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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6.02 18:49

단식하는 신부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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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은 지금 진실의 인양, 나아가 민주주의의 인양을 애타게 요구하고 있다. 우리 사제들 또한 일 년 넘도록 수장되어 있는 세월호를 생각할 때마다 '광주시민 여러분, 도청으로 나와 주십시오. 지금 계엄군이 시내로 들어오고 있습니다. 함께 나와서 싸워주십시오'하던 80년 5월 27일 새벽의 목소리를 듣고 있다. 지금 대한민국은 무장군대가 도시를 습격하던 35년 전의 봄과 크게 다르지 않다."
-'깊은 바다에 좌초된 민주주의가 부르짖는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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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주교 수원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최재철 신부(왼쪽) 등이 1일부터 6일까지 안산시청 앞 0416 약속지킴이 열린시민공간에서 ‘세월호 참사 진실규명과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단식기도회’에 들어갔다.
ⓒ 박호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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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광주민중항쟁 35주년을 맞아 지난 5월 18일 진도 팽목항 천막성당에서 '세월호 참사 진실규명과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단식기도'에 나서며 발표한 성명서의 일부다.

당시 사제단은 성명서를 통해 광주민중항쟁과 세월호 참사가 다르지 않으며, 35년 전 광주가 보여 준 공공성의 자각, 배려, 공동체적 헌신, 저항 정신, 부활의 씨앗을 마련하는 밀알 정신을 다시 되살려, 세월호 참사의 진실 규명과 민주주의 회복에 나설 것을 선언했다.

사제단의 이 같은 현실 진단은 천주교계의 연대로 이어졌다. 서로 연대하지 않으면 가는 곳마다 광주와 세월호의 참극이 끝없이 반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제단의 단식기도회 제안은 천주교 각 지역교구의 호응으로 이어졌다. 안동교구와 청주교구에 이어 수원교구 정의평화위원회에서 1일부터 오는 6일까지 안산시청 앞 0416 약속지킴이 열린시민공간에서 세월호 참사 진실규명과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단식기도회에 들어갔다.

단식기도회의 하루 일정은 빠듯하다. 오전 8시에 아침기도를 시작한 후 오전 10시에 묵주기도, 12시 낮 기도, 낮 12시~오후 3시 0416 노란묵주 만들기, 오후 3시 묵주기도, 오후 5~6시 유가족 간담회, 오후 6시 저녁 기도, 오후 7~8시 합동분향소 순례, 오후 8시 합동분향소 미사 봉헌으로 하루 일정을 마친다.

단식기도회는 수원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소속 신부와 수녀, 신자 등이 함께 참여하고 있다. 신부 4명은 1일부터 일주일간 전일 단식을 시작했다. 2일에는 수원교구 이용훈 주교도 다녀갔다. 하지만 이날 유가족 간담회는 참여 인원이 적어 무산됐다. 마지막 날인 6일에는 오전 10시 열린시민공간에서 폐막 미사를 갖는다.

"사제 양심에 비춰 그냥 있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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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주교 수원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소속 신부들이 단식을 하고 있는 천막 옆에서 단원고 2학년 5반 고 박성호군 어머니 정혜숙씨와 시민들이 0416 노란묵주를 만들고 있다.
ⓒ 박호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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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식기도회의 실무를 맡은 김재욱 정의평화위원회 사무국장은 "정부의 특별법 시행령이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의 활동을 무력화시키는 과정을 겪으면서 신부님들이 진실을 밝힐 수 없는 것 아니냐고 우려했다"면서 "특히 세월호 참사가 잊혀가는 상황에서 사제의 양심에 비춰 그냥 있을 수 없다는 생각으로 단식을 결정한 것"이라고 전했다.

단식기도회 옆 천막에서는 김 국장과 유가족, 시민 등이 0416 노란 묵주를 만들고 있었다. 단원고 2학년 5반 고 박성호군 어머니 정혜숙(세례명 세실리아)씨는 "간담회를 다니면서 마음을 추스르려고 애를 쓰고 있는데, 이 정부가 시행령 수정을 제대로 도와주지 않아 고통스러울 때가 많다"며 "세월호 특조위가 미궁 속의 사건으로 끝나버린 것처럼 미명 속에 잠기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개탄했다.

정씨는 다른 유가족들의 근황도 들려줬다. 세월호 참사 이후 건강을 돌보지 않고 전국을 돌아다녀 아픈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닌 데다 쉽게 낫지 않을 병인데, 병원 진료를 다들 등한시해 걱정이라고 했다. 정씨 본인도 고혈압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

단식기도회를 이끌고 있는 최재철 신부는 수원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최 신부는 "더 잊지 않기 위해서, 잊히는 것이 정상이 아니기 때문에, 그냥 넘어갈 수는 없어서, 사람들의 관심 속에서 사라질 수 없어서 단식기도회를 하게 됐다"며 "세월이 사람을 무디게 만들고, 기억조차 무디게 만들지만 얼마나 황당한 일들이 벌어졌는지 꼭 잊지 말고 기억해야 세월호의 진실이 밝혀진다"고 말했다.

최근의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 수정 논란과 관련해 최 신부는 박근혜 정부를 강도 높게 비판하면서 시행령의 전면 폐기를 거듭 강조했다.

"도둑이 자기를 조사하겠다는 식의 정부의 세월호 시행령은 폐기해야 합니다. 타협을 해서라도 조금이라도 얻어 내려는 일선의 노력과 고충을 이해는 하지만 원칙적으로는 지금이라도 전면 폐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성숙한 사람이 되기까지는 원하지도 않습니다. 그냥 사람이 되기를 원합니다. 지금 하는 짓은 사람이 하는 짓이 아니고 범죄자가 범죄를 감추기 위해서 진상조사를 막는 것처럼 밖에 안 보이니까요.

원래 감추는 사람이 범인 아닙니까?"

                                                                             <오마이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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