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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후보 중 하나를 사랑해서 "X사모" 자세로 표를 찍는 사람은 투표를 연애하듯 하는 사람이다.

후보 중 누구도 원칙적으로 지지하지 않지만, 시대의 흐름 속 한 곳에서 앞을 내다보며 조금이라도 나은 역사의 작전을 위해 어떤 후보에게 표를 던지는 사람은 선거를 작전으로 하는 사람이다.

나는 내가 "X사모" 자세로 찍을만한 주류 후보를 고국이나 이곳에서 본 일이 없기에, 주로 비주류 후보에게 투표해 왔다. 그러나 경우에 따라서 작전적으로 어떤 주류 후보를 지지하거나 그에게 투표할 수도 있다.


나는 아래 박노자의 생각에 원칙적으로 동조한다. 그런데도 문재인을 지지한 이유는 얼마 전에 퍼온 다함께의 작전적 입장에 더 동조하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잊고 싶지 않은 박노자의 글이다.


나는 왜 대선에 무관심한가


제가 최근에 매우 자주 받는 질문 중의 하나는, "다가오는 대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류의 질문입니다. 대통령의 명목상의 권한이 조선왕조 국왕의 실질적 권한보다 더 많은 사회에서는 당연한 질문일 수도 있는데, 정확하게 "대선"의 문제로 무엇을 보시느냐고 질문자에게 자세히 물으면 대체로는 "박근혜 집권의 방지 방법" 정도에 대해서 고민들 하시는 경우가 많은 듯합니다. 그럴 때에는 저는 질문자에게 너무나 미안하게 되곤 합니다. 왜냐하면, 저는 이와 같은 문제 설정 자체에 대해서 동의하지 못하고 있으며, "박근혜를 막고 민주후보를 밀어주는" 대선 운동론에 대해 무관심합니다. 제게도 대선 정국이 여러 가지 재미있는 가능성으로 보이긴 하지만, 저는 메이저 후보들 사이에 우열순위를 정해 "최악을 막고 차악을 대통령으로 만들자"는 논리를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물론 "박근혜 집권"은 제 개인으로서는 피부에다가 위협으로 다가오긴 하죠. "유신정신"에 투철하신 분이 잘못해서 "대권"쯤 얻으면, 저 같은 버릇 나쁜 틈입자가 예컨대 "애국가를 부르고 태극기에 경례한다는 것이 노예도덕, 개인으로서의 자기자신에 대한 배신"과 같은 이야기를 하다가 어쩌면 국적 박탈 위기에 몰릴지도 모르죠. 감옥에 가지 않고 장기적으로 법정투쟁으로 맞설 수 있는 국적 박탈 위험이야 실은 별 게 아니지만, 이런 의식의 소유자가 청와대를 점령(?)한다면 구속 수사를 당하실 민중투사들도 꽤 많으리라고 예상할 수도 있습니다. 아키히로 통치기의 "사노련 재판", "자본주의연구회 사건" 등등보다 2-3배의 강도로 "좌파몰이"라는 한국 통치자들의 전통놀이 (?)를 즐기시겠지요? 노동자나 철거민 투쟁에는 노무현이나 아키히로 이상으로 어차피 더이상 가혹하기가 어려워 이 부분에 대한 예상을 아무래도 잘 못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와 같은 위험들이 다 있다손 치더라도, "유신 공주"와 그 자유주의적인 경쟁자들 사이의 그 어떤 본질상의  차이를 저는 도저히 발견할 수 없습니다.
 
공주님도 노무현의 嫡子님도 다 "경제민주화"를 들먹이지만, 그들이 이야기하는 조처 (순환출자 제한 등등)로 재벌공화국을 일반적 국민국가로 개조한다는 것은, 폐렴으로 죽어가는 사람을 종합감기약으로 살리는 일만큼이나 불가능한 것입니다. 재벌의 권력을 제한이라도 하자면 재벌 보유 부동산에 대한 집중 고율 과세, 기업세의 대폭적 인상, 대기업과 하도급업체 사이의 거래에의 국가의 적극 개입과 하도급업체의 이해를 고려하는 합리적 부품단가 조절, 그리고 특별한 경우 (계절노동 등)를 제외한 일반적 상황에서의 비정규직 고용 금지 등의, 훨씬 더 급진적 조치들이 필요할 것입니다. 제가 사회주의자로서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은 재벌의 해체와 사회화, 그리고 노동자, 시민사회, 주민, 소비자, 국가에 의한 기업의 계획적인 관리/운영이지만, 현실적으로 재벌을 적어도 "규제"라도 제대로 하자면 위와 같은 "反재벌 정책" 정도가 필요할 듯합니다. 재벌을 키운 박정희의 후광을 업은 후보나, 재벌의 문어발식 경제 장악을 사실상 방관, 방조한 "실패한 자유주의 개혁가" 노무현의 후광을 입은 후보나, 이 문제를 해결할 것 같습니까? 그리고 민중의 두 명의 敵 사이의 선택이 없는 "선택"에 우리가 그렇게까지 신경써야 합니까?
 
물론 아키히로의 대실패 이후로는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대놓고 외치는 솔직한 (?) 메이저 후보들은 인제 없습니다. 이렇게 솔직했다가는 "복지 수사" 경쟁에서 밀리고 말지요. 신자유주의에 피로해진 대중들은 "복지"라는 말을 무조건 듣고 싶어하고, 그러한 수요가 있는 만큼 메이저 후보들이 "복지"에 대한 온갖 수사와 이런저런 "구체적 공약"들을 공급해줍니다. 고교 완전 무상화, 저임금 가정 출신 대학생 등록금 면제, 무이자 학자금 대출, 국공립대 공동학위 수요, 취직 원서 제출시 학력 기재 금지 등등등... 뭐, 보수 정객의 입에서 나올 것 같지도 않은 말들입니다만, 이 말이 나온다는 점은 "복지"에 대한 민중적 열망이 얼마나 강한지를 잘 보여주기도 합니다. 그런데, 公約이란 사실 空約에 불과하다는 사실 (혹시 5년 전의 "747공약"을 기억하십니까? 우리가 그 동안 7% 성장을 본 적은 있었나요?) 이외에는 이 이야기를 완전히 무의미한 데마고기로 만드는 것은 바로 그 부분성입니다. 무이자 학자금을 대준다고 해서, 정도의 차이는 약간 있어도 어차피 가난한 가정 출신의 대학생이 졸업하고 제대로 된 일자리를 찾지 못해 바로 빚쟁이로 전락하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입사원서에서 학력기재를 안한다 해도 어차피 면접에서 대략적으로 파악이 가능할 것이고, 부모의 돈으로 쌓이는 화려한 스펙 (해외언어연수 등등)이 없으면 가난뱅이의 아들딸에게 어차피 취업의 관문은 바늘구멍입니다. 괴물화된 "명문"사립대들이 엘리트의 상당부분을 배출하고 사립대들이 전체 "대학업 시장" (?)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구조에서는 국공립대만을 개혁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무의미하고, "공동학위"가 주어진다 해도 서울에서 서울국립대를 다닌 사람의 선후배네트워크 등은 그대로 남을 것입니다. 공공성이 전무하며, 공공부문이 아주 미발달하며, 사립대와 같은 사적 마피아들이 판을 치며,  국가가 부추겨온 비정규직 양산 등으로 빈부격차가 멕시코 수준으로 커지고, 광적인 경쟁 속에서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이 지옥에서는, 메이저 후보들이 이야기하는 "복지"는 임종의 환자에게 연고를 발라주는 격이나 됩니다. 도대체 이들의 승패에 대해 저까지 왜 걱정해야 합니까?
 
물론 제게도 다선 판에서는 이런저런 "관심"들은 있습니다. 민중, 즉 노동자와 농민의 후보가 유세 과정에서 이 체제가 본질적으로 변혁돼야 한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얼마나 설득력있게 이야기할 것인가, 극우와 자유주의자들 사이의 싸움판이 우리들의 싸움이 아니라는 사실을 얼마나 많은 노동자들이 깨닫고 메이저 후보들에 대한 관심을 끊고 노동자 후보에게 표를 줄 것인가, "대선"에 모든 주목이 쏠리는 상황에서 노동자, 민중세력이 얼마나 잘 단결하여 적어도 민중 사이의 이데올로기적 헤게모니를 장악하기 위해 얼마나 제대로 움직일 것인가 - 등등의 관심들입니다. 대선이든 총선이든 그 무슨 다른 선거든, 그 결과는 어떻게 되든간에 그 과정에서는 우리에게 발언을 하고 체제에 균열을 내고 사람들 생각을 약간이라도 바꿀 "기회"들이 주어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 궁극적으로 한국 민중의 운명은 대선 판에서 결정되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거리, 광장, 파업 현장, 학습을 하는 교실 - 이런 데에서 결정될 것입니다.   


출처: 박노자 글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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