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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4.02 01:07

한국인의 해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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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인의 해학 ==========


 

제물포가 개항되었을 때의 일이다.
제물포는 벌이가 좋다 하여 각지에서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어 성시를 이루었는
데, 그 중에는 목돈을 쥐고 금의환향하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모여드는 사람들 중에는 직업을 찾지도 않고 그저 빌빌거리며 돌아다니는 것이
일과인 사람이 있었다. 그에게 빼놓을 수 없는 큰 일과는 꼭두새벽, 가게 문들이
열리기 전의 거리를 한바탕 샅샅이 더듬는 것이었다. 그는 그 행동을 하루도
거르는 날이 없었다.

 

어떤 호기심 많은 사람이 묻자, 그가 대답하기를,
"돈 좀 주을까 하고 다닙니다요. 이렇게 돈이 흔한 제물포 바닥에 떨어진 돈인
들 없겠소이까. 그래서 새벽마다 거리를 훑는데, 아직 눈에 띄지를 않는군요.
그렇지만 자꾸 다니다 보면 걸릴 때가 있겠지요. 하하하..." 하는 것이었다. 

 

이 말은 어느덧 온 거리에 퍼져서 그는 곧 제물포의 명물이 되고 말았다.
"저것 봐라. 저기 또 온다. 녀석, 머리가 약간 이상한 모양이야. 떨어진 돈이 없나
하고 두리번거리고 다니니, 참 불쌍한 녀석이군."
사람들은 저마다 손가락질을 하며 웃었고, 혹 어쩌다 그를 마주치면 그에게,
"엇! 저게 뭔가? 돈이 아닌가?"
하고 아무 곳이나 가리키곤, 그가 두리번거리면서 눈을 굴리는 모습을 가리키며
배를 잡고 웃었다. 그렇게 놀림을 당하면서도 그는 그의 일과를 거르지 않았다.

 

어느 날, 일본인 가게에서 회계를 맡아보던 한 사람이 이 사내를 단단히 곯여 주
기로 마음먹었다. 신문지를 돈만한 크기로 잘라 듬직하게 만들어서 하얀 종이로
쌌다. 영락없는 돈뭉치 같았다.
'이걸 슬쩍 던져두어야지. 그러면 놈이 좋아라고 집어가겠지?'
회계는 그것을 금고 한 귀퉁이에 넣어 두었다.

 

그 이튿날, 그는 일찍 나와 금고에서 신문지 뭉치를 꺼내 창 밖으로 던지고 유리
창을 통하여 동정을 살폈다. 조금 후에 예상대로 뚜벅뚜벅 발소리가 들려왔다.
'옳지, 저기 오는구나. 흐흐흐... 녀석 두리번거리기는... 바로 앞을 봐라. 아, 이제

봤군. 흠, 녀석 둘레둘레 사방을 살펴보고... 옳지, 집었다. 금새 입이 헤벌어지는

구나. 이 곰 같은 녀석아.'
그는 종일 그 일을 생각하며 혼자 몇 번이나 킥킥거렸다.

 

오후쯤 되었을 때, 회계는 돈을 지불할 게 있어서 금고를 열고 돈뭉치를 꺼내
들었다. 헌데 아뿔싸! 이게 웬 일인가? 돈뭉치를 열어보니, 어제 자기가 잘라
놓은 신문지 조각들이 들어 있는 게 아닌가?
'이런... 바꿔 던졌구나.'

 

회계의 얼굴은 핏기가 가셔 하얗게 변했다. 그는 허둥지둥 거리로 뛰쳐나와 그
사나이를 찾았으나, 그의 모습은 이미 눈에 띄지 않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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