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니문 없는 박근혜, 성공할 수 있을까
한겨레 성한용 기자의 대선읽기에 동의 못하는
이유
(서프라이즈 / 부천사람사는세상 / 2012-12-22)
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졌다.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 그리고 최근의 이명박 보다 더 많은 득표를 했지만
경쟁자였던 박근혜보다 100만표 적게 득표했다. 20~40대는 문재인에게 몰표를 줬다. 그리고 50대 이상은 박근혜에게 몰표를 줬다. 50대
이상이 더 많았다.
이번 선거에서 특이한 점은 50대의 투표율(89%)과 그들의 박근혜 몰표 성향이었다. 조중동 및 각 방송에서는 50대의 표심을 분석하는 기사를 연속적으로 내놓았다. TV토론에서 이정희 막말 영향을 가장 큰 이유로 제시하고 있다. 이정희는 막말하지 않았다. 이들은 이미 다음을 위해 작업 중인 것이다. 대부분 국민들이 느꼈고, 최측근에서 일했던 전여옥이 주장했듯이 박근혜는 자질이 부족했고 이정희는 이를 말했다. 그러나 언론에서는 지금 ‘이정희 = 진보 = 막말 = 문재인 패배’라고 대문짝만하게 써놓고 있다.
어제 늦은 시간의 지하철에서 맞은 편에 앉았던 60대 중반의 두 남녀의 대화가 들렸다. 서로 소근거렸지만 지하철에 사람이 없어서 잘 들렸다. 그들은 말했다. ‘이제 박근혜가 당선되어서 발 뻗고 잘 수 있다’고. 순간 귀를 의심했다. 도대체 이게 무슨 말인가. 그들은 문재인이 되면 안보가 불안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평도 포격사건에서부터 최근 발사에 성공한 장거리 미사일에 이르기까지 이명박 정권 때문에 안보가 흔들렸는데, 그들은 문재인이 불안했다고 말했다. 이명박이 미친듯이 방송과 언론을 장악하려 했던 까닭이 생생히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선거가 끝난 후에 몇 차례 분석하는 글을 쓰려고 했으나 포기했다. 도무지 분석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피부로 접하는 선거 후유증은 매우 심각하다. 특히 문재인에게 몰표를 준 20~40대는 경제 주축들이다. 각종 게시판에 나타나는 그들은 지금 치유가 필요할 정도로 상처가 싶다. 그리고 그들은 이제 직접 행동에 나설 것임을, 응징에 나설 것임을 공공연히 토로하고 서로의 공감을 얻고 있다.
그들은 말하고 있다. 지하철과 KTX 민영화에 찬성할 것이라고. 그렇게 되면 박근혜에 몰표를 준 노인계층이 더 이상 무료승차권을 얻지 못하게 될 것이니까. 의료 민영화에 찬성할 것이라고. 경제활동을 하는 자신들은 병의원을 이용할 수 있을 테니까. 노무현 정부에서 시행한 노령연금도 폐지해야 한다고도 말한다. 골목상권에서 박근혜 몰표가 나온 점을 말하며 대형마트를 이용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들은 ‘봉하마을’에도 차마 못 가겠다고 말했다. 경상도에서는 기름도 넣기 싫고, 밥 한 그릇도 먹고 싶지 않다고.
역대 대선 이후의 분위기도 이러했는가? 그렇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명박이 당선되었을 때조차도 이러지 않았다. 물론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되었을 당시 패배한 이회창 지지자들도 상당수였으나 멘붕을 겪지 않았다. 그런데 왜 문재인 지지자들은 이러할까. 바로 이 대목을 이해하면 박근혜 당선자가 불행할 수밖에 없는지를 이해하게 된다.
최악의 불행한 당선자 박근혜
대한민국은 대통령중심제이다. 그렇기 때문에 5년에 한 번씩 시행되는 대선은 전국민적인 시대정신을 모으는 작업이기도 하다. 김대중 대통령은 ‘사상 첫 정권교체’라는 시대정신이 존재했다. 패배한 측에서도 그 대의를 무시할 수는 없었다. 이회창이 떨어져서 아쉽지만 정권교체의 대의 역시 시대정신임을 패배한 측에서는 인정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변화와 개혁’이라는 시대정신을 주창했다. 그러했기에 ‘행정수도이전 및 지역균형발전’이라는 공약을 내놓고도 수도권 몰표를 얻었다. 이명박은 지금에 와서 보면 사기꾼일 뿐이지만 선거 당시에는 경제불황에서 나라 경제를 구할 능력자로 인식되었다. 친노에 대한 응징은 그들에게는 덤이었다. 패배한 측에서는 도저히 이길 수 없는 선거에 동의했다.
박근혜에 대한 정산을 해보자. 박근혜는 이겼지만, 박근혜의 시대정신은 존재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안보를 책임질 대통령, 민생경제를 구할 대통령, 반값등록금을 실행할 대통령이라고 하지만 그것은 구호일 뿐, 시대정신이 아니다. 최초의 여성대통령이라는 키워드는 충분히 매력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무능하고, 무식하기 때문에 ‘왜 하필이면 저 여자여야 하는가?’라는 반문에 바로 직면하게 된다. 결혼도, 육아도 해보지 않은 그녀가 ‘여성성’을 들고 나오는 것도 여간 어색하다.
1,469만표를 획득하고도 선거에서 진 문재인 지지자들은 박근혜에게서 시대정신을 읽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당선을, 그를 지지한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하고 지금 절망하고 있다. 경제주축 세력인 이들을 포용하지 않고서는 그녀는 결코 성공하지 못할 것이고 국정을 이끌고 나가지도 못한다. 그래서 첫 일성이 ‘포용, 소통’이라고 말했지만 과연 그녀의 생각일까? 참모들이 수첩에 적어준 글일까? 반대자들은 그것조차 의심하는 상황이다. 이미 TV토론에서 세 차례나 확인한 지적 능력이 아닌가.
박근혜 당선자의 현실은 불행하다. 20~40대의 압도적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수도권에서의 그녀에 대한 안티는 60대 이상 몰표 수준으로 심각하다. 당선자이지만 국민과 허니문이 없다. 이 시간에도 박근혜가 무슨 말과 정책을 내놓더라도 상상 이상의 비판적인 글과 조롱이 실시간 댓글로 달린다. 심지어는 이명박 이상으로 말이다. 그녀가 20~40대의 마음을 다독거리는 포용정책을 과연 내놓을 수 있고, 비판 세대들은 수용할 수 있을까? 어려울 것이다. 이들은 그녀의 ‘자질’이 턱 없이 부족하다고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정책으로 극복될 대목이 아니다.
한겨레 성한용 기자의 대선읽기, 동의 못하는 까닭
22일(토) 한겨레에 성한용 선임기자의 대선읽기가 게재됐다. 퓰리처가 말했듯이 의견은 자유이다. 선거에서 왜 문재인이 패했는지 성한용도 자유롭게 말할 수 있다. 그러나 그의 결론에는 선뜻 동의할 수 없었다. 아니 동의 자체가 되지 않았다. 한겨레 정치부 선임기자의 분석이 이러하다면 실망이다. 마감에 쫓기었던가. 그는 20~30 유권자들을 동원의 대상으로 삼았던 민주당, 시민사회, 진보 성향 언론에 책임이 있기 때문에 나서서 사과하고 위로해야 그들이 치유된다고 주장했다. 이 도대체 무슨 해괴한 주장인가. 20~40대가 민주당, 시민사회, 언론에 의해 휘둘린 계몽의 대상일 뿐이었나. 그래서 이들을 끌고 다녔던 사람들이 책임지라는 의미인가? 지금 한겨레는 젊은 유권자들을 그 정도 수준으로밖에 안 보는 것인가?
이명박과 박근혜의 본질을 제대로 전달하지 않고 미화에 바빴던 종편, 조준동, 김재철의 MBC, 김비서 등에 대한 비판은 왜 한 줄도 없는가? 박근혜가 민생을 말했던가. 선기기간 내내 안보, 종북, 친노만 말했다. 18대 대통령이 되겠다면서 현 집권세력인 17대를 말하지 않고 16대 정부의 실정만 주야장천 공격했다. 앞으로 19대, 20대 새누리당 후보도 직전 집권세력은 건너뛰고 무조건 16대만 말할 것인가. 문제는 이들의 말도 안 되는 이런 주장이 인터넷을 잘하지 못하는, 그래서 다른 주장을 접하기 어려운 60대 이상에게 먹혀 들었다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이 때문에 발생한 선거패배의 책임은 누구에게 더 있다고 봐야 맞는가.
박근혜는 3차례의 TV토론에서 말도 제대로 못했고, 자신의 생각을 조리있게 내놓지도 못했다. 토론 태도도 좋지 않았다. 말 잘하는 사람, 똑똑한 사람 뽑기 대회는 아니나, 그녀는 구의원조차 되어서는 안 되는 평균 이하였다. 이러한 평가는 대부분 젊은 사람들의 생각과 일치한다. 그런데 대통령에 당선됐다. 패배를 인정할 그 어떤 시대정신을 찾을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악령에 미쳐 박근혜에 몰표를 준 50대 이상 한번 당해봐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유창선 등을 비롯해 민주당에 악담을 퍼붓는 평론가, 분석가들도 있다. 안철수에 의존한 선거 초반전략은 개인적으로도 아쉽다. 그러나 반대로 안철수가 단일후보가 되었더라도 민주당 세력을 흡수하기 위해 문재인에 의존했으리라. 패인을 그렇게 찾아서는 안 될 것이다. 이번 선거는 50대 이상이 악령에 이끌려 투표했다. 17대 이명박에 몰표를 주었을 때에는 그가 나름 명분을 내세우고 당선되었기 때문에 인정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인정할 수도, 하려 해도 안 된다. 속이기 가장 쉬운 무능한 상사의 전형적인 유형 박근혜! 대다수 직장인들의 평가일 정도다.
개인적으로 박근혜는 야권, 범야권 인사를 대거 등용하는 거국내각을 출범시키지 않으면 20~40대의 지속되는 거부감으로 인해 그 어느 정책도 기대효과를 얻기 어려울 것이다. 박근혜에게 허니문은 없다. 그리고 이번 선거의 후유증은 민주당, 시민사회, 나꼼수에게 나올 수도, 찾아서도 안 된다. 하이에크가 말한 자생적 질서, 20~40대는 지금 게시판에서 스스로에게 치유에 필요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나를 포함한 그들은 스스로 해답을 찾아낼 것이기 때문이다.
부천사람사는세상
“노무현 당선시킨 40대들이 50대가 됐다고 이렇게…”
성한용 선임기자의 대선읽기 홍대입구에서 조그만 술집을 하는 30대 후반 여성은 투표 다음날 새벽 3시에 후배에게 전화를 걸어 “나 이제 못살겠다. 이제 착하게 안 살고 세금도 안 내고 그럴 거다”라고 말했다. 그는 후배를 껴안고 울었다. 30대 중반 기혼여성 아무개씨는 앞으로 정치에 관심을 갖지 않기로 했다. 처음으로 정치에 큰 기대를 걸고 문재인 후보를 찍었지만, 졌다. 역시 정치는 해답이 아니라고 결론을 내렸다. 가족과 떨어져 자취를 하는 20대 대학생 아무개씨는 19일 밤 12시가 넘어 아버지에게 갑자기 전화를 했다. 놀라서 전화를 받은 아버지에게 그는 “세상이 왜 이러냐”고 항의했다. 그는 안철수 전 후보 때문에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됐다. 가까운 친구들은 이번에 다 문재인 후보를 찍었다. 선거 결과를 도저히 납득할 수 없었다. 20대 초중반 대학생들은 19일 밤 지인에게 이런 문자를 보냈다. “슬프고 답답하네요. 정말 어떡하죠?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해도 눈물만 납니다. 제가 뭘 잘못하고 있는 것만 같아요. ” “10년 전 노무현을 당선시킨 40대들이 50대가 됐다고 이렇게…” 18대 대통령 선거 결과 문재인 후보를 찍었던 유권자들의 상처가 깊다. 그 중에서도 문재인 후보를 압도적으로 지지했던 20∼30대는 집단적으로 공황 상태에 빠져들고 있다. ‘박근혜를 찍은 부모와 문재인을 찍은 자식들’ 사이에 선거 때문에 앙금이 쌓였다는 사례는 너무나 많다. 왜 그럴까? 20∼30대의 절망이 큰 데는 이유가 있다. 첫째, 세상을 바꿔 보겠다며 전례없는 결속으로 문재인 안철수라는 분출구를 통해 ‘선거 혁명’을 시도했다가, 더 강하게 뭉친 기성세대에 의해 맥없이 진압됐기 때문이다. 세대투표 2002년보다 강해져 야권·시민사회·언론 큰 책임 이번 선거에서는 세대별로 지지하는 후보가 달라지는 ‘세대투표’ 현상이 전보다 훨씬 더 강하게 나타났다. 20대의 65.8%, 30대의 66.5%는 문재인 후보를 찍었다. 2002년 노무현 후보를 찍었던 20대가 59%, 30대는 59.3%였던 것에 비해 훨씬 더 지지율이 올라갔다. 2002년에 40대는 노무현 48.1%, 이회창 47.9%로 절반씩 나뉘었지만, 2007년 40대는 문재인 55.6%, 박근혜 44.1%로 문재인 후보 지지가 많았다. 지금 40대는 10년 전 30대였다. 그러나 50대와 60대 이상의 결집도 만만치 않았다. 2002년 50대는 57.9%, 60대 이상은 63.5%가 이회창 후보를 찍었지만, 이번에 박근혜 후보를 찍은 50대는 62.5%, 60대 이상은 무려 72.3%나 됐다. 정확히 10년 전 노무현 이회창을 반씩 나눠서 지지했던 50대가 박근혜 후보로 기우는 바람에 이번 대선 승부가 갈렸다고 볼 수 있다. 둘째, 패배의 경험이 없다. 그래서 충격이 더 크다. 정치적으로 철이 드는 10대 후반이나 20대 초반 이후 20∼30대는 정치적으로 결집한 적도 없지만 패배한 적이 한 번도 없다. 첫번째 세대투표가 벌어진 2002년 대선에서 그들은 승리했다. 그들의 윗세대인 40대는 이른바 ‘386’이다. 1980년 서울의 봄 이후 신군부의 쿠데타를 겪었다. 1987년 6월항쟁으로 승리했지만 김영삼-김대중의 단일화 실패로 좌절한 경험도 있다. 1990년 3당합당 이후 1992년 김영삼 후보의 당선을 보고 “불의가 승리할 수도 있다”는 경험을 했다. 산전수전 다 겪은 것이다. 이들은 이번 대선을 ‘질 수도 있지’라고 담담히 받아들이는 편이다. 하지만 패배의 경험이 없는 20∼30대는 사정이 다르다. 세대간 갈등의 후유증이 앞으로 어떻게 나타날까? 정치 혐오증이 다시 깊어질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새누리당이나 보수 성향의 50∼60대는 환호하겠지만, 젊은 세대가 정치에 참여하지 않는 대한민국의 미래는 암담하다. 세대간 충돌로 번질 수도 있다. 하지만 치유와 단련을 거치면 민주주의의 동력이 될 수 있다. 어떻게 해야 할까? 안철수 전 후보가 치유에 도움을 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안 전 후보는 지금 미국에 있다. 20∼30대의 좌절은 젊은 층 유권자들을 동원의 대상으로 삼았던 민주통합당, 시민사회, 진보 성향 언론에 상당한 책임이 있다. 따라서 이들이 나서서 젊은 층 유권자들에게 사과하고 위로해야 한다. 좌절을 거쳐야 희망이 온다고 알려줘야 한다. 박근혜 당선인과 새누리당, 그리고 50∼60대가 해야 할 일도 있다. 더이상 이벤트 정치로 젊은 유권자들을 현혹하려 해서는 안 된다. 20∼30대의 고통을 내 문제로 끌어안고 그들의 문제를 해결해 주어야 한다. 그것이 가장 중요한 통합이다. 출처 : http://www.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566572.htm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