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가을엔/이명환
차부에서 내려
갈풀 나부끼는 신작로 코스모스 길 따라
오리를 걸어야 닿을 수 있는
야트막한 고향집엘
이 가을에 가고 싶다.
할미꽃 같은 헛간 초가 위에
뽀얀 박덩이 뒹굴고
싸릿문 낮은 돌담장 위에
수줍어 물든 담쟁이와 멧돌호박 자리다툼하는
어린 때 묻은 고향마을엘
이 가을 가고 싶다.
그럴수만 있다면
우물가 보리쌀 닦던 누나
고추 멍석 헤집던 용태할머니
잔기침 펄럭이며 바지랑대 그물에 홍시 내리던 병석이 할아버지
아~~
이 가을엔 추억어린 사람들과 만나고 싶다.
장독대 틈에 울어대는 귀뚜라미 달에 놓고
소반에 햇과일 가득 담아 상현달 어우르며
개구쟁이 어리시절 친구들과
이 가을엔
한껏 뒹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