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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계획대로라면 난 어제 이 시간 소백산 행 버스에 앉아 있어야 했다. 그러나 난 그냥 집에 있었다. 어찌하다보니 일이 밤 9시에 시작하도록 일정이 잡혔다. 아니 잡았다라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 원래는 2시경에 일이 하나 있었는데 정중히 부탁을 드려서 다른 날로 옮겼다. 그래서 드디어 평일 산행이 가능해진 것이다. 열심히 검색해본 결과 마침 소백산을 가는 산악회가 있어서 신청을 했다. 아침 7시에 출발해서 저녁 8시에 도착하는 일정이니 딱 좋았다. 그래도 혹시 몰라 재차 댓글로 8시 이전에 돌아올 수 있는지 문의했다. 충분히 돌아올 수 있다는 시원한 답변이 달렸다.

 

마침 충북, 강원 일대에 눈이 많이 내렸다는 기상 보도가 있어 더 설렘 가득했다. 중학 동기가 어제 다녀온 소백산의 설경은 정말 장관이었다. 나 역시 그 장관을 곧 보리라 설레발도 쳤다. 그런데 다 물거품이 되어 버렸다.

 

산악회 홈피를 들락날락 거렸다. 사람들이 너무 덜 모여 출발하지 못하면 어떡하나 걱정스러웠기 때문이다. 다행이 5명씩, 7명씩 신청하는 그룹들이 있어서 최소 출발인원은 채워져 출발 확정이 되었다.

 

그런데 이상한 댓글이 하나 달렸다. 7명이 단체로 신청을 하는데 초보 여성들이라 산행 시간을 한 시간 정도 더 줄 수 있는지 묻는 글이었다. 더 주면 함께 가겠다는 것이었다. 산악회 인솔자는 가급적 충분히 배려해드리겠다고 답글을 올린 것을 확인했다. 뭔가 찜찜했다. 후미기준 6시간을 주는데 거기다 한 시간을 더 주면 아무래도 오고가고 시간이 있어 예정 시간대로 돌아오기 빠듯할지 모르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출발 하루 전 마지막 확인하는 문자가 왔다. 난 혹시나 미심쩍어 8시 이전에 돌아올 수 있는지 다시 한 번 확인했다. 그러자 전혀 뜻밖의 문자가 왔다. 산행시간이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어 9시 이후 도착할 것 같다라는 안내였다. 난 갈등했다. 그냥 가야할지? 말아야 할지? 결국 나 놀자고 약속된 일정을 맘대로 펑크 낼 수는 없는 형편이었다. 결국 포기하겠다고 답글을 드렸지만 억울한 맘이 치밀었다.

 

분명 산악회 쪽에서는 먼저 신청한 나보다 뒤늦게 신청한 7명을 선택한 것이다. 12만원씩을 회비로 받는데 한자리라도 더 채워가야 수지타산이 맞는 것이니 산악회 입장에서 어쩌면 당연한 선택일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지만 그래도 당초 약속된 일정을 바꿔가면서까지 진행하는 것은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근시안적인 조치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옛 우리 조상들은 견리사의(見利思義)를 가르쳤다. 이익에 앞서 그것이 의로운 일인가를 따져보라는 것이다. 그런데 요즘 우리의 풍토는 견의사리(見義思利)로 뒤바뀌었다. 의로운 일을 봐도 그것이 자기에게 이익이 되는지 안 되는지를 따지는 세상이 되어버렸다는 것이다. 나 역시 이런 세상을 탓할 처지가 못 된다.

 

늘 순간의 욕심 때문에 의로움을 저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요즘 다음 아고라에 글을 올리고는 한다. 이왕이면 내 글을 더 많은 사람들이 읽어주길 바라는 욕심이 있다. 그러다보니 여러 방 중 사람들이 더 많이 찾는 인기 방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그 방의 성격과 관계없는 글인데도 그냥 그 방에 올리고 싶은 맘이 들 때가 있다. 분명 똑같은 글인데도 어느 방에 올렸느냐에 따라 조회 수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또 그 뿐만 아니라 아예 같은 글을 여러 방에 중복게시를 한 적도 있다.

 

그런데 그러다 보니 감동방에 감동이 없게 되는 문제가 생긴다. 경제방인데 정치 얘기만 난무하는 현상이 생긴다. 결국 그렇게 되면 초기 몇 번은 다른 사람들로부터 선택을 받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길게 가지 못할 것은 자명하다. 나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그런 풍토는 전염이 되어 결국 그 방 전체를 혼란으로 빠뜨리고 사람들은 염증을 내며 하나둘 떠나 버릴 것이 뻔하다. 이미 그런 일이 목격되고 있다.

 

결국 견리사의(見利思義)는 늘 이익을 포기하고, 의롭게만 살아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불의한 이익을 취하지 말라는 뜻이다. 당장의 불의한 이익은 결국은 모두의 파멸을 재촉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견리사의해야 하는 까닭은 공동체 모두의 이익을 위해서이다.

 

소백산에 못가는 대신 난 하루 종일 책과 씨름했다. 그동안 정리하지 못한 것들을 훌훌 털어내었다. 가끔 시간을 보면서 지금쯤이면 소백산 눈길을 밟고 있을 텐데. 점심을 먹으면서는 추위에 떨며 컵라면을 먹고 있겠구나 상상도 하고, 오후에는 지금쯤 무사히 내려 왔겠구나 혼자 중얼거렸다. 맘 한 구석은 소백산에 머물러 있었다. 그런데 7시 무렵 문자가 하나 왔다.

오늘 소백산 저녁 8시 도착 예정. 좀 아쉽네요.”

헐 어쩌라고. 염장 지르는 문자다. 그래도 다시 생각해보니 산악회 대장도 나 때문에 마음이 안 좋았던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욱 치밀어 오르는 마음을 꾹 누르고 답글을 보냈다.

아 정말요? 소백산 설경 잘 보셨나요? 부럽네요. 담에 기회 있겠지요. 돌아오시는 길 끝까지 무사무탈 하시길

 

만약 이 문자를 받지 못했더라면 몰염치에 대해 막 비판하는 글을 썼을지도 모른다. 다시는 그 산악회 안 간다고 동네방네 욕하고 다녔을지도 모르겠다. 쉽지 않겠지만 오늘 하루도 눈앞에 이익에 비틀거리지 않고, 중심을 잡고 정도를 걸으려 애써야겠다.

그게 우리 모두가 다같이 사는 길이라 믿는다.                                                    

                                                                        아고라펌.

  • ?
    김균 2016.02.18 20:06
    이번 일요일 태백산 등산이 잡혀있는데 사람들이 다 모였는지 모르겠네요
    아침 5시에 출발해서 저녁8시에 도착한다나요
    여기서는 거리가 멀어 어쩔 수 없다는데 회비가 자그만치 5만원입니다
    그 비좁은 눈덮힌 길을 앞사람 뒤꿈치만 보고 걷게 생겼어요
    그래도 눈이 왔다니 여기서는 몇 년가도 구경 못하는 설경이잖아요
    우리 동네는 10년만에 눈 한 번 왔어요 그것도 병아리 눈꼽만큼요
  • ?
    옮긴이 2016.02.18 20:24
    김균님이 일등으로 대쉬할줄 알고 있었지요. ㅎㅎ
    겨울 설산의 절경..

    좋컷다
    부럽다
    나두 빨리 퇴직하구 겨울산에 가고싶으다
  • ?
    김균 2016.02.18 23:24

    내가 대쉬 안했으면 얼마나 슬펐을까?


    서대문 앞에 자리 깔아 드릴까요?
    동업합시다 ㅋㅋ

    근데 퇴직하면 백수요
    하긴 백수도 요즘 백수는 과로사한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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