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앗긴 교회에도 봄은 오는가
지금은 남의 땅 ㅡ 빼앗긴 교회에도 봄은 오는가?
나는 온 몸에 셰키나를 받고,
새 하늘과 새 땅이 맞붙은 그 곳으로,
가르마 같은 밀밭길을 따라 환상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
입술을 다문 하늘아, 땅아,
내 맘에는 내 혼자 온 것 같지를 않구나.
네가 끌었느냐, 누가 부르더냐, 답답워라, 말을 해 다오.
성령의 바람은 내 귀에 속삭이며,
한 자욱도 섰지 마라, 옷자락을 흔들고.
공중 나는 참새는 울타리 너머 아씨같이 구름 뒤에서 반갑다 웃네.
고맙게 잘 자란 밀밭아,
간밤 자정이 넘어 내리던 고운 늦은비로
너는 삼단 같은 머리털을 감았구나. 내 머리조차 가뿐하다.
혼자라도 가쁘게 나가자.
마른 밀밭을 안고 도는 착한 도랑이
젖먹이 달래는 노래를 하고, 제 혼자 어깨춤만 추고 가네.
나비, 제비야, 깝치지 마라.
백합, 장미꽃에도 인사를 해야지.
감람 기름을 바른 이가 지심 매던 그 들이라 다 보고 싶다.
내 손에 쟁기를 쥐어 다오.
살진 젖가슴과 같은 부드러운 이 흙을
발목이 시도록 밟어도 보고, 좋은 땀조차 흘리고 싶다.
강가에 나온 아해와 같이,
짬도 모르고 끝도 없이 닫는 내 혼아,
무엇을 찾느냐, 어디로 가느냐, 웃어웁다, 답을 하려무나.
나는 온 몸에 풋내를 띠고,
푸른 웃음, 푸른설움이 어우러진 사이로,
다리를 절며 하루를 걷는다. 아마도 봄 성령이 지폈나보다.
그러나 지금은 ㅡ 들을 빼앗겨 봄조차 빼앗기겠네.
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