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도의 힘 54 – 불알에 땀 나드끼>/남덕현
- 지 여피가 좋아유?
- 잉, 여그가 젤루다 따땃헌 것이 맹당이네? 낭중에 죽어서두 이런대루다가 묘자리를
쓰야 허는디! 살어서두 이 모냥으루 훈훈허니 잠이 솔솔 오는디 죽으믄 월매나 단잼이겄어?
- 아줌씨는 맹당인 줄 몰러두 지는 아주 죽겄슈?
- 워쪄?
- 넘 생과자 구루마 여피서 대꾸 똥을 싸지르믄 워쩐대유?
- 내가? 원제? 나 아적까정은 정신 말짱헌디?
- 아줌씨 말구, 아줌씨 닭 말이유!
- 닭이 워쪄?
- 닭똥 냄시두 안나유? 지는 아주 코가 썩어 문드러져유!
과자에서 닭똥 냄시가 나믄 사램덜이 사묵을 맴이 나겄슈?
그라구 인자 팔라구 댈꾸 나왔는디 뭐헐라구 대꾸 맥인데유?
워떤눔이 사가기두 전에 먹다 짜구나서 뒤지겄슈!
대꾸 뭘 맥이니께 쟈가 인자 설사까정 허는거 아뉴?
기냥 똥이믄 지가 말을 안허겄는디, 물똥 냄시는 참말루 견디기 힘드네!
- 뭔 냄시가 난다구 대꾸 그래 쌌는댜?
- 아줌씨가 아적까정 잼이 들 깨서 그류! 워찌케 코를 좀 벌렁벌렁 혀 봐유, 냄시가 나나 안나나!
- 밸 오도깨비 소릴 다 듣겄네! 뭔 냄시가 난다구 그랴? 당최 모르겄는디!
- 환장허겄네! 워디가서 마늘 좀 읃어다 줘봐유.
- 마늘은 워쪄?
- 지는 당최 냄시 못 견디겄슈! 콧구녕에 마늘이래두 박으야지!
- 얼래? 문딩이 콧구녕인게배? 마늘을 다 쑤셔박구!
생과자 좌판옆에 자리잡은 노인은 닭 몇마리를 우리에 챙겨나왔다.
요즘 직접 닭을 잡고 털을 뽑는 사람이 어디 흔하던가.
흥정도 붙지 않는 무료한 시간을 달래느라 장터 구석을 돌며 채소 쪼가리들을
모아 와서는 꾸벅꾸벅 졸면서 닭을 먹였다.
그럼에도 죽음을 예감한 닭들은 앞 다투어, 그야말로 '죽을 똥'을 싸질렀다.
'죽을 똥'이니 냄새가 어찌 순하겠는가.
생과자의 타박에도 불구하고 노인은 딴 곳으로 움직일 의사가 전혀 없어 보였다.
무료하기는 생과자도 마찬가지.
실랑이를 벌이던 둘은 이내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고, 죽을 똥을 싸면서 울부짖는 닭 소리에 화들짝 놀라 눈을 뜨곤 하였다.
- 참말루 환장허겄네! 아줌씨, 워디가서 소 불알이래두 훑어 와 봐유!
- 워쪄?
- 귓구녕이래두 틀어 막으야지 원! 자다가 놀래 자빠지겄슈!
목청 존 놈으루다만 뽑아 온규?
- 뭔 소리가 난다구 그래 싼댜?
- 안들류? 아줌씨두 신나게 주무시다가 시방 쟈들 우는 소리 듣구 놀래갖구선 왕방울 만 허게 눈 뜬거 아뉴?
- 심봉사 뺑덕애미 허벅지 비구 낮잠 자다가 헛눈 뜨는 소리허구 자빠졌네! 내가 원제 잠을 잤다구 그런댜?
- 얼래? 울 엄니 허구 한 치두 안 달브네? 테리비 끄구 주무시라구 허믄 침 닦으믄서 내가 원제 잤다구 발광허냐구 역정 내시드만 아줌씨가 딱 울 엄니유!
- 연설허네! 그라구 지 귀구녕 막는디 넘의 불알은 왜 찾는댜? 지꺼는 읎는가벼?
- 왜 읎슈? 있슈! 지가 고자유?
- 있기는 헌디 원판 잘으니께 귓구녕으루 또르르 굴러 들어갈깨비 넘 불알 찾는게벼?
- 그류! 쥐좆만혀서 그류! 워쩔규?
- 워쩐댜! 불알은 쥐만 헌디 귓구녕은 소만 혀서? 서룹겄다 참말루.
- 얼래? 뛰다 죽겄네 참말루!
‘생과자’가 말과는 달리 느긋하게 일어나 주걱으로 과자를 한번씩 뒤집어 주었다.
단내가 햇볕을 타고 오르자 닭들이 머리를 치켜 들고 다시 한번 길게 울었다.
노인은 금세 다시 낮잠 속으로 빠져 들고 있었다.
그 모양을 지켜 보는 ‘생과자’의 입가에 빙긋 미소가 돌았다.
연한 젤리 하나를 집어 들고 노파의 등을 가볍게 두드렸다.
- 자슈?
노인이 황급히 눈을 떴다.
- 얼래? 안 잔다니께 대꾸 그랬쌌네?
- 아니, 이것 줌 자시라구유!
생과자가 손사래를 치는 노인의 입 속으로 젤리를 밀어 넣었다.
- 이 모냥으루 큰 눔을 느 주믄 우덜 같은 늙은이덜은 잘 씹지두 못허구 침만 질질 흘리는디?
- 씹지말구 기냥 쪽쪽 빨믄서 살살 녹여 자슈.
- 그랴두 이눔은 너무 큰디? 딴디루 가라구 와이루 맥이는겨 시방?
- 그냥 공꼬루 드리는 거니께 암말두 말구 자셔유!
- 공꼬 치구는 너무 큰디? 불알은 쥐만 혀두 통은 소불알이네?
- 불알 크믄 뭐 헌데유?
불알에 땀 나드끼 뛰어야 갠신히 먹구 살까 말까 허는 시상인디?
그 큰 불알에 원제 땀을 범벅으루 쳐 바른데유? 안그류?
쥐불알만 허니께 시방 모냥으루 풀칠이나 허구 사는규!
- 근디 내가 얼렁 팔구 가야 지비두 장사를 헐틴디 워쪈댜?
- 단거 잡숫구 심내서 얼렁 팔구 들어가유! 그라구 손님이 워떤눔이 좋으냐 허믄 저기 저눔 있쥬? 저눔이 젤루다 실허다구 혀유.
- 저눔? 워쪄서?
- 저눔이 젤루다 씨그럽게 쳐 울어싸니께 그라쥬!
나란히 젤리를 우물거리며 사설을 풀던 둘은 이내 다시 낮잠속으로 빠져 들었다.
오감 가운데 깨어있는 것은 오로지 미각인 듯, 둘은 지긋이 눈을 감고 오른쪽,왼쪽 볼을 번갈아 부풀리며 젤리를 우물거렸다.
- 기른규?
갑자기 닥쳐온 흥정에 노인이 황급히 젤리를 뱉어내고 말을 받았다.
- 그라믄 기르지 워디서 맹글어유?
- 맻 년 기른규?
- 접때 틀니 새루 헐 때 부텀 길렀슈.
- 아줌씨 틀니 헌 게 언젠줄 지가 워찌케 안데유?
- 영감 보청기 헐 때 한티 혔는디?
- 영감님 보청기는 원제 혔는디유?
- 팔순 잔치 헐 때 자석덜이 장만혀 줬슈.
- 환장허겄네!
흥정이 붙기도 전에 손님은 벌써 멀어져 갔다.
실망감에 사로잡힌 노인이 바닥에 떨어진 젤리를 쳐다보며 입맛을 다셨다.
생과자가 젤리 하나를 다시 건네주자 노인이 겸연쩍게 웃었다.
- 애구! 대꾸 공꼬루 주믄 지비는 워쪈댜? 바닥에 떨어진 눔 깨깟이 휑궈서 먹어두 쓰는디?
- 아줌씨! 그래갖구선 워디 닭 털 하나래두 팔것슈? 여피서 치다 볼라니께 아주 지 불알에 땀이 나다 못혀서 땀뜨기가 나겄슈 야?
노인이 흙 묻은 젤리를 슬그머니 우리 안에 넣어 주었다.
닭들이 노을처럼 붉은 벼슬을 흔들어 대며 젤리를 쪼았고 다시 죽을 똥을 싸질렀다.
똥에서 단내가 났다.
이 장바닥 같은 지독한 세상에는
곧 팔려가 잡아 먹힐 닭인양 죽을 똥 싸지르며 갇혀 사는 이들이 있으며
또한 그들을 두고 가격(경제적 이익, 종교적 구원)을 흥정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매서운 겨울 추위에도 눈을 뚫고 인동초가 피어나듯이
달콤한 젤리 한 덩어리를 슬쩍 밀어 주는 이들이 있기에
이 지독한 세상에서도 추위를 견디며 봄을 소망합니다.
우리는 어떤가 생각해 봅니다.
혹 우리의 이기심과 탐욕의 주머니는 소 같이 크고
이타심과 나눔의 통은 쥐방울만 하지는 않은지?...
워떤겨,
지비는 뭐가 더 큰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