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조회 수 20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민중이 ‘개·돼지’면 혁명과 항쟁은 누가 했나

[김종철 칼럼] 인구 5150만 명이 짐승? 선민의식·우월감 사로잡힌 공직자 나향욱 뿐일까

김종철 자유언론실천재단 이사장 media@mediatoday.co.kr  2016년 07월 09일 토요일
    

교육부 고위관리라는 사람이 역사에 길이 남을 ‘망언’을 남겼다. 주권자인 국민의 99%를 ‘개·돼지’라고 몰아붙인 것이다. 이 황당무계하고 시대착오적인 발언의 주인공은 교육부 정책기획관 나향욱이다. 그는 지난 7일 저녁 서울 종로의 한 식당에서 경향신문 정책사회부장, 교육부 출입기자와 함께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 공무원 정책실명제에 관해 대화를 나누다가 ‘신분제’ 이야기를 꺼냈다고 한다. 미디어오늘 9일자 기사에 간략히 소개되었지만, 경향신문 인터넷판 7월 8일자 기사에 나오는 대화 내용을 더 자세히 보기로 하자. 나향욱이 말하고 경향신문 기자들이 질문하는 순서로 되어 있다.


“나는 신분제를 공고화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신분제를 공고화시켜야 한다고?(모두 농담이라고 생각하고 웃음)” “신분제를 공고화시켜야 한다. 민중은 개·돼지다. 이런 멘트가 나온 영화가 있었는데···.” “<내부자들>이다.” “아, 그래 <내부자들>···. 민중은 개·돼지로 취급하면 된다.” “그게 무슨 말이냐?(참석자들의 얼굴이 굳어지기 시작)” “개·돼지로 보고 먹고 살게만 해주면 된다고.”“지금 말하는 민중이 누구냐?” “99%지.” “1% 대 99% 할 때 그 개·돼지?” “그렇다.” (···) “신분제를 공고화시켜야 한다는 게 무슨 뜻인가?” “신분이 정해져 있으면 좋겠다는 거다. 미국을 보면 흑인이나 히스패닉, 이런 애들은 정치니 뭐니 이런 높은 데 올라가려고 하지도 않는다. 대신 상하원···위에 있는 사람들이 걔들까지 먹고 살 수 있게 해주면 되는 거다.” (···) “기획관은 구의역에서 컵라면도 못 먹고 죽은 아이가 가슴 아프지도 않은가? 사회가 안 변하면 내 자식도 그렇게 될 수 있는 거다. 그게 내 자식이라고 생각해 봐라.” “그게 어떻게 내 자식처럼 생각되나? 그게 자기 자식 일처럼 생각이 되나?” “우리는 내 자식처럼 가슴이 아프다.” “그렇게 말하는 건 위선이다.” “지금 말한 게 진짜 본인 소신인가?” “내 생각이 그렇다는 거다.”


경향신문 기자들은 더 이상 대화를 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자리를 떴다고 한다. 나향욱은 8일 저녁 교육부 대변인과 함께 경향신문사 편집국을 찾아가서 “과음과 과로가 겹쳐 본의 아니게 표현이 거칠게 나간 것 같다. 실언을 했고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아무리 술을 많이 마시고 피로한 상태에서 한 말이라 하더라도 그의 ‘민중 개·돼지론’과 ‘신분제 고정화론’은 너무나 조리가 ‘정연’하다.


교육부는 9일 “소속 공무원의 적절치 못한 언행으로 국민에게 심려를 끼쳐 드린 데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며 나향욱에게 대기발령을 내렸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문제를 이렇게 끝낼 수가 없다는 데 ‘문제’가 있다. 왜냐하면 그는 단순히 이번 ‘망언’만 토해낸 공직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행정고시 36회 출신으로 교육부 장관 비서관, 청와대 행정관 등을 거쳐 지난 3월 교육부 정책기획관으로 승진한 그는 역사교과서 국정화와 누리과정, 대학 구조개혁 등 교육부의 주요 정책들을 기획하고 다른 부처와 조율하는 핵심적 보직을 맡고 있었다. ‘민중은 개·돼지’라는 확신을 가진 사람이 국정화 등 교육의 앞날을 좌우할 정책 개발과 집행에서 주도적 역할을 했다면 그 결과는 너무도 명백할 것이다.


나향욱의 생각처럼 국민의 99%가 ‘개·돼지’라면 5200만에 가까운 대한민국 인구 가운데 52만 여 명을 뺀 나머지 5150만 명은 모두가 ‘짐승’이 되어버린다. 나향욱이 보기에 ‘민중’은 누구인가? 인구의 99% 가운데는 노동자, 농민, 지식인, 중소기업인, 문화예술인, 각 부문의 전문직 종사자들이 모두 들어 있다. 넓은 의미의 민중은 유형, 무형의 가치를 생산해내는 사람들의 총체적 명칭이다. 인간생활에 필요한 온갖 재화와 지식, 정보는 민중의 노동을 통해 창출된다. 나향욱의 ‘민중관’에 따르면 그는 ‘개·돼지들’이 만든 쌀과 반찬을 먹고 그들이 생산한 자동차를 타고, 문학과 음악, 미술 등을 향유한 셈이 된다.


민중은 1919년 3·1운동부터 1960년 4월혁명, 1980년 광주민중항쟁, 1987년 6월항쟁까지 겨레의 독립이나 민주화에 앞장선 주역이었다. 박근혜 정권이 강행하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작업을 비밀리에 진행하고 있는 사람들이 민중을 역사 발전의 주체로 보지 않고 있음은 비밀이 아니다. 그런 인물들과 나향욱이 ‘밀실’에서 어떤 ‘협업’을 했을지 우려된다. 이 부분은 세 야당이 국회에서 청문회를 열어서라도 반드시 밝혀내야 할 것이다.


지금 한국사회는 극심한 빈부격차, 극소수 기득권층의 권력 독점, 학벌과 족벌에 따른 신분제 고착으로 자유나 평등과는 동떨어진 비민주적 체제로 굳어져 버렸다. 오죽하면 ‘금수저’ ‘흙수저’ ‘헬조선’ 같은 말들이 상용어가 되었을까? 나향욱은 “신분제를 공고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이 이상 더 굳힐 신분제는 도대체 무엇일까? 선민의식과 우월감에 젖어 있는 고위 공직자들 가운데 나향욱 같은 인물이 더 없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반역사적 엘리트나 시대착오적 관료는 어느 날 갑자기 튀어나오는 것이 아니라 정의와 진리에 역행하는 지배구조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130997_174194_0110.jpg
▲ 나향욱 교육부 정책기획관. 경향신문 7월9일자 2면 머리기사

이 기사를 후원 합니다.
  • 1,000원 소액결제
  • 5,000원 소액결제
  • 10,000원 이상 자유결제
  • 미디어오늘 정기구독
  • 미디어오늘 정기후원
후원하기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http://www.mediatoday.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오케이, 오늘부터 (2014년 12월 1일) 달라지는 이 누리. 29 김원일 2014.11.30 10401
공지 게시물 올리실 때 유의사항 admin 2013.04.06 36649
공지 스팸 글과 스팸 회원 등록 차단 admin 2013.04.06 53664
공지 필명에 관한 안내 admin 2010.12.05 85451
15245 비키니 해변에서 우리집 강아지만 쳐다본다? 비키니 2016.07.10 103
15244 중국.러시아 사드 군사적 대응경고 1 ytn 2016.07.10 60
15243 엘리야 눈뜬 장님님 6 김균 2016.07.10 253
15242 제사장과 선지자 그리고 왕으로 오시는 것 중에서 오늘은 왕에 관하여 fallbaram. 2016.07.10 62
15241 못난이 집합 시사인 2016.07.10 86
15240 조사 심판에 대한 성경적 근거 - 승천하신 예수 어디로 가셨나? file 엘리야 2016.07.10 126
15239 남아의 일생-한 여자에게 목숨걸고, 책 한권에 목숨걸고, 십자가에서 성전환후에 다시 한 남자에게 목숨걸고 fallbaram. 2016.07.10 66
15238 경계성 인격 장애자들(BPD: Borderline Personality Disorder)... 11 file 최종오 2016.07.10 240
15237 2016년 6월 30일 뉴스타파 "세월호 지우기’ 몸통은 결국 청와대" 몸통 2016.07.10 46
15236 x 삭제 1 그림 2016.07.10 143
15235 글을 쓰는 이유 6 fallbaram 2016.07.10 178
15234 중보에 대해서 하주민 2016.07.09 71
15233 태어난대로 1 김원일 2016.07.09 96
15232 10. 학교는 청소년 성소수자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나요?: 모두를 위한 교육 1 김원일 2016.07.09 57
15231 청천강전투, 현리전투, 전시작전권양도 6.25 2016.07.09 30
15230 9. 왜 동성 간에 결혼을 하려고 하나요?: 동성 결혼과 평등권 2 김원일 2016.07.09 65
15229 내가 만난 트랜스젠더 현직 안식교 장로가 시무하는 교회 목사는 김원일 2016.07.09 117
15228 (다시 한 번 올립니다) 박정희 유신 독재 시절 금지된 노래들 (금지곡) 클론 2016.07.09 30
15227 김가 박가 엘가 눈가 김균 2016.07.09 147
15226 짧은 우리집 이야기 처음으로 해본다. 5 소리없이... 2016.07.09 181
15225 나는 레즈비언 딸을 둔 엄마예요 2 트위터 2016.07.09 154
15224 두 개의 다른 어머니의 얼굴 fallbaram. 2016.07.09 91
15223 사람에게는 얼굴이 있다 12 김주영 2016.07.09 261
15222 대 속죄일의 새로운 화두 10 김균 2016.07.09 183
15221 교육부 간부 "민중은 개·돼지로 취급해야" 발언 물의 / YTN (Yes! Top News) 민중 2016.07.09 27
15220 “민중은 개·돼지” 나향욱 교육부 정책기획관 대기발령 2 민중 2016.07.09 39
» 민중이 ‘개·돼지’면 혁명과 항쟁은 누가 했나 민중 2016.07.09 20
15218 동성애와 에이즈 관계 , 제대로 알고 얘기합시다. 11 눈뜬장님 2016.07.09 117
15217 기도원에서 2 깨알 2016.07.09 71
15216 동성애에 관한 나의 생각을 비로소 밝히며 23 fallbaram. 2016.07.09 169
15215 양자역학, 창조원리를 물리학으로 설명할순 없을가? 이메진 2016.07.09 49
15214 개 돼지 여러분들 안녕하셨습니까? 2 김균 2016.07.09 104
15213 마태복음 25장의 비유 5 김균 2016.07.09 94
15212 [경건한 열망] 경건한 열망 4 쉼터 2016.07.08 47
15211 성경에 동성애 혐오하는 글 쓴 사람들, 천국에서 저 엄마들 앞에 무릎 꿇을 것이다. 확신한다. 5 김원일 2016.07.08 114
15210 유대교인들에게 구원이 없었던 것처럼 인식일 교회 교인에게도 구원이 없습니다. 3 SDA 2016.07.08 118
15209 내가 만난 트랜스젠더 안식교인 부부 8 김원일 2016.07.08 173
15208 그렇다면 그 분의 노래 한 곡을... 김원일 2016.07.08 40
15207 VOP 앙상블 LA 공연 이태훈 2016.07.08 239
15206 8. 트랜스젠더는 왜 법적으로 성별을 변경하려고 하나요?: 법 앞의 인정 1 김원일 2016.07.08 56
15205 7. 왜 성소수자를 차별하면 안 되나요?: 차별 금지의 법적 근거 2 김원일 2016.07.08 55
15204 지성소 바로 문앞에 있는 카스다 게시판과 집창촌 게시판의 차이를 알아야 2 fallbaram. 2016.07.08 109
15203 복종이 무슨 의미인지 알고 계십니까? 3 하주민 2016.07.08 70
15202 청와대 홍보수석과 KBS 보도국장 통화내용 (욕설포함) 억지 2016.07.08 38
15201 먼 옛날 우리 조선인 모두가 정신질환자였던 시절에... 3 김원일 2016.07.08 129
15200 박성술님 기운내십시요 6 짜요 2016.07.08 167
15199 박정희 유신 독재 시절 금지된 노래들 (금지곡) 4 클론 2016.07.08 81
15198 그만좀 하시지요... 1 답답함 2016.07.08 141
15197 사랑하는 형제 자매님 들이시여! file 구미자 2016.07.08 27
15196 사랑하는 형제 자매님 들이시여! file 구미자 2016.07.08 30
15195 오늘 정말 기분 좋습니다 ^^ 정확히 7분 후 내일이네요... 1 file 소리없이... 2016.07.08 103
15194 하늘 성소가 정결해진다는 의미 (장문입니다. 관심있는 분들만 클릭하세요) 29 file 엘리야 2016.07.08 211
15193 그대들 진짜로 조사심판을 알기나 해요? 12 김균 2016.07.08 283
15192 미국정신의학협회는 어떻게 해서 동성애를 정신질환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하였나? 눈뜬장님 2016.07.08 62
15191 [2016년 7월 9일(토)] ■ 평화의 연찬 (2:00-4:00) : 동아시아 평화공동체론 (사)평화교류협의회[CPC] 2016.07.08 23
15190 미국, 일본 질병관리본부 홈페이지에도 있는 내용이 한국에만 없다. 어이없는 한국의 현실.. 1 눈뜬장님 2016.07.07 77
15189 어불성설인지 역설인지? 6 fallbaram. 2016.07.07 178
15188 박성술 님의 아이피가 차단되지 않은 이유 3 김원일 2016.07.07 192
15187 6. 동성애 혐오도 권리인가요?: 편견과 인간의 존엄성 2 김원일 2016.07.07 34772
15186 5. 동성애는 HIV/AIDS의 원인인가요?: 조작된 낙인과 공포 1 김원일 2016.07.07 37
15185 집창촌 의 aids , 게이정신 7 file 박성술. 2016.07.07 146
15184 소돔과 고모라, 그리고 기브아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가--One more time. (조회수 6 이후 수정) 1 김원일 2016.07.07 77
15183 성경에 빗대 동성애를 반대하는 분들은 읽어보시길 8 이성애 2016.07.07 139
15182 이런 기본적인 것에서도 빗나가면서 무슨 심판? 5 fallbaram 2016.07.07 108
15181 먹고 죽은 귀신 떼깔도 좋다든데 5 김균 2016.07.07 135
15180 죄란 무엇인가? 무엇이 죄인가? - 동성애와 관련하여 4 청지기 2016.07.07 106
15179 민초 7 답답 2016.07.07 251
15178 징검다리 건너기 14 fallbaram. 2016.07.07 301
15177 사랑은 아름다워 12 김원일 2016.07.06 223
15176 4. 동성애는 정말 질병인가요?: 전환 치료의 허구성 2 김원일 2016.07.06 4163
Board Pagination Prev 1 ... 3 4 5 6 7 8 9 10 11 12 ... 225 Next
/ 225

Copyright @ 2010 - 2016 Minchoquest.org. All rights reserved

Minchoquest.org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