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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외교를 지배하는 선조의 망령
[창비 주간 논평] 바보야, 문제는 미국이야
1992년 미국 대선 당시 클린턴 후보가 집권 중이던 부시 대통령과의 선거전에서 사용했던 슬로건이 "문제는 경제다, 바보야(It is the economy, stupid)"이다. 경제가 어렵던 상황에서 이 슬로건은 시쳇말로 대박을 쳤고, 클린턴의 승리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 후에도 제대로 문제의 핵심을 보지 못하는 대상을 비판할 때 즐겨 사용하는 문구가 되었다. 그리고 이 문구의 적절함을 빛내줄(?) 일이 작금의 한국 외교에서 발견된다.

우리 외교가 이런 유사 문구의 적용을 받아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외교 환경에 대한 객관적인 인식 부족을 연이어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두말할 필요도 없이 이러한 인식 부족은 전략 부재로 이어져 시시각각 변하는 동북아 국제 정치 현실에서 스스로 입장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지휘자는 미국인데 우리의 외교는 엉뚱한 곳을 향하고 있다.

국제 정세에 대한 인식 부족, 그로 인한 외교 전략 부재 

지난주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모디 인도 총리, 김용 세계은행 총재에다 유네스코와 유니세프의 수장들까지 한꺼번에 우리나라를 찾았다. 여기에 우리 주도로 창설한 중견국협의체(MIKTA) 외교장관회의가 서울에서 열렸다. 그러나 화려한 움직임 이면에는 한국 외교의 냉엄한 현실이 버티고 있다.

"한국 외교의 주"라는 윤병세 외교부장관의 들뜬 자평은, 사드 배치 논란을 두고 미국과 중국 양쪽으로부터 러브콜을 받는 상황으로 표현한 것과 함께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희망적 사고의 전형이다. 국제 정치의 대외 정책 결정 이론에서 말하는 '인지적 왜곡'(cognitive distortion)으로까지 불릴 수 있는 수준이다. 

아베 일본 총리의 방미와 케리의 방한은 미일 동맹 강화를 통해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 전략의 구체화를 위한 시동으로 평가할 수 있다. 미국의 대중 전략이 아직 봉쇄와 포용 양동 전략의 기본 틀을 유지하고 있으나 무게중심은 확실히 전자로 기울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의 주의를 환기시키는 지금까지와 다른 행보가 엿보인다. 즉, 대중 견제를 위한 아웃소싱을 기본으로 하는 미국의 전략이 한-미-일 3각 협력을 최선의 시나리오로 함께 추진되어왔으나, 이제 미일 협력 체제가 프레임을 먼저 구축하고 한국의 선택을 압박하는 방향으로 조정되고 있다.

아베의 방미 기간 체결된 새로운 미일 안보 협력 가이드라인은 양국의 협력 범위를 무한 확대하고, 협력의 제한 조건을 사실상 철폐하며, 중국을 봉쇄하는 것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 그런데 이는 개정이 훨씬 어려운 상위의 법체계인 평화헌법과 미일 상호 보장 조약을 하위의 실행규칙인 가이드라인의 개정을 통해 보다 손쉽게 무력화시키려는 시도다. 일본 재무장의 길을 활짝 열어준 이번 개정은 특히 한국에 대한 확실한 안전장치가 없는 상황 및 전시 작전권 부재와 결부되어 우려를 더한다. 

"한미 간에는 빛이 새거나, 1인치, 1센티미터, 현미경만큼의 차이도 없다"는 케리의 말을 외교 수사로 보이게 만드는 대목들이 발견된다. 

첫째, 미국이 과거사에 대한 아베의 입장 표명을 충분하다고 인증함으로써 한일 관계 개선 여부는 한국의 책임이라는 태도를 보였다. 둘째, 북한에 대한 악마화인데, 현재 미국 민주당 정부의 대북 인식은 부시 행정부 당시 네오콘의 인식에 버금간다. 이는 미국이 북핵 문제를 해결하려 하기보다 자신의 동북아 전략에 이를 활용하려는 의도이며, 따라서 한국이 광복 70주년과 6.15 선언 15주년이라는 의미를 살려 시도해볼 수도 있는 남북 관계 개선 노력을 사전에 제어하는 함의를 가진다. 

마지막은 사드 문제다. 사드의 한반도 배치와 관련해 한국 정부가 표명한, 한미 간 요청, 협의, 결정이 없다는 '3NO' 입장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미국의 '주변 때리기'와 '치고 빠지기' 식 압박은 그 빈도와 강도를 높여가고 있다. 무기 회사와 군 일부에서만 제기되던 태도를 국무장관까지 거들고 나선 것은 의미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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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진왜란을 '조선의 전쟁'이 아니라 '명의 전쟁'이라고 규정했던 선조. 드라마 <징비록>의 선조(김태우). ⓒ한국방송


선악의 단순 구도에서 벗어나 국익의 잣대로 

이렇게 문제는 바로 미국이다. 미국의 동북아 전략은 어떻게 표현하더라도 결국 냉전 동맹 네트워크 부활에 그 본질이 있는데, 한국 정부는 여전히 미국의 등에 업힌 채로 세계를 보고 있다. 미국이 지휘자임이 분명한데도, 미국은 선한 국가이며 우리 편일 것이라는 낙관적 사고만 고집하면서 다양한 외교 옵션은 외면한다.

이는 미국만 믿고 대일 외교를 끊었던 전략이 실패한 이유이기도 한데 대북 전략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케리의 방한에 이어 한일 국방장관 회담, 한-미-일 6자 회담 수석 대표 회담, 그리고 다음 달 예정되어 있는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도 모두 한미 동맹 강화와 북한의 대북 압박 공조로 초점이 모아질 것이다.

선악의 흑백 프레임은 외교를 정지시켜버린다. 급변하는 동북아 질서 속에서 우리는 점점 주변화, 객관화되고 있다. 우리의 외교가 미국에 과도하게 의존한 채, 큰 전략을 가지고 움직이기보다 주어진 현안에 대응만 허겁지겁 이어가는 모습이 문제다. 스스로 능력을 과소평가함으로써 패배주의에 빠지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지만, 그보다 더 위험한 것은 냉엄한 현실을 희망적 사고로 외면하는 근거 없는 낙관주의다.

선조는 임진왜란을 조선의 전쟁이 아니라 명나라의 전쟁이라고 끝까지 주장했다고 한다. 조선의 전쟁인 경우에는 자신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한 반면, 명나라의 전쟁일 경우에는 책임을 면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가 선조의 무책임과 무능을 반복해서는 안될 것이다.

현재 한반도에 드리우는 신냉전의 그림자는 미국이나 중국, 일본이 아니라 우리의 전쟁이다. 미국의 등에 업혀 갈 일이 결코 아니다. 현재 중미 간 높은 수준의 상호 의존을 감안하면 과거 냉전 질서가 그대로 재현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기에 더욱 미중은 지속적으로 한국을 시험대로 삼아 상대의 의도를 알고자 할 것이다. 국익에 기반을 두고 철저히 중심을 잡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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