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차스러운 변명 같이 들릴 수도 있고,
또 이런 데서 제가 구태여 변명할 아무런 필요를 느끼지 않기에 이런 글을 쓸 마음은 없었습니다만
일이 예상외로 퍼져 가는 것 같아 몇 가지를 분명히 밝히고 지나가려고 합니다.
저를 위해 염려하시는 분들이 가질 수 있는 오해나 곤란함을 풀려고 하는 마음에서 입니다.
제가 예수님을 부인하는가?
<예수는 없다>는 제목 때문에 마치 제가 예수를 부인하는 것처럼 생각하기 쉽지만
그 책 영어 제목 <No Such Jesus>에서 분명한 것처럼 '그런' 예수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우리가 우리의 이기적 욕심을 채우기 위해 복덕방망이처럼 모시거나 매달리는 '그런' 예수,
표층 종교에서 상식적으로, 문자적으로 깊은 생각 없이 쉽게 받들어오던 '그런' 예수,
그런 예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우리는 어떤 예수님을 모시고 따라야 할까? 예수를 믿는 다는 것이 정말 어떤 것이어야 할까?
이런 물음을 같이 생각해보자고 한 것이 그 책의 주제였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읽어보시면 아실 것입니다.
이 책을 읽은 많은 사람들이 (물론 극렬히 반대하는 사람도 있지만), 목회자를 포함하여,
예수를 새롭게 찾았다고 합니다. 몇 신학교에서는 교재로 사용하기도 합니다.
인터넷 검색을 해보시면 이 책에 대해 나쁘게 말한 사람들보다 좋게 많한 사람이 훨씬 많다는 사실을 발견할 것입니다.
이 책 이후로 연세대학교 신과대학, 감리교 신학대학, 호남신학대학, 성결교 서울신학대학, 한신대학교, 서울대학교 등에서
이야기도 하고 새길교회, 향린교회, 역삼동 성당 등 여러 교회에서 설교나 강연도 했습니다. (이번 5월22일 새길교회에서 설교합니다).
예수를 부인하는 사람을 초청하는 신학교, 교회들이 있을 수 있을까요?
이 책은 현재 36판이 나온 상태입니다.
제가 반 기독교적인 사람인가?
제가 마치 기독교를 반대하는 사람으로 생각하고 일종의 "안티기독교" 인물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놀랍게도 "안티 기독교" 운동을 하는 사람들 상당 수가 <예수는 없다>를 싫어합니다.
그들 생각으로 기독교가 없어져야 할 종교인데, 제 책은 기독교의 의미를 다시 찾게 하여
기독교가 망하게 하는 대신 오히려 소생하게 하는 일을 하므로 자기들의 목적에 방해가 된다고 보는 것입니다.
저는 기독교를 반대하는 것이 아닙니다. 저는 어느 종교를 반대하고 어느 종교를 찬성하는 그런 입장이 아닙니다.
저는 종교학을 하는 입장에서 종교들의 내면을 역사적으로 들여다보고 그 구조를 분석하는 것을 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입니다. 그런 과정에서
모든 종교를 "표층"과 "심층"으로 나누고, 모든 종교인은 표층에서 시작하지만 점점 더 깊은 심층으로 들어가야 된다고 보는 것입니다.
"어린 아이의 것을 버렸노라"를 선언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표층은 기독교에만 있는 것도 아니고 불교에도, 유교에도, 이슬람에도, 힌두교에도 다 있습니다.
저는 표층 기독교를 안타깝게 생각하듯 표층 불교, 표층 유교도 똑 같이 안타까워하고 있습니다.
제가 표층 기독교를 옹호하지 않는다고 기독교를 반대하는 사람이라면 저는 불교도, 유교도, 이슬람도 다 반대하는 사람이 되는 셈입니다.
저는 어느 종교든 그 심층에는 아름다운 요소들이 깔려있다고 봅니다. 몇 주 후에 나올 제 책에 심층종교를 가르친
인류의 위대한 스승들을 소개하는데, 기독교 계통의 스승들의 숫자가 제일 많습니다. 저는 결코 기독교든 무슨 종교든
어느 한 종교를 무조건 반대하는 입장을 취하지 않습니다.
그러면 심층 종교란 어떤 것일까요?
오늘 나온 저와 제 제자가 공저한 <종교, 이제는 깨달음이다>에 분명하게 밝힌 것처럼
심층 종교는 깨달음을 얻어, 영적 눈이 뜨이므로, 나와 하느님, 나와 모든 사람들, 나와 만물이
모두 "하나"라는 사실을 체험적으로 체감할 것을 권장하는 종교입니다.
이런 가르침은 기독교, 불교, 유교, 이슬람, 힌두교 등 모든 종교의 가장 깊은 심층에서 한결 같이 가르치고 있는
기본 가르침입니다.
제가 영지주의자인가?
맞습니다. 제가 영지주의를 좋아합니다. 심지어 기독교 뿐 아니라 모든 종교가 궁극적으로 영지주의적이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런데 "영지주의"라는 것이 뭔가요?
이 말은 지금 여러 가지 의미로 쓰이기 때문에 학계에서는 일률적으로 적용하기 힘든 용어로 보고 점점 쓰지 않기로 한 말이기도 합니다.
'영지'는 '그노시스'의 번역입니다. 그노시스는 '깨달음'이라는 뜻입니다. 소크라테스가 '네 자신을 알라'고 했을 때의 그 '앎'입니다.
영지주의라는 말보다 "깨달음 중심주의"라는 것이 더 정확하고 더 이해하기 쉬운 말입니다.
물론 이런 깨달음을 중시했던 사람들 중 일부는 이 세상을 부정하고 모든 물질적, 육체적인 것을 악으로 본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초기 기독교에서 반대했던 영지주의라는 것은 이런 부류의 영지주의자들이었습니다. 예수가 육체로 오신 것을 부인했으니까요.
그러나 세상이나 물질, 육신을 악으로 보지 않는 '깨달음' 중심주의자들도 있었습니다.
그 예가 바로 <도마복음>입니다. 이 복음서에서는 예수가 육신을 쓰고 오셨음을 선언합니다. 여기 나오는 예수님은
처음부터 끝까지 "깨달으라"를 강조하는 분이십니다. 자세한 것은 제가 쓴 <또 다른 예수>를 보시면 됩니다.
<기독교사상>이라는 잡지에 1년간 연재했던 것을 모아 책으로 냈습니다.
저는 <도마복음>에 나오는 예수님처럼 신앙의 기초가 '깨달음'이라 생각하는 그런 의미에서의 영지주의자입니다.
영지주의를 이렇게 본다면 바울도 바로 영지주의자였습니다. 저만 아니라 신약 학계의 여러 학자들이 주장하는 바입니다.
저는 재림교인인가?
아닙니다. 저는 학위를 받고 가르치고 글쓰기 시작하면서 재림교회의 신조에 입각해서 가르치고 글쓰는 것이 양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생각되어
제 교적을 정리했습니다. 캐나다 토론토 교회 있을 때였습니다. 그 당시 토론토 교회 서기로 계시던 임운철 님에게 교적을 정리해달라고
부탁드렸지요. 그런데 서기 혼자가 결정할 문제가 아니라고 해서, 공연히 부산을 떨 일도 없고 하여 그냥 지나쳤다가, 에드먼튼으로
전근 가 거기서 기회가 와서 캐나다인 교회 백인 목사에게 정식으로 편지를 보내 제 교적을 철회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그 백인 목사가
찾아와 교적을 자진 철회하는 예를 보지 못했다고 하면서 다시 생각해볼 수 없는가 했지만, 저는 교적이 없다고 교회에 대한 저의
애정이나 관심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니 염려할 것이 없다고 하고 제 뜻을 관철했습니다. 1977년의 일입니다.
제가 안티 재림교인인가?
아닙니다. 저는 공식적으로 어디에도 교적을 두고 있지 않습니만,
아직도 교회안에 제 형제자매, 처가 쪽으로 많은 분들, 많은 친구들, 선후배, 많은 제자들이 있고, 그들과의 관계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습니다. L.A.를 방문하거나 어머님이 살아계실 때나, 지금도 장모님을 모시고 어디를 갈 때, 교회에 참석합니다.
이름을 대면 불이익을 당할지도 몰라 삼가겠습니다만, 재림교회 지도자들과도 아무 격의 없이 만나고 같이 식사도 하고 심지어
재림교회 설교단에 서기도 합니다.
제가 책이나 강연에서 재림교회를 나쁘게 말한 적이 없습니다. 나쁘게 말했다면, 옛날 카스다에서 표층 신앙 때문에 왜곡된 신앙을 견지하면서 그것이
참 신앙인 것처럼 주장하는 몇몇 사람들의 주장에서 발견되는 내적 모순을 밝혀주는 일을 할 때 극적 효과를 위해 좀 과격한 말을 했을 뿐입니다.
그것도 개인적인 문제라기 보다 이 교회에 대한 저의 땨뜻한 애정과 끈끈한 정의 표현이라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혹시라도 "물결" 파동 이후 개인적으로
상처 입히는 일을 했다면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영어로 해서 Don't take it personally. 입니다.
왜 칼럼니스트 초청을 수락했는가?
저도 공연히 평지풍파를 일으킬 마음이 없었습니다. 심층 신앙의 전형이라 할 수 있는 류영모 선생님이
김교신 선생이 이끄는 <성서조선> 모임에 오래 참석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 때까지 대속 신앙을 가지고 살아가는 성서조선 사람들의 정통적 표층신앙을 건드릴 마음이 없었기 때문이지요.
저도 비슷한 심정이었습니다.
그 뿐 아니라 제가 지금 쓰고 있는 책들 때문에 시간을 낼 수도 없었기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재차 초청이 들어와 수락을 했지만, 제가 재림교인으로 쓰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밝히려 했습니다.
단 현재 신학의 동향은 어떤가, 다른 종교에서 같은 문제를 어떻게 보는가, 그런 가르침이 오늘 우리의 삶에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일반적으로 오해하고 있는 종교적 사실은 무엇인가
하는 등 재림교회 교리와 관계 없는 종교계의 동향이나 학설들을 소개하는 글을 쓰려고 했던 것입니다.
누구처럼 제가 세운 교회가 있다면 사람들을 설득해서 제 교회의 교인이 되게 하는 '양도둑'이나 '이리'가 되려는
숨은 의도를 가지고 있을 수 있겠지만 저는 순수하게 도움을 줄 수 있으면 주겠다는 생각 뿐이었습니다.
예상대로 평지풍파가 일어 자진 철회했습니다.
이 정도로 제 입장이 어느 정도 밝혀졌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정중한 질문에는 대답하지만 싸우겠다고 하는 것에는 반응하지 않을 것임을 미리 밝혀 둡니다.
감사합니다.
5. 11.
오 강 남 드림
잘하셨습니다
저들 승전가 부르고 난리났는데
밝혀주신 것 감사합니다
재림교회 교리에 손만 대면 죽일듯이 달려드는
순교자적(?) 신앙인들 때문에
그런 곳은 안 맞을 겁니다
이명박 정부가 시작할 때
저들과 많이 싸웠습니다
3년만에 입도 방긋 못하는 주제에
시를 알면 얼마나 안다고
때를 볼 수 있다면 날짜 잡을 사람들입니다
그렇게 사람조차 볼 줄 모르면서
예수 재림 날짜 근처에 어슬렁거립니다
제가 5월 28일 대구로 갑니다
혹시 그곳에서 만날 일이 있으시면
좋겠습니다
(다음 주에는 서울 가지만
몸이 아파서 치료를 좀 하려고 합니다)
차라리
안 맡은 게 나았을 겁니다
글자 한 자에 목숨 거는 분들 때문에
답글 다느라고 날밤 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즐거운 시간 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