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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朕)은 곧 법이다”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가 습격당한 날, 박근혜 대통령은 “한·미동맹에 대한 공격”이라고 규정했다. 이튿날에는 “단독으로 했는지, 배후가 있는지 철저히 밝히라”고 지시했다. 이후 사태는 예상대로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이완구 국무총리, 이병기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번 사건을 ‘종북세력’의 소행이라 했다. 110여명에 이르는 수사팀을 구성한 검찰과 경찰은 피의자 김기종씨의 국가보안법 위반 여부를 집중 수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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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북 공세’나 ‘공안몰이’를 짐작 못한 바 아니다. 피습사건이 발생하자마자 포털사이트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선 “광풍이 몰아칠 것”이라는 관측이 줄을 이었다. 다만 눈에 띄는 대목은 있다. 박 대통령이 몸소 ‘수사 지휘’에 나선 점이다. 과거 정권에서도 청와대가 검찰 수사에 영향력을 행사한 사례는 많았다. 그러나 대통령이 직접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경우는 드물었다. 대부분 민정수석이나 법무부 장관을 통한 간접 통제를 선호했다. 검찰의 독립과 정치적 중립성을 해친다는 비판을 두려워해서다. 이 부분에서 박 대통령은 대담하고 과감하다. 확실히 차별화된다.

박 대통령은 중요 사건 때마다 ‘깨알 지시’를 내리곤 했다. 세월호 참사 직후 “선장의 행위는 살인과도 같은 행태”라고 말했다. 기소를 앞둔 검찰과 재판을 맡을 법원에 압력으로 작용할 만한 발언이었다.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체포도 틈날 때마다 독려했으나 시신으로 발견되자 언급을 피했다. ‘대통령의 7시간’이 이슈로 떠오른 지난해 9월엔 “대통령에 대한 모독적 발언, 사이버상 ‘아니면 말고’ 식 폭로성 발언이 도를 넘고 있다”며 수사를 지시했다. 이후 검찰의 충성심이 빚어낸 ‘사이버 검열’ 논란과 ‘사이버 망명’ 사태는 굳이 재론할 필요가 없겠다.

뭐니뭐니해도 압권은 “찌라시”다. 지난해 말 정윤회씨 국정개입 의혹이 불거지자 박 대통령은 관련 문건 내용을 “루머” “찌라시”로, 문건 유출 행위를 “국기문란”으로 ‘무 자르듯’ 정리했다. 검찰은 가이드라인에 충실한 수사 결과로 화답했다. 리퍼트 대사 피습사건에서도 검찰은 대통령의 지침대로 ‘한·미동맹을 공격한 배후’를 찾아내는 데 총력을 기울일 것이다. 이제는 검사 김진태가 검찰총장인지, 박 대통령이 검찰총장까지 겸임하는지 헷갈릴 지경이 되었다.

문제는 대통령의 수사개입이 계속되다 보니 검찰은 물론 야당과 시민사회마저 무감각해져 간다는 데 있다. 검사는 대통령을 수반으로 하는 행정부 소속 공직자이다. 그러나 직무 특성상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 정치적 중립을 지키도록”(검찰청법 4조 2항) 별도 규율을 받는다. 박 대통령의 ‘수사 지휘’는 검찰총장 이하 검사들에게 이런 법은 준수할 필요가 없다고 압박하는 것이나 진배없다. 예사로이 넘길 일이 아니다.

국정 전반으로 시선을 넓혀보면 ‘박근혜식 법치’의 ‘호방함’은 보다 선명해진다. 박 대통령은 과거 전직 헌법재판소장(김용준)과 전직 대법관(안대희)을 총리 후보로 내정했고, 현직 헌법재판관(안창호)을 검찰총장 후보로 밀었다. 현직 서울중앙지법원장(황찬현)을 감사원장으로, 현직 서울고법 부장판사(최성준)를 방송통신위원장으로 임명했다. 최근 현직 여당 원내대표(이완구)를 총리로, 현직 국가정보원장(이병기)을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현직 여당 의원 3명(김재원·윤상현·주호영)을 청와대 정무특보로 기용한 데 새삼 놀랄 까닭이 없다.

‘문제적 법치’는 또한 일관성이 없고 자의적이다. 박 대통령은 세월호특별법 협상 과정에서 “대통령에게 결단하라는 것은 삼권분립을 흔드는 일”이라며 불개입을 고수했다. 반면 현역 의원의 청와대 특보 지명을 두고는, 삼권분립에 어긋난다는 위헌론에 모르쇠로 버틴다. 그러니 “대통령에게 유족이 원하는 특별법안을 만들어달라는 건 삼권분립에 위배된다”던 김재원 의원이 특보를 맡는 진풍경이 벌어진 것 아닌가. 내 편 네 편에 따른 이중잣대도 보기 민망하다. 대통령은 신은미·황선씨의 토크콘서트에서 폭발물 공격이 발생한 뒤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아니, 하기는 했다. “몇 번의 북한 방문 경험이 있는 인사들이 편향된 경험을 북한 실상인 양 왜곡 과장해 문제가 되고 있다”며 피해자들을 비판했다. 박 대통령이 강조해온 법치의 민낯은 이런 것이다.

이병기 실장은 리퍼트 대사 피습사건의 배후로 “헌법적 가치를 부정하는 세력”을 거론했다. 헌법은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11조 1항)고 명시하고 있다. ‘내 말이 곧 법’이라는 인식은 헌법적 가치를 존중하고 있는가. 드라마 <펀치>에서 박정환 검사는 윤지숙 장관에게 말했다. “법은 하나입니다. 나한테도, 당신한테도.”

 

       <김 민아 논설위원 경향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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