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 감사합니다.

by 김재흠 posted May 17, 2013 Likes 0 Replies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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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느 때 같으면 이 시간에 창 밖이 환할 텐데 싶어 주방에서 유리문 가까이 다가섰다.

땅에 물기가 젖어 보이는 데 애교스럽다. 매일 정한 시간과 정한 급수량으로 자동 급

수하나, 그 물 덕분에 나무나 채소가 잘 자라는지 알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니

급수 자체에 신바람이 나질 않는다. 그러나 이렇게 하나님이 내려주시는 급수는 적은

양으로도 감사를 실감한다.


그저 땅 거죽에 가랑비 자국이나마 보이면, 나무 전체가 샤워한 모습이라, 특히 온몸

에 물기를 머금고 금방 수영장에서 나선 수영 여자 선수 몸매를 보는 느낌이랄까.

세히 눈길을 나무에 주고 골고루 시선 마사지를 하니, 물기로 윤기나는 잎사귀들이

풍성하니 석류나무가 매끈한 몸매를 자랑한다. 진작부터 그 석류나무들 아래 있는 스

윙 벤치에서 백일몽을 기대했잖은가.


그러잖아도 식탁에서 식사할 때면 자연히 밖에 시선이 가고, 그럴 때마다 벌꿀이 열

심히 석류꽃을 방문한다. 그뿐 아니라 벌새도 맞장구치며 귀여운 모습이 보는 이를

설레게 한다. 벌새나 벌이 열심히 드나들고 나면서 꽃은 시들고 여기에 아주 작은 석

류 열매가 맺기 시작하면서 빨간 꽈리처럼 자라기 시작한다. 그런가 싶으면 어느 날

탐스런 열매들이 늘어져 실에 매달린 야구공처럼 주렁주렁하면, 그 품에 묻히니 미친

.


평소에도 겨울이 지나기 전에 앞마당이 붉은 카펫처럼 모든 시선을 유혹할 때나,

마당 과일 나무에 매달려 언젠가 갑자기 눈에 다가선 과일이 성큼 자라서 뽐내는 걸

볼 때, 별로 관심이 없던 채소밭에 무성한 잎사귀가 성급히 다가올 때, '아이고, 하나

, 감사합니다.'하고 혼자 속삭인다. 애초 나무나 채소류를 심고 가꾸는 일이  아내

손이라 하지만, 누구 시선이든 끌리면, 기뻐하게 마련이다. 애초 그 기쁨을 무상으로

무제한 다시 채울 수 있다.


이처럼 주위에 찬미하는 기쁨을 얻기까지 가꾸면서도 가꾸는 이는 그 과정에도 기대

때문에 즐겁고, 끝내 성숙한 자태로 본인과 주위까지 기쁨을 주니, '하나님, 감사합니

.'란 탄성이 절로 난다. 손자가 오죽하면, '할머니 가든 굿 가든'이라면서 자청해서

돕겠다고, 어떤 때는 할머니 집에 들어서자마자 올 때 늘 버릇처럼 꼭 챙기는 자기 연

장을 챙겨 들고 뒷마당으로 뛰어든다. 이때 할머니가 뒤뚱거리며 뒤따르는 모습,

한 별미라.


이렇게 이런 손자 모습이 꼭 벌새처럼 보이니 이 또한 감사할 일이 아닌가. 그러니 이

래저래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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