리번거리셨다.

가족들도 아무도 곁에 없이 혼자서 그 밤을 뜬 눈으로 지내셨다.

방문을 조금 열어 놓았기에 복도로 그 앞을 지날 때마다 그분의 눈과 마주쳤다.

무슨 말을 드려야 할지 마지막 밤을 홀로 이렇게 가셔야만 하는 것인지 보기에 너무 외로웠다.

내가 그 분 곁에서 무슨 말을 해 드렸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고 그저 그분 곁에서 마음으로 기도드렸다.


누구의 실수였던 아니면 무슨 연유였던

그저 한 번 미끄러진 것인데 그것으로 끝이 나셨다.

가족들에게 하고 싶은 말도 많으셨을 것이고 정리 하고 싶었던 것도 있으셨을 텐데

마지막을 동의한 끝에 결국 밤새 홀로 잠을 이루지 못하고

고개를 두리번거리시던 그 아쉬운 눈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추신) 미국에서 60 이 넘으신 분들은 특히 더 조심하십시오.

왠지 이전과 달리 희망이 없어도 이전 같으면 갈 데까지 갔는데 요즈음은 속히 동의를 구하는 것 같아 그럽니다.

제가 모르고 하는 소리이면 정정을 부탁합니다. 저도 정확히 알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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