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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6.28 01:42

‘난독증’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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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독증’ 대한민국
2013-06-28 오후 1:19:26 게재


2007년 10월 4일에 대한 기자의 기억은 '곤란'과 '놀람'이라는 단어로 시작된다. 당시 통일부를 출입하고 있던 기자가 당일 세계가 주목하던 '10·4 남북정상선언' 기사를 쓰지 못해서가 '곤란'이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석간' 마감시간까지 발표가 이뤄지지 않아서 신문에는 내용을 전혀 반영하지 못했다는 것이 맞다.

당일 남북정상이 선언문에 서명하고 발표한 시간은 오후 1시. 이미 석간신문이 배포되고 있을 때다. 당일 최대 뉴스를 외면할 수도 없고, 발표문은 없고… 결국 좋은 내용의 발표가 있을 것이라는 모호한 내용의 '소설'만 담을 수밖에 없었다. 1면에는 마감시간 문제로 기사를 다루지 못해 죄송하다는 '셀프사과'도 함께 실었다.

이날 오후 받아든 선언문은 깜짝 놀랄 수준이었다. 추상적인 수준의 합의만 있는 통상의 정상회담 발표문과 달리 매우 상세한 내용까지 담겨져 있어서였다. 종전선언 추진과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같은 굵직한 성과도 있었다. 기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깜짝 놀랄만한 성과"라고 평가했던 기억도 난다.

그리곤 곧바로 궁금해졌다. 2박3일 평양에서 어떤 일이 있었을까.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은 어떤 이야기를 나눴을까.

그런 점에서 (공개해선 안되는 것이지만) 국가정보원이 공개한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은 6년 가까이 기자가 품고 있던 궁금증을 풀어주는 열쇠가 되고 있다. 당시 상황이 눈에 그려지면서 "아~ 이래서 이렇게 됐구나"라며 혼자 탄성했다. 지인들에게는 "한 달이라도 우려먹을 만한 내용"이라고 얘기하기도 했다.

그런데 회의록을 '읽은' 일부 보수인사와 새누리당 의원들이 갖고 있는 것은 전혀 다른 판본인 모양이다. 기자가 눈을 씻고 봐도 찾을 수 없었던 'NLL 포기발언'이 명확하단다. '유치원생들도 척 보면 알 정도'라고 한다. 일부 의원들은 "김정일에게 NLL을 통째로 갖다 바쳤다"며 노 전 대통령에게 "나라 팔아먹을 사람"이라는 모욕적인 언사도 서슴지 않고 있다.

물론 노 전 대통령의 태도가 굴욕적으로 보이는 것은 맞다. 일부 표현은 오해를 불러일으킬 만하다. 그렇지만 앞뒤 맥락을 따져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NLL 포기'가 없었다는 점을. 대신 노 전 대통령은 어려운 것은 건너뛰고 쉬운 것부터 풀자는 전략으로 김 전 위원장의 NLL 재설정 요구를 요리조리 피하고 있었다.

'협상과 설득'의 과정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굴욕적이라는 부분도 일부 이해 가능하다. '영업현장'에서는 흔한 일 아닌가. "사장님 입장 다 이해 합니다" "제가 어디 가서든 '대단하신 분이라고' 사장님 자랑을 많이 합니다" 같은 표현은 '영업맨'이라면 상투적인 것에 속한다. 그렇다고 "그 회사 가서 근무하지 왜 우리 회사서 이러고 사냐"고 하진 않는다.

노 전 대통령도 이왕 마주앉은 만큼 더 많은 것으로 얻어내고 싶었을 것이다. 김정일 전 위원장의 발언이 '바이블'로 통하는 북한 체제상 숙이고 들어가더라도 '확답'을 끌어내는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을 내렸을 것이다. 국내 정치에서 판판히 깨진 만큼 남북관계에서는 성과를 우뚝 세우겠다는 욕심도 보인다. 그런 욕심, 대통령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는 것 아닌가.

나의 능력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상대를 궁지에 몰아 나의 이익을 취하겠다는 태도는 나라에도, 국민에도, 자신에게도 도움이 안된다. 문제를 들추기 위해 맥락을 부정하고, 부분 부분의 자극적인 발언을 긁어모아 포장하는 모습은 '의도적 난독증'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한 지인은 페이스북에 "(모교) ○○○ 국어선생님 감사합니다. (명문인) ○○고 국어선생님 보다 제가 국어를 더 잘 이해하도록 가르쳐 주셔서요"라고 썼다. 역사교육에 이어 국어교육도 다시 세워야 할 판이다.

정치팀 허신열 기자 syhe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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