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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관도 악업이다 (<금강신문> 기고문) 박노자
불교 관련 글 2013/03/23 23:32   http://blog.hani.co.kr/gategateparagate/58363



밑에다가 첨부한 것은, 제가 며칠 전에 <금강신문>에 기고한 내용읍니다 (출처: http://www.ggbn.co.kr/news/articleView.html?idxno=23154 ). 이 기고문에서는 제가 연기론적 특색이 강한 불교의 언어로 아주 단순한 생각을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구조적인 사회-정치적인 폭력이 행사되어지는 場에서는, 그 폭력에 저항하지 않는다는 것이 바로 그 폭력을 묵시적으로 긍정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그런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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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며칠 전에 나의 〈동아시아 종교와 철학〉이라는 강좌를 듣는 학생들에게 불교 원론을 가르쳤다. 근본오계를 소개하면서 불살생계가 맨먼저라고 이야기하자 어떤 학생이 “왜 하필이면 불살생계가 먼저냐”고 물었다. 나는 생명을 죽이는 것이 망령된 말이나 도둑질, 음주보다 훨씬 더 많은 원한을 만들고 더 많은 악업을 발생시키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리고 불교는 살생 그 자체는 물론이고 살생하려는 마음, 즉 살의(殺意)까지 문제 삼는다고 덧붙였다.

한데 과연 칼을 들고 타인의 신체를 찌르는 것만이 살생인가? 직접적인 살생 못지 않게 어떤 약자를 죽게끔 놓아두고 신경을 끊는 간접적 살생 내지 살생 방조 역시 같은 악업을 발생시키리라고 본다. 두 해 전 32세의 최고은 감독이 병과 굶주림으로 사글세방에서 고통스럽게 죽었을 때 이는 자연사라기보다 사회적인 타살이었다. 즉, 약자를 보호하는 시스템도 마련해주지 못한 이 사회 전체가 최고은을 간접적으로 살생한 셈이다. 이 악업은, 정글 식의 사회적 룰을 당연지사로 여기는 우리 모두에게 있지 않겠는가? 그리고 과연 우리가 이러한 방식으로 간접적으로 살생한 사람이 최고은뿐인가? 가난한 독거노인이 병과 배고픔으로 유명을 달리하는 것은 신문에 단신으로 처리되거나 아예 그 어떤 반향도 일으키지 않는다.

지금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 두 명이 벌써 백일 훨씬 넘게 송전탑에서 농성하면서 점차 건강을 잃어가고 있다. 자신의 목숨을 갉아먹으면서 그들이 요구하는 것이 법원 판결에 따르는 비정규직들의 정규직화인데, 이 요구를 묵살하고 있는 회사의 태도를 우리 사회의 다수는 당연하게 여기는 모양이다. 이 회사의 회장인 정몽구 씨와 그 아들 정의선(부회장) 씨가 지난 3년 동안 주식배당금으로 가져간, 이 회사의 모든 비정규직들의 정규직화 비용을 훨씬 초과하는 1888억원도 우리 사회에서는 당연지사다. 한쪽에서는 목숨을 걸고서 자신의 고유한 권리를 찾아야 하는 것이고, 또 한쪽에서는 상상을 초월하는 부를 계속 축적해나간다. 이와 같이 탐욕과 자기애, 폭력으로 충만한 시공간에서는 계속해서 간접적 살생이 벌어지지 않을 수 없다.

불자가 된다는 것은 말로만 되는 것이 결코 아니다. 불교의 신구의(身口意) 삼업(三業)의 논리대로 생각, 그리고 행동도 같이 이루어져야 한다. 인드라망처럼 복잡하게 모두 다 얽히고 설킨 이 사바세계에서는 ‘나’만 직접적인 살생을 안한다고 해서 살생의 악업을 피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모든 법들이 상생의 인연 관계 속에서만 존재할 수 있다는 불교의 관계론적 논리 차원에서는 타자들과 완전하게 단절돼 있는 ‘나’는 없다. ‘나’와 같은 땅을 밟고 같은 공기를 마시는 ‘나’의 이웃들이 강자의 폭압으로 인해서 송전탑 농성과 같은 거의 절망적 형태의 상황으로 내몰린다면, 그리고 ‘나’는 어쩌면 저 노동자들의 피눈물과 땀으로 만들어진 자동차를 타게 될 수도 있다면, 방관과 무관심이 결국 ‘나’도 약자를 괴롭히는 강자와 함께 악업을 짓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부처가 되는 길은 꼭 산간의 암자에만 있지 않다. 지금, 여기에서, 기득권자들의 폭력과 착취를 멈추게 하는 데서도 불제자가 되는 길은 열려 있다.

한겨레

그런데 나는 왜 제목에 안식교라는 말을 넣었을까.
나도 잘 모르겠다.
누가 좀 가르쳐 주시기 바란다.
(퍼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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