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일 실종된 여객기에 탑승한 한국인이 선교사 가족이라는 사실이 알려졌다. 일부 누리꾼들 사이에서 악성 댓글이 나오고 있다. (네이버 제휴 기사 댓글 갈무리)


엉뚱한 데로 불이 붙었다. 12월 28일 인도네시아에서 싱가포르로 가다 바다에 추락한 에어아시아 여객기에 탑승한 한국인이 선교사 가족이라는 사실이 밝혀지자, 일부 누리꾼들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기독교를 욕했다.


박성범(37)·이경화(34) 선교사는 두 달 전 인도네시아로 파송되었는데, 누리꾼들은 "이슬람 국가 가서 예수 천당 외치는 개독들", "뻔히 다른 종교 가진 사람들을 상대로 선교하러 다니다니, 기독교인들에게 불교나 이슬람 믿으라고 해 봐라, 난리 나지. 애꿎은 애기만 불쌍하다", "예수가 미쳤나 보다, 지 자식 못 알아보고. 세 사람 빼고 나머지가 사탄이었나" 등 악성 댓글이 달렸다.


12월 30일 <노컷뉴스>는 이 같은 악성 댓글이 도를 넘었다고 보도했다. 악성 댓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지난 2월 이집트에서 숨진 김진규 목사 사건 때도 그랬다. 김 목사는 성지 순례 중 테러범을 만나 온몸으로 그를 저지하다 목숨을 잃었는데, "왜 거기서 그 OO하다가 죽느냐"는 식의 악성 댓글이 달렸다. 세월호 참사를 당한 유가족들도 "자식 팔아 한몫 챙기려는 사람들"이라는 막말을 들었다. <노컷뉴스>는 슬픔을 당한 이들이 또 다른 상처를 받고 살아간다는 점에서 악성 댓글에 법적인 규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노컷뉴스>는 실종된 여객기에 탑승한 선교사 가족을 향한 악성 댓글이 도를 넘었다고 했다. 법적인 규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노컷뉴스> 동영상 뉴스 갈무리)



누리꾼들의 막말에는 공통점이 있다. 사건 자체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점이다. 이번 여객기 실종 사건에서 막말은 탑승한 한국인이 선교사라는 사실이 확인됐을 때 튀어나왔다. 사고를 안타까워하던 반응들은 온데간데없이 "예수 천당 불신 지옥을 이슬람 국가까지 가서 외치느냐"라는 말이 나왔다. 그런 댓글을 단 누리꾼들은, 박 선교사 부부가 회교도 국가라는 점을 고려해서 성직자가 아닌 평신도 신분으로 자신들이 가진 재능을 활용한 사역을 하려고 했다는 점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들이 막말을 일삼는 원인은 무엇일까. 악성 댓글을 찬찬히 살펴보면 일부 기독교인들의 지난 모습이 보인다. 누리꾼들은 "예수 천당, 불신 지옥을 이슬람 국가까지 가서 외치느냐"고 했다. 이 말에서 인도 불교 성지에서 기타를 치며 통성 기도와 찬양을 한 세 명의 기독교인들이 생각나고, 절 기왓장에 "예수 이름으로 무너질지어다"라고 쓴 한 목사가 떠오른다.


4월 16일 즈음해서는 세월호 참사가 "하나님의 사랑의 매", "교회를 다니지 않아서 일어난 사건"이라고 하는 기독교인들도 있었다. 실종된 선교사 가족에 대해 한 누리꾼은 "그들이 그렇게 바라마지 않던 하느님 품으로 돌아갔다"고 했다. (관련 기사: 세월호 앞에 선 '비호감' 기독교인 / 절 기왓장에 "예수 이름으로 무너질지어다" / 인도 불교 성지에서도 '땅 밟기' 선교)


막말의 원인이 일부 기독교인들이 보였던 비상식적인 전도 방식에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생후 11개월, 돌을 채 맞지 못한 딸아이를 둔 가족이 사고를 당했는데, "하느님 믿어도 별 수 없다"는 식의 댓글이 달리는 형편을 보면, 그동안 한국교회가 사회 속에서 보여 왔던 모습을 되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비행기가 추락했다. 불시에 수많은 이들이 생명을 잃었고, 가족을 잃었다. 이때 기독교인들은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