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박근혜 후보의 사형제 발언이 끔찍한 이유


박용현 사회부장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의 사형 관련 발언을 접하고 끔찍한 장면이 떠올랐다. 잔혹한 고문을 당하며 고통 속에 천천히 죽어가는 주인공을 수많은 대중이 환호하며 지켜보던 영화 속 장면. 중세에 행해지던 고문사형(torture-execution)이다. 박 후보는 “인간이기를 포기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흉악한 일이 벌어졌을 때 그 (일을) 저지른 사람도 죽을 수 있다는 경고 차원에서도 (사형제 또는 사형 집행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는 사형을 옹호하는 여러 논리 가운데 가장 문제적인 부분이다. “범죄 억제라는 형사정책적 목적을 위해 사람의 생명을 빼앗는 것은 그 자체로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에 반”하기 때문이다(2010년 헌법재판소의 사형제 합헌 결정에 대한 김종대 재판관의 소수의견). 더이상 범죄를 저지를 수 없는 구금 상태에 놓인 사람을 ‘본보기’용으로 살해하는 사형제는 인간 생명의 도구화다. 이런 논리는 저 끔찍한 고문사형을 정당화하는 길로 이어진다. 잠재적 범죄자를 겁먹게 만들어 범죄 발생을 막겠다고 한다면, 광화문 앞에서 거열형을 집행하는 것만큼 효과적인 것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사형제를 옹호하는 이들도 대부분 이런 논리 확장에는 찬성하지 않을 것이다. 비공개 교수형으로 집행되는 ‘문명화된’ 사형은 고문사형과 다르다고 여길 테니. 칸트도 그랬다. ‘인간을 도구가 아닌 목적으로 대하라’는 위대한 정언명령을 남긴 칸트도 사형옹호론자였다. 그러면서도 잔혹한 방식의 사형은 반대했다.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스스로 포기할 만큼 흉악한 행위를 저지른 자라도, 나는 그가 한 사람으로서 갖는 존엄성을 철회할 수 없다. 사지를 찢는다거나 개한테 물어뜯기게 한다거나 신체를 절단하는 잔혹한 형벌은 인간성 자체를 무너뜨리는 것이다. … 인간 자체가 그런 취급을 받아도 되는 종족으로 추락한다는 점에서 구경꾼들 또한 자괴감을 느끼게 된다.”(<도덕 형이상학>) 칸트가 이런 이중잣대를 가지게 된 것은 우선 죽음에 대한 인식이 오늘날과 달랐기 때문이었다. 그는 영혼의 영속성을 믿었고, 사형은 범죄자를 사회적 관계로부터 단절시키는 것일 뿐 인간의 존재 자체를 소멸시키는 건 아니라고 봤다. 아주 긴 징역쯤으로 여겼다고나 할까. 칸트가 살았던 시대는 오늘날의 교도소와 같은 장기 구금시설이 제도화하기 이전이기도 했다. 칸트가 되살아나 인간의 생명에 대한 현대적 인식과 ‘가석방 없는 종신형’ 등 대체 형벌의 존재 등을 알게 된다면, 과연 지금의 사형제와 고문사형을 굳이 구분할 것인지 의문이 든다. 하물며 ‘본보기 사형’은 그의 정언명령과 절대 양립할 수 없는 이야기다. 어떤 목적을 위해 특정 부류 사람들의 존엄성을 부정할 수도 있다는 태도는 많은 비극을 불러왔다. 국가적 차원에서는 나치의 유대인 대학살이 그렇고, 개인적 차원에서는 성욕을 채우기 위해 자기보다 약한 사람을 한낱 도구로 전락시키는 성폭행범의 심리 상태가 그렇다. 유럽 국가들은 대학살의 경험에서 인권의 자각을 끌어내 사형제를 폐지하기에 이르렀다. 인간의 존엄성을 절대적으로 승화시킴으로써, 용서받지 못할 흉악범에게조차 마지막 한 방울의 존엄성을 남겨둠으로써, 칸트가 말한 ‘구경꾼들의 자괴감’에서 벗어난 것이다. 우리도 유신 시절 자행된 숱한 ‘사법살인’을 비롯해 비극적 경험을 갖고 있다. 어떤 교훈을 새길 것인가. 사형과 고문사형은 다르다고 18세기식 변명만 하고 있을 것인가.


*칸트와 관련된 부분은 넬슨 포터의 <칸트와 오늘날의 사형>(Kant and Capital Punishment Today)을 참조했다.


박용현 사회부장 piao@hani.co.kr


출처: 한겨레 논단

  • ?
    arirang 2012.09.11 17:06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의 '사형제에 대한 인식'은 그의 정체성입니다. 그것을 부인한다는 것은 자기 아버지의 역사를 부정한다고 보는 것이니까요? 30여 년 전 텔레비전에서 봤던 그 모습과 전혀 달라진 것이 없습니다.

     

    저런 인식 가지고 21세기 대한민국을 이끌어 갈 지도자가 될 수 있을까요? 찬반을 떠나서 발언하는 맥락에서 사용하는 언어가 무지하고 천박하게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요? 수첩을 안 가지고 왔나?

     

    아직 대통령 선거가 100일이나 남아서 '선언성' 립서비스로 달라진 인식을 나타낼 수도 있지만, 많이 안타깝군요. 비명에 간 어머니, 아버지. 그의 머릿 속에 그 이후 채운 것이 무엇이었는지 알겠습니다. 안타깝습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오케이, 오늘부터 (2014년 12월 1일) 달라지는 이 누리. 29 김원일 2014.11.30 20072
공지 게시물 올리실 때 유의사항 admin 2013.04.06 47298
공지 스팸 글과 스팸 회원 등록 차단 admin 2013.04.06 63105
공지 필명에 관한 안내 admin 2010.12.05 95018
11885 나쁜 넘은 되지 말라 2 로산 2012.09.05 2085
11884 고환 떼면 여자되나? 6 아리송 2012.09.06 2895
11883 삼육동에 들리는 하늘의 음성 - ““네 형제 ㅈㅇㅁ집사는 어디 있느냐 ? " 이동근 2012.09.06 2540
11882 롬니의 외교정책 (토마스 프리드만) 강철호 2012.09.06 2669
11881 폴 라이언의 흑심 (폴 크루그만) 강철호 2012.09.06 2803
11880 롬니의 진정한 모습 (데이빗 브룩스) 강철호 2012.09.06 5010
11879 한 번만 할 수도 있다는 롬니의 갬블 (로스 도하ㅌ 강철호 2012.09.06 4783
11878 골트, 황금, 그리고 신 강철호 2012.09.06 2254
11877 76년대 식 성정신 1 강철호 2012.09.06 2618
11876 정치보다는 원칙이 우선 (프랭크 브루니) 강철호 2012.09.06 2588
11875 잔인한 자가 귀여움을 가장함 강철호 2012.09.06 3460
11874 존경하는 미주한인교회 협의회장 김동은목사님께 올리는 글 3 이동근 2012.09.06 2413
11873 [평화의 연찬(제26회, 2012년 9월 9일(토)] 내가 달린 13,000km. 내가 오늘도 달리는 이유|박문수(마라토너, 은퇴목사) | 요슈카 피셔(1999) ♣ 『나는 달린다』|선주성 역(2000) | 궁리 (사)평화교류협의회 2012.09.06 2622
11872 호작질 15 file 박성술 2012.09.08 2677
11871 보드카는 넉넉하지만 고기가……. 3 김원일 2012.09.08 2121
11870 하루 42.6명꼴 자살…여전한 'OECD 1위' 오명 arirang 2012.09.08 1748
11869 교회 비리란 예수의 계명과 예수 믿음을 버렸을 때 3 지경야인 2012.09.08 2281
11868 박성술님, 멋있습니다.^^ 11 김민철 2012.09.08 2412
11867 지경야인님께! (예수가 강도 소굴인 교회를 뒤집어 엎다) 2 여자라서햄볶아요 2012.09.08 2074
11866 십일조 창고 도둑은 평신도가 아니다 - 신약 교회의 십일조와 헌금제도는 교회 공동체를 위한 것.(벧전 2:9) 11 이동근 2012.09.08 2649
11865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 베니스 황금사자상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arirang 2012.09.09 1995
» 박근혜의 기함할 발언--우리는 그렇게 사람을 죽여도 좋은가. 1 김원일 2012.09.09 2084
11863 빛의 천사로 가장한 Policy-Monster와 두 개의 저울 추 16 이동근 2012.09.09 2522
11862 재림의 적은 재림교인? 24 로산 2012.09.10 3072
11861 두 손 들고 앞에가 3 로산 2012.09.11 1883
11860 나는 어이가 없어부러야 3 나도 빗물 2012.09.11 2168
11859 한 목사가 목격한 사형수 8명의 최후 2 김원일 2012.09.11 3825
11858 우리는 이런 설교를 얼마나 자주 듣는가. 거의 못 듣는다. 9 김원일 2012.09.11 2262
11857 목사님! 그자의 부랄을 잡아야 합니다. 6 여자라서햄볶아요 2012.09.11 2607
11856 야 이 xx 넘 아 2 선 거 2012.09.12 2189
11855 아이폰5 발표 철통 보안 … 공개 전“소문난 잔치일까 진짜 대박일까”추측 무성 arirang 2012.09.12 1620
11854 아이폰5 나오기 전 ‘일단 팔고 보자’ arirang 2012.09.12 1792
11853 조금 불편한 이야기. "그 자의 부랄을 잡아야 합니다" 의 표현과 관련하여. 18 샤다이 2012.09.12 3688
11852 신과 나와 나르시스의 쉽지 않은 협상--또 하나의 좋은 설교 3 김원일 2012.09.12 1964
11851 사람이 개를 물면 뉴스가 되기 때문 2 로산 2012.09.12 1931
11850 왕위찬탈을 노린 부부 1 로산 2012.09.12 4298
11849 수신제가 1 로산 2012.09.12 1825
11848 5.16이 4.19.3.1운동을 살렸다 2 로산 2012.09.12 2177
11847 딱 걸렸다 이 넘 1 로산 2012.09.12 1577
11846 울어야 하나 웃어야 하나 1 소금 2012.09.12 1622
11845 저자와 독자가 함께하는 '평화의 연찬' - 주에스더와 김동원 목사의 평화의 어울림 연찬 콘써트 - 2 (사)평화교류협의회 2012.09.13 2302
11844 나성중앙교회 50주년 안내 - 동영상 추가 - 4 file 권영중 2012.09.13 2367
11843 지 ~ 딴 에는, 7 file 박성술 2012.09.13 2499
11842 이런 예배를 드리고 싶습니다. 2 설악동 2012.09.13 1559
11841 누구 곡을 붙여 주실분 6 로산 2012.09.13 1585
11840 '뉴라이트(New Right)'의 실체 1 하일동 2012.09.14 2473
11839 진짜 목사 박형규와 대한민국 검사 임은정. 1 여자라서햄볶아요 2012.09.14 2798
11838 가슴 뭉클한 사진입니다. 9 여자라서햄볶아요 2012.09.15 1818
11837 아태지회 전 지회장 전병덕목사의 종신직 행정위원이 대총회 규정이라고? 도덕성이 전무한 양아치 짓에 다름 아니다. 11 여자라서햄볶아요 2012.09.15 2202
11836 십일조 때문에 하나님을 많이 슬프게 할 수는 없지......쌀 반 됫박과 말라 비틀어진 배추 한 잎. 1 여자라서햄볶아요 2012.09.15 1809
11835 우리 시대 최고의 석두를 위하여.... 2 로산 2012.09.15 1569
11834 개보다 나은 사람들을 위한.... 1 로산 2012.09.15 1535
11833 안식일 유감 5 김주영 2012.09.16 1925
11832 어느 목사의 전화위복 6 김주영 2012.09.16 1907
11831 선배, 스승에게서 배우는 교훈은 뭘까? 1 로산 2012.09.16 1586
11830 변하면 죽는다 2 로산 2012.09.16 1614
11829 야곱의 팟죽 그릇에 그만 코를 처박고 죽자 ! 12 박성술 2012.09.16 2025
11828 내 삶을 바꾼 한 권의 책 18 불암거사 2012.09.16 2275
11827 미안해요.함께 할께요. 4 여자라서햄볶아요 2012.09.17 1542
11826 여자라서 햄님 3 입봉 2012.09.17 2129
11825 ㅋㅋㅋ 1 소금 2012.09.17 3983
11824 생생한 뉴스 -이동근 무고죄 제6차 공판 소식 : ㅈㅇㅁ집사는 무덤으로, 이동근은 감옥으로..(?) 또 성공하는가 ? 6 이동근 2012.09.17 2219
11823 이렇게 생각들이 다를수 있나? 2 아리송 2012.09.18 1915
11822 ims - sdarm 2 sdarm 2012.09.18 2804
11821 나는 거짓말쟁이 괴수이다. 13 불암거사 2012.09.18 2100
11820 송영선 금품 갈취 협박 녹음 파일, 유튜브에 공개 3 남양주 2012.09.19 2273
11819 나성 중앙교회 선교 50주년 기념 음악회 순서 안내 입니다. 1 file 권영중 2012.09.19 2435
11818 침례 시문이 과연 필요한가 ? 7 불암거사 2012.09.19 2341
11817 그들은 매우 신기해하며 이렇게 되물었다.당신들은 누구세요? 3 여자라서햄볶아요 2012.09.19 1713
11816 2011.1 신영관님의 글 1 소금 2012.09.19 1735
Board Pagination Prev 1 ... 51 52 53 54 55 56 57 58 59 60 ... 225 Next
/ 225

Copyright @ 2010 - 2016 Minchoquest.org. All rights reserved

Minchoquest.org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