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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7.09 01:30

기도원에서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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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연에게는 난생 처음 금식이었다. 그는 누워 쉬고 싶었다.

낮부터 계속 물만 먹어대었다.


예배가 마쳤어도 끝이 아니었다.

찬송을 부르는 자들이 있었고 굴로 기도하러 나선 자들이 있었다.

야심하여 갔지만 잠을 자려고 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수연은 새로 산 성경책을 베게삼아 잠을 청했다.

성경을 베고 뒤치락거리는 수연에게 한 여자가 말을 걸었다.


“젊은 아가씨가 혼자 온 모양이네요.”

“몸이 안 좋아 금식하러 왔어요. 왜 이렇게 사람들이 많지요.“

“오만가지 사연으로 와요. 여기 완전 인간시장이지.”


과거에 점쟁이였다던 나이 든 여자는 측은한 표정을 지으며

사무실에 가면 조용한 방에서 잘 수 있다고 귀띔해주었다.


수연은 2만원을 내고 별채 직원숙소에서 잠을 청했다.

그녀는 배고픔과 위의 통증으로 어렵게 잠을 청했다.


수연은 옆방의 소란에 선잠에서 깨어났다.

두 여자의 말소리와 TV소리까지 그대로 벽을 타고 넘어왔다.


샤워소리에 이은 여자들의 수다는 쉽게 끝이 나지 않았다.

옆방 여자들의 고약한 수다가 끝나고서야 수연은 잠이 들었다.


기도원에서의 아침은 빨랐다.

어둑한 새벽미명이 일과의 시작이었다.

구관 숙소는 세면장과 화장실이 공동이었다.

세면을 하고 다시 밖으로 나섰다.


말끔하게 두건 쓴 교역자들이 함께 올라가고 있었다.

새벽예배 시간이었다.


수연은 어제 만난 점쟁이 쪽으로 다시 갔다.

점쟁이는 풍 맞은 시누와 함께 있었다.

자신이 집사라는 그녀는 수연을 보고 반가워하였다.

자신은 기도빨이 좋은 야밤을 꼬박 샜다고 하였다.


새벽예배는 저녁예배와 달랐다.

찬송도 격하지 않았고 인도자의 톤도 낮았다.


설교는 10분을 넘지 않았다.

설교는 탕자의 비유였다.

아버지께로 돌아오라는 간청 메시지였다.

논리 박약한 단순반복의 쉰 소리설교였다.


설교자는 간절치 않았지만 수연은 간절하였다.그 쉰 소리는 수연의 가슴에 그대로 박혀졌다.

난삽한 설교에 수연은 은혜를 받았다. 수연은 찬송을 들으며 눈물을 흘렸다.


차가운 마룻바닥에서 수연의 눈물은 그대로 흘렀다.

회개눈물인지 집단동화인지 눈물은 그냥 흘렀다.

예배가 마쳤어도 신도들은 기도와 찬송에 열심이었다.


방언기도는 새벽과 밤낮을 구별하지 않았다.

갖가지 의성어가 범벅된 방언기도는 새벽을 달구고 있었다.


한쪽에서는 덜덜 떨며 불을 뿜고 또 한쪽에는 새롭게 방언이 터지고 있었다.

교회물 먹은 관록 있는 방언과 새로 터진 초짜 방언이 경쟁을 하고 있었다.

뽕 맞은 건지 총 맞은 사람인지 신기는 작렬하고 있었다.

그 뒤로 두 손을 좌우로 흔드는 점쟁이 집사님의 모습이 보였다.


수연은 밖으로 나왔다. 밖에는 큰 개가 돌아다니고 있었다.

덩치 큰 개는 아무런 경계심이 없었다. 사람 틈에 친화된 순한 개였다.

개는 병든 자와 성한 자를 구별하지 못했다. 개는 수연에게도 아무런 낯가림이 없었다.


개는 꼬리를 흔들며 수연에게 다가왔다. 그녀는 개를 다시 보았다.

예전에 보던 그런 개가 아니었다. 개에게서 얼굴이 보였다.

26살 과년한 수연이 재대로 보는 개의 면상이었다.


듣고 보고 먹고 맡고 짖는 오감 기능이 한 판에 있었다.

오감은 개의 면상에 오밀조밀 조합되어 있었다.


수연은 손을 들어 자기 얼굴을 더듬었다.

매끈한 피부 외에는 개의 면상과 거의 판박이였다.

수연은 중얼거렸다.

“뭐지, 나 왜 여기^^


교외의 공기는 맑았다.

생명 입자가 공해에 찌든 가슴들을 정화시켜 주고 있었다.

아스팔트에 익숙했던 수연에게 무취의 흙냄새는 난생처음의 일탈 해방구였다.


가뿐하게 날아가는 새들이 수연에게 말을 건네고 있었다.

그날 아침 짹짹대는 참새소리마저 낯설었다.

수연은 그 아침 신비의 눈으로 익숙했던 것들을 낯설게 보고 있었다.


새들의 날개 사이로 선명한 햇살이 비쳤다.

햇살은 굵은 선이 되어 땅을 향해 강하게 비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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