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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3.18 21:11

자화상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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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3.19 15:07수정 : 2013.03.19 17:07

 잔잔한 평화의 영감을 주는 얼굴들
편하고 순한 모습에서 행복을 읽는다

휴심정 바로가기

많은 종교와 철학에서 자기 각각 존재 이유를 설명한다. 왜 존재 하는가 그렇다면 어떻게 존재해야 하는가를. 물론 그 이면에는 생명가진 누구나가 행복을 원한다는 명제를 단다. 그 누가 자기가 불행하기를 원하겠는가?

아는 분이 어렵게 시간 내어 이곳을 찾아왔기에 함께 몇 군데 불교 성지와 인도 히말라야 쿠마온(Kumaon) 지역과 가르왈(Garwal) 지역을 다녀왔다. 이 히말라야 지역은 인도 힌두교의 본 고장으로써 종교 철학 신화 전설 민담 등의 뿌리이기에 순례자가 끊이지 않는 곳이다. 어쩌면 일생에 한번은 이 성지를 순례하고자 한다. 운 좋게도 우리는 궂은 날씨를 한번 만나지 않고 이른 봄 히말라야 맑은 설산 정취를 마음껏 누릴 수가 있었다.

자연 경관의 아름다움이야 말할게 있겠는가. 그러나 이번 여행길에서 이 시대의 기준이 될 그런 사람을 만났다는 게 행복이었고, 어쩌면 이생에 그분들은 잔잔한 평화의 영감을 줄 사람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적어도 그분들은 현시대의 어떤 문명 최첨단 이기물을 다루며 살아가는 풍요나 편리와는 거리가 먼 사람들이었다. 그런대도 그런 편한 모습 순한 자태나 행복한 사람의 얼굴을 지닐 수가 있을까. 우선 그분들은 모두 순하며 착하게 보이고 편해 보인다. 허긴 착하게 살아야 행복하며 마지막 떠날 때도 행복하게 잘 간다. 잘 살아야 잘 가고 다시 잘 오는 것이다. 이번 길에서 우연히 만난 그분들의 사진과 함께 그분들의 꾸밈없는 지금 여기의 현재 삶을 함께 보고자 한다.

흙벽집에서 차 끓이는 노인

쿠마온 지역의 디디핫(Didihat) 동네 높은 산정에 있는 시르콧 데비(Shirkot Devi) 신전에서 이른 아침의 찬란한 히말라야 연봉 비경에 넋을 잃고 내려왔다. 큰 길에서 근 십리길이기에 오르내리는데 힘이 든다. 신전 아래쪽 계단 시작점에 흙으로 지은 움막의 인도 전통 짜이집이 있어 무심코 들었다. 노인장이 마른 나무로 불을 지피며 차를 끓이는데 꽤 시간이 걸린다.

이런저런 이야기 속에 그분 삶이 그려진다. 알고 보니 네팔사람이다. 나이 일흔 여섯, 그 한자리 두어평 움막집에서 차를 끓여 팔며 살아 온지가 25년 채란다. 위쪽 신전에 모셔있는 신상 보다 이 노인이 더욱 경외심을 주는 것 같다. 태평하니 편해 보이는 이 노인이 과연 고층 도심 속의 바쁜 나날을 상상이나 할 수 있을 것이며 일상생활의 복잡한 관계 속에서 반복되어 일어나는 손익계산이며 스트레스를 알기나 할까. 한자리 25년의 무심한 세월이 멈추는 듯, 그 차 끓이는 노인은 그저 자기 삶에 만족인가 한다.

세상 편한 웃음짓는 히말라야 산골 할아버지

길 가다 한 고갯길에서 쉬고 있었다. 산골 마을의 할아버지들이 여럿이 모여 담소를 나누는데 보기가 좋아 다가갔다. 웃기도하고 누가 오면 인사도 나누며 세상 편한 자리다. 나마스까로 정중한 두 손 합장 예를 드리고 일이 있어 오셨다는 한 노인에게 몇 가지를 물었다. 당신 집은 이십 여리 아래쪽 마을이고 올 팔십 둘이라 신데 정말 정정한 자세다.

자식은 아들 딸 하나씩에 손주 손녀가 여섯이며 증손이 넷이란다. 내가 나이 들어 저런 모습으로 늙어 갈 수 있을까. 이런 맘 편한 순수한 웃음을 지을 수가 있을까. 사진은 웃는 모습이 하도 좋아 몰래 촬영 했다. 먼 훗날 그 길 다시 간다면 사진이라도 드리고 싶다. 그런데 과연 그 자리를 다시 갈 수가 있을까?

길가의 찻집 노인

이동 중 찻길에서 풍광 좋은데 자리한 짜이집이 보여 쉬기로 했다. 꽤 나이 들어 보이는 할부지가 여유 있게 그래도 성냥으로 불 켜는 가스레인지로 차를 끓인다. 말이 찻집이지 깨끗함에 익은 사람들은 그 찻잔이며 짜이 끓이는 도구에 그냥 자리를 뜰 것이다. 곁들이는 사진을 보면 짐작이 갈 것이다. 팔십 하나시란다.

필자가 길 떠날 땐 늘 챙겨가는 손톱깎이로 부끄러워하는 안색에 시종 웃음 띤 노인장 손톱을 일행 중 한사람이 곱게 깎아 드리도록 했다. 이걸 선물로 드린다고 하니 아이처럼 좋아하신다. 이럴 때 필자는 인생길의 행복이다. 하찮은 손톱깎이 하나로 이런 기쁨을 보다니. 이 노인은 늘 웃음을 짓는데 웃으면 딱 하나 남은 아랫니 치아가 보는 이로 하여금 웃음을 자아낸다. 아마 이 사진 보는 누구나가 배시시 웃음을 지을 것이다. 이런 초라한 삶에 그날그날 매상엔 관심 없는 듯 이런 편한 모습이다.

탑돌이하는 무스탕 할머니

순례 중 바라나시의 녹야원에서 초전법륜 대탑 주위를 탑돌이 하면서 만난 할머니이다. 왜소한 몸매에 염주 굴리며 중얼중얼 걸으시는 모습이 너무 곱고 아름답다. 티벳 할머니이다. 얘기를 나눠보니 참 멀리 멀리에서 일생 한번 죽기 전에 마음먹고 나온 순례자이다. 네팔 안나푸르나 뒤쪽 무스탕(Mustang)에서 겨울 피해 적어도 죽기 전에 소원을 이룬, 자기희생이 베인 멀고 먼 길을 나온 인생의 마지막 여한이 없는 순례자인 것이다. 일흔 여섯 돌마(Dolmma) 할머니. 손주 하나가 인도로 나와 성공했다며 이런 길을 만들어 줬다는 그 할머니. 어찌 그리도 맘 편해 보이는지, 어떤 귀중품으로 몸치장 안했지만 이리 아름답게 보이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옛날 읽은 책 한 구절이 떠오른다. 글 쓰신 분은 "이 세상에 가장 아름다운 게 어쩌면 만고풍상 다 겪은 호호백발 할머니의 걸으시는 뒷모습"이라고 말했다. 무스탕 지역은 그 옛날에 티벳 땅이었지만 영국이 인도를 지배할 때 나라 국경선이 달라져 지금은 네팔 땅이다. 물론 티벳 사람들이 산다. 필자는 1989 년 가을에 그쪽을 들러본 일이 있었다. 안나푸르나 빙 도는 산행 길 중 마지막 토롱패쓰(Thorong Pass: 5.416메타)에서 북쪽으로 길이 따로 나 있다. 지금은 그 높은 3.760 메타 높이의 묵티나쓰(Muktinath)까지 찻길이 나 있어 일주일 정도의 걸음품을 앗아 준다. 아마 그 할머니는 늦은 봄 오월이 되어야 순례길 접고 고향땅 무스탕에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유형기의 순례자 노인들

마지막 사진은 지난번 남부 인도 힌두 사원에 인생길 마지막인 유형기에 순례 나온 인도 어르신들이다. 이 사진을 찍고는 지금도 사진을 볼 때마다에 행복한 마음이다. 참으로 인생길 다 접고 이제 삶을 포기하고 정리하러 나온 맘 편한 순례자들을 우연히도 만났기 때문이다.

이런 편한 모습 행복한 모습 마음의 평화를 가진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우리 모든 생명 가진 이들은 행복을 원하며 애써 살아가지만 행복하지 못하다는 게 사실이 아닌가. 왜 그럴까? 이유는 많기도 하다. 우선 욕망이 크다. 더 가지고 싶고 더 높은 지위 더 큰 명예 더 즐기고 싶으며 정말 끝이 없는 게 우리 사람의 욕망이 아닌가.

부처님 한 말씀: “욕망을 성취한 그대여 불행하여라. 왜인가? 그대 앞에 또다시 더 큰 욕망이 기다리고 있으니까.” 한번 조용히 생각해볼 말씀이다. 우리는 만족할 줄 모르고 감사 할 줄 모르는 시대에 살고 있다는 말인가. 그러지 않다. 우리가 그럴 인격이나 덕을 갖추지 못해서인 것이다. 지금 이곳 나의 존재는 다 이웃 덕택인 것을 알아차리지 못해서인 것이기도 하다. 그러기에 남에게 쉽게 화를 내고 또 스스로 쉽게 좌절하며 초라해지는 게 몸에 익어버린 지금 우리 현대인들이다.

이번 히말라야 진풍경을 관망하면서 한 사진을 첨부하여 올려 본다. 쿠마온 지역 성자 나라얀 사원에서 보이는 성산 난다 데비(Nanda Devi: 7.820메타)를 중심한 설산 연봉 일출 풍광인데 맑고 힘찬 기운이 서려 있어 너무 좋다.

글 보시는 모든 분들이 지금 여기 이 삶에서 늘 마음 편하시고 조용한 행복의 인생길이시기를 기원 드리며 글을 맺는다.

무르익는 히말라야 봄날에, 비구 청 전 두 손 모음.


청전 스님

가톨릭 신부가 되기 위해 광주 대건신학대에 다니다 송광사 방장 구산스님을 만나 출가했다. 1988년 인도로 떠나 히말라야에서 달라이라마를 만나 그의 제자가 되었다. 매년 여름 히말라야 최고 오지인 라다크를 찾아 고립된 티베트 스님들과 오지 주민들에게 약과 생필품을 보시하고 있다. 어느 산악인보다 히말라야를 많이 누빈 히말라야 도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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