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조회 수 2324 추천 수 0 댓글 1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가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가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교수님, 왜 그렇게 박정희 욕을 하세요?”
손호철 | 서강대 교수·정치학
  • 글자크기
  •  
  •  
  •  
  • l
  •  
  •  
  • l
  •  
  •  
  • l
  •  
  • 복사하기

얼마 전 난생처음으로 위 내시경 검사를 했다. 수면 내시경 검사를 했는데 마취에서 깨어나자 의사가 심각한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암인가 보다’라며 덜컥 겁이 난 나에게 의사는 ‘암 선고’만큼이나 충격적인 이야기를 했다. “교수님, 왜 그렇게 박정희 욕을 하세요?” 마취를 하면 무의식에 있는 이야기를 한다던데, 마취가 되자 박정희 욕을 계속 뱉어낸 것이다. 물론 대학 시절 고문도 당하고 투옥도 되고 제적도 당하고 군대에도 끌려갔다. 그러나 그렇다고 이 나이가 되도록 깊은 무의식 속에 사랑이 아니라 누군가에 대한 증오가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 너무 충격적이고 부끄러웠다.



이처럼 박정희에 대한 평가는 한국현대사에서 피할 수 없는 뜨거운 감자이다. 이 뜨거운 감자는 새누리당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5·16을 “최선의 선택, 바른 판단”이라고 밝히면서 대선의 중요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박 전 위원장은 이 발언이 쟁점으로 부상하자 민생 등 할 일이 많은데 역사논쟁만 할 것이냐며 논쟁 중단을 요구하고 나섰다. 그러나 이 문제는 단순히 지나간 역사에 대한 공허한 논쟁이 아니라 무엇을 위해, 무엇을 희생하면서, 무엇을 할 것인가 하는, 현재의 선택에 대한 핵심적인 문제라는 점에서 논쟁 중단 선언으로 피해갈 문제가 아니다.

박 전 위원장의 주장이 ‘상황론’에 기초한 매우 위험한 논리임은 여러 사람이 이미 지적한 바 있다. 정작 문제는 박 전 위원장의 이 같은 주장을 비판하고 있는 이해찬 대표 등 민주통합당의 이중성이다. 김대중 정부를 계승한 민주통합당은 5·16과 유신에 관한 한, 근본적인 원죄를 안고 있다. 1999년 여름 나를 비롯한 민중운동과 시민운동 관계자들은 연일 기자회견을 열고 농성을 벌여야 했다. 왜냐하면 김대중 전 대통령이 대구를 방문해 “박정희 전 대통령이 이젠 역사 속에서 존경받는 지도자가 돼야 한다”며 갑자기 박정희기념관 건립을 약속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주목할 것은 김 전 대통령이 역대 대통령들 기념관이 아니라 박 전 대통령의 기념관만 꼬집어 제안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노무현 전 대통령, 이해찬 대표 등이 각료로 참여하고 있었던 김대중 정부는 학계, 사회운동 진영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를 위한 200억원 지원을 결정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5·16 쿠데타와 유신에 관한 한, 한국사 최초의 선거에 의한 평화적 정권교체라는 김대중 정부의 출범 그 자체에도 원죄가 숨어 있다. 5·16이 최선의 선택이었다는 박 전 위원장의 평가에 대해 민주통합당이 길길이 뛰고 있지만, 5·16 쿠데타를 주도한 실질적인 주역, 그리고 유신체제하에서 총리를 지내며 2인자 역할을 한 것은 바로 김대중 정부가 1997년 대선 승리를 위해 손을 잡았던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였다. 나아가 김대중 정부는 스스로 ‘제2의 건국’이라고 자임하면서도 초대 총리에 유신 총리였던 김 전 총재를 앉혔다. 5·16과 유신이 그처럼 문제라면 어떻게 5·16 쿠데타와 유신의 주역이던 김 전 총재와 손을 잡고 그를 초대 총리로 앉힐 수 있을까? 1998년 초 김 전 총재의 총리 임명 당시 개인적으로 비판했듯이, 40년 만의 소위 ‘민주정부’의 초대 총리에 유신 총리를 앉히는 것은 해방 후 세운 ‘민족정부’의 초대 총리에 이완용을 앉히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물론 민주통합당은 김종필과의 연정이 역사적인 정권교체를 위해, 박정희기념관이 영남으로의 동진정책과 지역통합을 위해, 문제가 있지만 불가피한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해명할지 모른다. 그러나 이 같은 선택을 상황론에 의해 정당화한다면, 5·16이 절차와 수단에 있어서는 문제가 있지만 국민들을 기아로부터 해방시키기 위한 불가피한 최선의 선택이었다는 박근혜 전 위원장의 주장과 무엇이 다른가?

중요한 것은 5·16 논쟁이 지나간 공허한 역사논쟁이 아니듯이 김대중 정부와 민주통합당의 원죄 역시 공허한 역사논쟁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는 민주통합당이 무엇을 위해, 무엇을 희생하고, 무엇을 할 것인가 하는 현재의 문제이다. 이제는 상황론과 결과 제일주의를 넘어서야 한다.
  • ?
    사랑방 2012.07.22 20:04

    대단한 통찰입니다. 많이 배웠습니다. 맨 마지막 문장이 깊이 와 닿습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할까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오케이, 오늘부터 (2014년 12월 1일) 달라지는 이 누리. 29 김원일 2014.11.30 71101
공지 게시물 올리실 때 유의사항 admin 2013.04.06 100341
공지 스팸 글과 스팸 회원 등록 차단 admin 2013.04.06 115582
공지 필명에 관한 안내 admin 2010.12.05 147542
12095 이런 박근혜를 보수님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13 로산 2012.07.02 2878
12094 what do you mean by keeping sabbath ? choshinja 2012.07.03 3086
12093 사상검증의 선두주자=맞다고 믿어두자 로산 2012.07.03 2415
12092 2 세들의 이민교회 이탈.. (Silent Exodus) 22 김 성 진 2012.07.04 4675
12091 한이 서린 승리의 피아노 연주 최종오 2012.07.04 2849
12090 아버지 아버지!!! 로또를 물러 주셔서 감쏴 6 로산 2012.07.04 3740
12089 2012년 교회주소록 소유하신 분들 보세요. 2 최종오 2012.07.04 4879
12088 墮落(타락) 깃대봉 2012.07.04 3525
12087 어느 대학생의 이야기 (김성진님 참조) 8 나그네 2012.07.04 3655
12086 ★ 동부 시베리아의 아름다운 풍경 ★ 2 Young 2012.07.05 40418
12085 "재림이 가깝고 심판이 가깝다" .... 는 것이 "기별"인가 ? 4 샤다이 2012.07.05 3096
12084 [2 0 1 2 년] . . 지구촌에서는 이런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 . (+자료-재림) 2 반달 2012.07.05 4875
12083 청년을들 떠나지 않게 하는 방법은 없는가? 4 로산 2012.07.05 3181
12082 악어의 눈물을 흘리던 전쟁 기념관을 기억하는가? 꼭 읽어볼만한 글입니다 2 로산 2012.07.05 2748
12081 [평화의 연찬]『빠빠라기』| 김선만 목사(북아시아태평양지회 PMM 부부장) | <제17회 연찬> | (사)평화교류협의회 평화교류협의회 2012.07.05 4041
12080 박정희 향수를 그리워하는 당신에게 1 신약 2012.07.06 2696
12079 [민초 가족에게 드리는 7월의 선물]: Chanrice & Dion Duet - The Whole Story (+자료수집) 7 반달 2012.07.07 4897
12078 오강남 교수님 집회 안내 15 file admin 2012.07.07 4677
12077 제 생일축하를 해주신 여러분께...(내 페이스 북에 올렸던 글) 3 최종오 2012.07.10 4213
12076 [인간 유전자 게ㄴ ㅗ ㅁ지도] 완성.mp4 (+자료) 8 반달 2012.07.10 6615
12075 로산님 이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11 종북 2012.07.11 4447
12074 Cristofori's Dream / David Lanz 1 1.5세 2012.07.11 2981
12073 박근혜, 이회창 꼴 되나? 1 로산 2012.07.11 2757
12072 일 년 전(2011년 4월호) 교회지남을 읽으면서 느낀 점 1 로산 2012.07.12 3127
12071 지옥에의 초청 3 로산 2012.07.12 2986
12070 다윗과 사울 로산 2012.07.12 3457
12069 [평화의 연찬]『하나님께 피하라』| 김선만 목사(북아시아태평양지회 PMM 부부장) | <제18회 연찬> | (사)평화교류협의회 평화교류협의회 2012.07.12 3164
12068 청년들의 교회 이탈에 관심있으면 꼭 읽어봐야 하는 글.. 4 김 성 진 2012.07.13 3102
12067 이단보다 무서운 큰 교회 사유화...공교회성 회복 위한 심포지엄...교인 상한선·공익 재단 설립 제안 프로모션 2012.07.13 2971
12066 할만큼 했거든 !!! 9 김 성 진 2012.07.13 4789
12065 안식일 교회 망해야한다. 바이블 2012.07.14 2763
12064 청년들의 교회 이탈.... 1 김가네 2012.07.14 2717
12063 청년들의 교회이탈(2) 김가네 2012.07.14 2629
12062 아름다운 사랑 2 깃대봉 2012.07.14 2518
12061 한국교회의 개들. 2 전도왕 2012.07.15 3620
12060 뉴스타트는 정말 잘못된 것인가? 2 궁금이 2012.07.15 2930
12059 학생, 청년 전도법 1(수정: 마지막 댓글에 첫째 천사의 기별과 믿음으로 말미암는 의에 대한 명쾌한 설명 추가) 13 최종오 2012.07.15 4345
12058 우리가 해야 할 시급한 일 푸른잎 2012.07.15 2381
12057 이탈? 거부? 자유? 구도? 2 Brother 2012.07.15 2781
12056 모든것이 똑같아야 하는 안식교회는 잔소리꾼들의 천국.. (수정) 22 김 성 진 2012.07.15 3389
12055 청년들이 교회를 떠나 간다! (김성진님 글을 읽고 한마디...) 5 푸른빛 2012.07.16 3233
12054 물위를 걷는 사나이 - 템즈강을 건느다 1 Young 2012.07.17 2823
12053 입 좀 다물고 걍 냅둬 ~ !! (수정) 16 김 성 진 2012.07.17 3793
12052 이 게시판에 등장한 노 ㅁ팽이 12 김원일 2012.07.17 5092
12051 스탈린 딸과 박정희 딸 1 로산 2012.07.17 3207
12050 수정헌법-공자 앞에서 문자를 쓰면서- 로산 2012.07.17 3387
12049 ㅁㅁㅁ 무엇이 성공을 이끄는가 - Kaist 안철수 석좌교수ㅁㅁㅁ [아침마당] 2012.07.18 3101
12048 템즈강 - 물위를 걷는 남자 청년 사나이 - 길거리 시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서 . . . 4 반달 2012.07.18 3844
12047 툭하면 공직자 종교편향 논란, 국민은 피곤하다 프로모션 2012.07.18 2291
12046 평신도도 목사 된다 2 나그네 2012.07.19 3482
12045 한국제칠일안식일예수재림교회 행정목사들!! 엿 쳐 드세요!!! 나는 용감한 녀석들이다. 8 여자라서햄볶아요 2012.07.19 5174
12044 [평화의 연찬]『남한과 북한』| 김선만 목사(북아시아태평양지회 PMM 부부장) | <제19회 연찬> | (사)평화교류협의회 (사)평화교류협의회 2012.07.19 2590
12043 평신도 목사제도의 허와 실 4 로산 2012.07.20 3757
12042 미국정부가 공개한 가짜 김현희 파일 1 KAL858 2012.07.20 3158
12041 오강남 교수 집회 오늘 금요일 저녁부터 시작합니다 admin 2012.07.20 2664
12040 [7월 21일] . . 잠언서 제 2 1 장 . . 2 잠언 2012.07.21 3379
12039 지상에서 가장 짧고 영원한 만남 로산 2012.07.21 3209
12038 갈수록 태산 로산 2012.07.21 2549
12037 평신도 목사 그리고 카사노바 1 로산 2012.07.21 3753
12036 [7월 22일] . . 잠언서 제 2 2 장 . . (지혜자와 동행하면 지혜를 얻고 . . . ) 잠언 2012.07.22 2750
» “교수님, 왜 그렇게 박정희 욕을 하세요?” 1 로산 2012.07.22 2324
12034 오강남 교수 강의를 듣고와서.... 2 렉시 2012.07.22 3248
12033 “김현희 ‘미군폭약 사용’ 안기부 발표는 거짓말” 로산 2012.07.22 2620
12032 이런 글 써도 안 잡아 간다 로산 2012.07.23 2485
12031 한국 국민들이 . . 사람을 알아보는 두 눈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석좌 교수) 3 반달 2012.07.23 3906
12030 복지 논쟁=대선주자들 특히 답할 수 없는 박근혜 로산 2012.07.23 2511
12029 진리, 그리고 진리교회-1- 1 로산 2012.07.23 2088
12028 ’만사올통’, 그게 뭐지? 2 로산 2012.07.23 2881
12027 청년목사 청빙 공고 시애틀중앙 2012.07.24 3015
12026 “현병철 연임 반대” 인권위 전문위원 4명 사퇴 프로모션 2012.07.24 2197
Board Pagination Prev 1 ... 48 49 50 51 52 53 54 55 56 57 ... 225 Next
/ 225

Copyright @ 2010 - 2016 Minchoquest.org. All rights reserved

Minchoquest.org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