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 문정희
아버지도 아니고 오빠도 아닌
아버지와 오빠 사이의 촌수쯤 되는 남자
내게 잠 못 이루는 연애가 생기면
제일 먼저 의논하고 물어보고 싶다가도
아차, 다 되어도 이것만은 안 되지 하고
돌아누워 버리는
세상에서 제일 가깝고 제일 먼 남자
이 무슨 원수인가 싶을 때도 있지만
지구를 다 돌아다녀도
내가 낳은 새끼들을 제일로 사랑하는 남자는
이 남자일 것 같아
다시금 오늘도 저녁을 짓는다
그러고 보니 밥을 나와 함께
가장 많이 먹은 남자
전쟁을 가장 많이 가르쳐 준 남자
아내-가을바람
어머니도 아니고 누나도 아닌
어머니와 누나 사이의 촌수쯤 되는 여자
내게 잠 못 이루는 연애
(이성간의 우정?)가 생기면
제일 먼저 의논하고 물어보고 싶다가도
아차, 다 되어도 이것만은 안 되지 하고
돌아누워 버리는
세상에서 제일 가깝고 제일 먼 여자
이 무슨 원수인가 싶을 때도 있지만
지구를 다 돌아다녀도
내게 낳아준 새끼들을 제일로 사랑하는 여자는
이 여자일 것 같아
다시금 오늘도 일터로 향한다
그러고 보니 밥을 나와 함께
가장 많이 먹은 여자
전쟁을 가장 많이 가르쳐 준 여자
때로는
적과의 동침이라는 영화제목이
생각나게 하는 여자
***같은 병실 과 같은 의사(주치의)라는 또 기막힌
인연도 강조 하시지만 그 또한 아름다움의
영역안에서 잘 승화되고 이상의 시처럼
더 아름다워지기를
부디 선배님께 간하여 아룁니다.
신앙 신앙 신앙
우리삶의 모든것이 그것 뿐이라고 믿는이들이
예언을 쉴새없이 쏘아 올리고
원조 루터하고는 전혀 반대로 또 다른 루터는
헷갈리게 하는 쪼각의 진실들 모아
무작위로 쏘아 대는 이누리에
아빕은 잠간 휴식에 들어간 사이
정치 찌라시들이 숨쉴사이 없이 볼꽃놀이 하고 있는
민초의 겨울들판에
잠시나마 누리꾼들을 뜨겁게 했던 "이성간의 우정"에 부쳐
이미 식어있는 불씨 하나 호호 불어서 다시 불 붙입니다
위의 시한수 읽으면서
"마음으로 간음" 이라 말하면서 우리에겐 간음하지 않을 길이
없으나 오직 "나"라는 길을 의지하면 그 모든것 씼어주겠다는
예수의 칭의나 한번 깊이 생각해 봅시다.
호박에 줄긋는 다고 수박이 되지 않듯이
죄인의 껍질에 의로운 몇가지 행동이 딱지 않는다고 의인이 되지 않고
교회 안에는 오직 두무리 (용서받지 못한 죄인과 용서받은 죄인)만
있다는 것 저리도 솔직하게 고백하는 여류시인의 시속에서도
하나 건져 봅시다.
그래도 그 몸 (육신)이 거룩하기를 원하는 자는 그리 하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