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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읽기] 나중이면 늦으리! / 이나영

이나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

나의 사랑하는 제자들에게. 오늘은 앞으로 5년, 아니 어쩌면 50년 동안 너희의 미래가 결정될 중요한 날인지 모른다. 수은주가 영하 10도 아래로 내려간다는 예보가 있지만, 나는 너희가 기꺼이 한파를 뚫고 투표장으로 나갈 것이라 믿는다. 선거 막판 어김없이 찾아온 안보위협이라는 깜짝쇼, 주류 언론과 관-검-경 합작의 정보조작과 부패한 지식권력의 줄서기가 횡행하는 가운데도 너희는 투표장에서 행사할 그 한 표가 대한민국 국민이 동등하게 가질 수 있는 정말 유일한 권리임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 권리를 행사하기 전 꼭 고려해야 할 사항을 마지막으로 한번 더 짚어 보고자 한다.


그간 여성문제에 대한 사회적 시각은 딱 두 가지로 나뉘어왔다. ‘나중’과 ‘이미’. 이는 대한민국 역사에서 배제되었거나 소외된 여성의 경험을 드러내고, 여성의 입장을 반영한 조직을 구성하고자 할 때마다 반대 논리로 제기돼왔다. 전자는 주로 식민주의나 제국주의의 대항 담론으로 민족주의가 등장할 때이거나 독재정권에 맞서 민주화 투쟁에 몰두할 때이며, 후자는 여성이 남성과 동등한 사회적 지위를 성취했다고 믿는, 혹은 ‘남성이 여성에게 오히려 역차별받는다’는 생각이 지배적인 최근에 자주 등장하는 논리 구도다.


너희가 잘 알다시피 대한민국 역사에 개인은 늘 남성이었고 조직의 일원도 남성이었으며, 리더도 남성-인간으로 표상되어왔다. 남성으로 정의된 열사나 전사, 권력자가 있고, 이들을 부각시켜주는 비가시적인 그림자, 혹은 보조적 존재로서 여성이 있었다. 이러한 표상체계에 인간-노동자-활동가-여성은 없었다. 대신 여성은 조직의 주부, 권력자의 아내, 운동가의 형수 노릇을 수행해야 했으며, 남성 집단 간의 관계를 이어주는 존재이거나 심지어 성적 폭력의 대상이 되어왔다.


이에 저항하면서 성평등을 주창하거나 성폭력에 문제를 제기하던 여성들이 들어야 했던 논리는 단 하나, ‘감히’ ‘나중에’였다. 물론 어느 시기에나 권력자와 부유한 집안의 아내와 딸들은 남성의 입장을 반영하고 수호하며 역사의 전면에 서 있었다. 반면 권력에서 비켜나 있던 평범한 여성들의 목소리는 늘 묵살되었다.


그러한 배경 속에서 1980년대 말부터 여성들은 여성들만의 경험을 반영하는 독자조직의 구성을 추진하게 된다. 사회에서 여성 관련 단체들이 만들어지는 사이 대학에서는 총여학생회 운동이 전개되었다. 이때 수많은 여성은 동료 남성들에게서 ‘조직의 배신자’라는 맹렬한 비난을 들었지만 오늘날 너희가 공기처럼 자연스럽게 느끼는 자유로운 분위기, 상대적으로 활발한 사회진출, 각종 여성정책 등은 다 그들의 열정과 희생 덕분이다.


여성이 역사의 장에서 주체로 막 등장하려는 바로 이 시기에 ‘여성’은 다시 정치의제화되었다. 아이러니는 부분적인 통계적 상승을 빌미로 성평등이 ‘이미’ 달성되었다는 환상을 유포하던 자들이 ‘여성’을 전면에 내세우는 선두 주자로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그간 남성중심사회에 반기를 드는 불온한 목소리에 늘 불편해하던 바로 그 권력의 주체들이 생물학적 ‘여성’을 내세운다. 그들이 말하는 여성, 그들이 대변하고자 하는 여성은 과연 누구일까?


너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여성의 처지는 여전히 ‘나중’과 ‘이미’ 사이에 있으며, 이것이 더 활기차고 더 진보적이며, 더 독립적인 여성 후배들의 성장이 절실한 이유라는 점이다. 이번 대통령 선거를 통해 ‘이름없는 존재’로 살아가거나 ‘이름있는 남자’에게 기생하기라는 이분법적 구도를 깨는 여성 주체의 재구성을 진심으로 고대해본다. 지금 행하지 않으면 나중은 이미 늦으리!


이나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


출처: 한겨레신문 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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