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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삼 <오늘의 교육>편집위원

2008년이었던가, <로이터> 통신이 선정한 ‘올해의 이미지’에 퇴역한 해병들이 운영하는 ‘청룡 극기 캠프’에 참가한 초등학생 아이들 사진이 선정됐다. 열살이 갓 지났을까, 진흙 범벅의 꼬마 아이들이 잿빛 군복을 입고 애처롭게 봉체조를 하는 모습은 정말 보기 괴로웠다. 나는 이런 프로그램을 보면서 견딜 수 없는 뒤틀림을 느꼈지만, 텔레비전에 심심찮게 등장하던 이런 종류의 청소년 극기 캠프 장면은 언제나 아이들에게 전에 맛볼 수 없었던 ‘야성의 깨달음’을 일깨워주었다는, 배움과 성장의 서사로 분칠되었다.


교관은 기진맥진한 아이들에게 묻는다. “잘할 수 있습니까?” 텔레비전을 보는 내가 중얼거린다. 모든 걸 다 빼앗아 놓고, 대체 뭘 잘하라는 말인가? 안경 렌즈에 흙탕물이 잔뜩 튄 해사한 여자아이는 젖 먹던 힘까지 다해 “열심히 하겠슴다”를 복창한다. 뭘, 더, 어떻게 열심히 해야 된다는 말인가? 간악한 복종의 요구와 지향 없는 맹목의 다짐, 아이들에게 그나마 남아 있을 자연의 선함 마지막 한방울까지 쥐어짜 ‘군기’라는 맷돌에 갈아 분쇄시켜 끝내 주저앉히는 이 잔인한 제의가 온 나라에서 그렇게 ‘성업’중이라니. 여기에 아이들을 밀어넣으라고 채근하는 교육청, 이따위 프로그램이 갖는 교육적 의미에 대하여 눈곱만큼도 성찰하지 않고 순순히 따르는 학교, 그 틈바구니에서 돈 좀 벌어보겠다고 꼬여든 장사치들, 공주의 다섯 아이들은 이들에게 살해당한 것이다.


무자격 업체, 무자격 교관들이 운영한 ‘짝퉁 해병대 캠프’라고 떠들고들 있다. 그렇다면 ‘원조 진짜배기 해병대 캠프’가 이런 따위 프로그램을 돌려야 한다는 말인가? 극기 정신과 협동심을 배양한다고? 솔직히 말하자. 그저, 말 안 듣고, 게으르고, 나약한 ‘요즘 아이들’, 맛 좀 보여주겠다는 수작 아닌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짧은 대학생활을 맛본 적지 않은 남자아이들은 군대를 가고 싶어했다. 대학이 자신의 삶에 아무런 희망도, 의미로운 존재도 될 수 없음을 깨달은 아이들은 두려워졌고, 이런 상태로는 이 냉혹한 세상에서 살아갈 수 없으리라는 불안이 엄습했다. 그래서 아이들이 선택한 자기단련의 공간은 군대였다. 그러나 아이들이 정말로 군대를 선택한 것인가? 이 체제가 아이들을 군대로 떠민 것이다.


빠릿빠릿해야 한다, 위아래 잘 살피며 눈치 있게 처신해야 한다, 상처는 드러내지 말고 홀로 견뎌야 한다, 군대의 교육학은 대략 이런 얼개를 갖고 있다. 어설픔, 눈치 없는 주견머리, 상처와 나약함들은 쓸어내고 꺾어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인간이 안고 살아갈 수밖에 없는 ‘약함’이자 우리들 인간성의 소중한 한 원천이다. 어설픔이 용인되는 인간관계, 나약함을 감추지 않아도 되는 공간, 상처를 함께 견뎌가는 그 과정에서 우리는 성장한다. 강하고 빠릿빠릿한 자들의 세계가 그렇게 그리운가? 그곳은 폭력이 대수롭지 않게 자행되는 곳, 공허한 내면 속에는 생존 본능만 남아 있는 가련한 좀비들의 군락지가 아닐 것인가?


훈련병 시절, 교관에게 전해들은 이야기가 떠오른다. 철모에 위장포를 씌운 뒤 대검을 들고 숲으로 들어가 10분 안에 위장을 완성해서 집결하는 훈련이 있었다. 다들 시퍼런 잡풀들을 꺾어 위장포에 꽂은 채 되돌아왔는데, 한 훈련병이 진달래, 개나리, 철쭉을 한아름 꺾어 둥근 철모를 꽃밭으로 수놓은 채 되돌아왔다는, 어느 전설적인 ‘고문관’의 이야기였다. 신병교육장을 뒤집어놓은, 군대의 교육학에 천진한 테러를 가한 어느 ‘고문관’의 ‘거룩한 바보짓’을 생각하다 나는 살해당한 다섯 아이들의 운명을 생각하며 괴로워진다. 삼가, 고인들의 명복을 빈다.


이계삼 <오늘의 교육>편집위원

출처: 한겨레 신문 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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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기자기 2013.07.26 12:52

    어떤 교회를 가니까 마침 청년들을 위한 무슨 선교사 모집을 권하는 설교를 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그런데 우리 청년들을 남아시아 지역으로 선교여행을 보내야 하는 이유가

    한국에서는 군대를 같다 오면 사람 되는데

    미국에서는 군대에 안 가니까

    군대 보내는 셈치고 보내라는 것 이었습니다.


    젊었을 때 부모 떠나 죽도록 고생 한 번 해봐야 부모와 교회에 충성하는 사람 된다고요.


    그 때 생각이 우리 아들 딸들을 비싼 경비 드려 가며 해외로 선교 여행 보내는 이유가

    고작 단기 군대 유격 훈련 보내서 우리 자녀들 군기 잡으려하는가 하는 의문이 들었지요.


    그 설교 중 한 번도 그 지역인들의 취약하고 어려운 환경에 도움을 주러 보내는 것이라는 말이 없더군요. 

    약간, 아니 많이 씁쓸한 군대 모병 광고를 듣는 것 같았습니다.


    뭐 물론 부모들을 설득하려니 그렇다고 이해는하지만 동의는 안되더라는 말이지요!

    같은 경우는 아니지만, 

    그런 사고방식이 결국에는 이런 참사의 근본 원인이 되었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추 : ‘믿는 사람들아 군병 같’이 되지 말고 양민 같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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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주영 2013.07.26 13:00

    월남 파병 군인들이

    베트콩들 (분명 민간인들 포함) 을 어떻게 잔인하게 죽였는지 

    그 무용담을 자랑스럽게 말하는 걸 들으며 자랐습니다. 

    삼육학교 선생님도 그런 말을 자랑삼아 하면서 월맹은 따이한을 제일 무서워한다.... 어쩌구. 

    그런 도덕 불감증 깜깜하던 시대 

    그리로 다시 돌아가려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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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근철 2013.07.27 01:03

    외국의 경우는 어떤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패스파인더 클럽을 군대식으로 운영하려는 분들이 있더군요.

    헌신적인 여성 지도자들에게서조차  "군기", "짬밥"이라는 말이 사용되고

    "제식훈련"을 그야말로 군대식으로 가르치는 것을 보면서

    많이 안타까웠습니다.

    철없을 땐 야상도 걸치고 다녔지만

    이젠 "군병"이라는 말을 들으면 중세의 "십자군"이 떠올라 왠지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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