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에서 운동하느라 정해진 루트를 산책하던 걸 어떤 연유로 그만둔 지 수개월 되었
으나 오늘따라 새벽처럼 서둘러 함께 걷자고 하여 잠에서 미쳐 깨나지 않은 상태로
함께 나가리라 서둘렀다. 한 30분을 전처럼 돌고 와서 잠은 깨었다고 하나 다시 잤으
면 싶지만 돌아오자 전날 마무리 짓지 못한 작업을 서둘러 대강 마무리짓고 식사를
하고 나니 또 시장을 가기로 한 전날 약속이 있으니 함께 차를 타고 나갔다 왔다.
돌아오니 점심시간이라 시장 본 물건을 곁들여 점심을 마치고 책을 보려니 피곤하여
어느새 낮잠이 들었다. 컴퓨터를 열어놓고 책과 함께 자료를 찾아가면서 읽다가 그렇
게 되었기에 컴퓨터 팬 돌아가는 소리에 잠이 깨었다. 가능하면 밝은 창을 대강 가려
서 실내조명을 은은하게 만들어 둔 터라 낮잠을 잘 잤다. 거실에 혼자 있으면서 이렇
게 되었지만, 눈을 떠보니 조용하여 외로움이 밀려왔다. 아내는 아내대로 아마 내실
에서 조용하다.
그런 가운데 어떤 계기에서 떠오른 생각인지는 모르나 만일 운명하는 마당에 옆에서
지켜보는 아내에게 이 세상을 떠나면서 마지막 남기는 말이 있다면 무엇일까 하는 생
각에 미치자, '여보, 나 먼저 가오, 저 세상에서 다시 만납시다.'하고 눈을 감는다고
하자. 여기까지 상상을 하니, 잠에서 깨기는 했으나 차마 마음이 개운치 못하다. 부부
의 인연이 이렇게 허망한 것인가. 하기는 죽으면 끝이지 그 후에 뭐가 남은 게 있을
까. 천국이니 뭐니 하지만, 실제, 시체는 분해되고 흙 속 미생물의 먹이가 될 뿐 이지
하는 생각을 하니, 벌써 온몸에 땀이 솟는듯하다.
남아있는 아내는 남편 사후 인생살이가 즐거우면 다행이나, 고생하면서 남편을 울부
짖으며 찾는다 한들 죽은 사람이 대답할 수 없을 테고, 이미 썩어 없어진 지 오래라,
묘비에 통곡하는 길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니 내외가 살아있는 동안이나 서로 잘하고
사별하는 마당에는 미련 없이 제 갈 길로 돌아서면서 뒤를 다시 돌아보지 않는 당찬,
매몰찬 자세가 미망인에게 도움이 되리라. 죽은 사람이야 죽으면, 이 세상 모든 인연
이 끝난 것이고 죽은 자가 무슨 할 말이 더 남은 건 아니니까.
더구나 젊어서 자녀 뒷바라지로 자기 인생을 피곤하게 이끌어왔으니, 웬만한 문제 때
문에 짧은 인생을 아내나 이웃을 향하여 거품을 물고 저주하거나 미워한다면, 이는
참으로 어리석은 짓이리라. 사실 그럴진대, 인간이 이런 미련한 짓을 왜 훌훌 털어버
리지 못할까. 미운 상대 때문에 이편이 고생하거나 잃는 것이 있는 것도 아니라면, 상
대에게 마음을 열어야 하거나 그 미운 상대를 피하는 길밖에 없으리라.
동네를 걷다 보면 갑자기 개가 짖으며 괴롭힌다. 그렇다고 그 개를 미워한들 아무 소
용이 없다. 그 개 때문에 잃는 것이 있는 것도 아니라면, 미워한다고 해결되는 것도
아니니, 그저 피하면 그만이다. 바로 이런 이치는 부부 관계나 인간관계에서도 같다.
상대에게 피해나 불편을 주지 않도록 노력할 뿐이다. 이러다 보면 서로 애틋한 감정
이 솟아, 남아 생존한 자가 더 원통할까?
하기는 죽으면 끝이지 그 후에 뭐가 남은 게 있을
까. 천국이니 뭐니 하지만, 실제, 시체는 분해되고 흙 속 미생물의 먹이가 될 뿐 이지
하는 생각을 하니, 벌써 온몸에 땀이 솟는듯하다.
죽으면 끝이 아니지요. 신앙에는 초보가 아니라 아직 입문도 안 하신 듯합니다. 교회 가시면 유유자적하게 선남선녀들의 찬양 감상만 하지 마시고 영혼과 교회의 존재이유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해보심 어떠실까요. 전혀 누룩이 들어가지 않은 생사람의 소리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