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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들 ‘지옥 노동’에 숨졌는데…일 “근대화 상징” 관광개발

배를 타고 해상에서 하시마를 바라보면 바다에 떠 있는 군함처럼 보인다.

강제징용자 한 서린 일 ‘군함도’를 가다

기온 40도 해저 1천m서 강제노역
한인들 1925~45년 122명 숨져

일본인 여행객 “일본 한창때 연상”
여객선 모니터엔 “해저탄광 유적”
일,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추진

지난 8일 오후 일본 규슈 나가사키만 앞바다 외딴섬 하시마(端島). 초목이 거의 없는 불모의 섬은 회색 성벽으로 둘러싸인 채 황량하게 떠 있었다.

피스 크루즈(평화의 항해)에 참가한 일본 시민단체 회원 100여명과 함께 선착장에 닿자,
이내 일제 강점기 강제동원된 조선인들이 ‘지옥문’이라고 불렀던 들머리가 나타났다. 한번 들어가면 살아서 나오기 어렵다던 단 하나뿐인 통로였다.
뭉툭한 굴 모양의 두꺼운 콘크리트로 된 지옥문에서 강제동원됐던 이들이 마주쳤을 공포와 불안, 고립감이 떠올라 등골이 서늘해졌다.
 

문을 지나자, 악명 높던 미쓰비시 하시마탄광 강제노역 현장이 앙상하게 골조만 남은 콘크리트 건물 사이로 생생하게 드러났다.
식민지 한국인들을 끌고 가 임금도, 식량도 제대로 주지 않은 채, 침략전쟁에 쓸 석탄을 캐도록 내몰았던 바로 그곳이다.

“하시마는 지옥섬, 감옥섬이었다.” 하시마에서 가까스로 살아 돌아온 최장섭(85·대전)씨는 지난달 말 국내에서 만났을 때도 치를 떨었다.
 “막장에서 죽도록 일하고, 어둡고 습기찬 숙소로 돌아가는 일상을 반복했다. 배고프고 힘들어서 날마다 몸에서 쥐가 나는 바람에 잠조차 제대로 이룰 수 없었다.
 45년 8월 원폭이 떨어질 때까지 2년 반 동안 단 한 번도 섬을 벗어난 적이 없었다.”

탄광 개발 초기인 1905년 하시마 모습. 대일항쟁기 강제동원피해 조사원회 보고서 재인용.

12년 전 작고한 경남 의령 출신 서정우씨는 14살 때 끌려갔던 하시마의 참혹한 생활을 다음 같은 증언으로 남겼다.
“하시마 생활은 좁고, 덥고, 졸리고, 고달팠다. 몸이 아파 작업이라도 빠지면 심하게 매질을 당했다.
외길뿐인 제방 위로 올라가 고향 쪽을 바라보며 죽을 생각을 여러 차례 했다. 살아서 돌아가기 어려울 것 같았다.”
 

40도까지 올라가는 해저 1000m의 갱도에서 하루 12시간씩 노동에 내몰렸다.
비좁은 막장에서 누운 채 석탄을 캤다. 할당량을 채우지 못하면 탄갱을 나오지 못하는 생지옥 같은 나날이었다.
바다에 뛰어들어 도망치려다 빠져죽거나, 붙잡히면 마구 두들겨맞았다. 당시 탈출하다 익사한 한국인이 40~50명 됐다는 게 서씨의 기억이다.
 

군국주의 일본이 1937년 중일전쟁을 일으킨 뒤 하시마에 강제로 끌려온 한국인은 500~800명으로 늘었다.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 조사위원회’ 보고서를 보면, 1925~45년 하시마에서 숨진 한국인은 122명이었다. 질식·외상·변사 등이 압도적이었다.
 구타나 가혹행위, 탈출 기도에 뒤따른 변고를 짐작케 한다. 전쟁 말기 노동강도가 더 강화된 44~45년 한국인 사망률은
 일본인의 4.7~5.5%보다 갑절 이상 높은 12.3~13.9%였다.
 

하시마는 나가사키항에서 남서쪽으로 18㎞ 떨어져 있다. 애초 남북 320m, 동서 120m, 표고 40m인 작은 섬이었다.
석탄이 발견된 뒤 매립으로 면적 6.3㏊, 둘레 1.2㎞, 남북 480m, 동서 160m로 커졌다. 섬 둘레에 높이 10m 안팎 콘크리트 절벽을 둘렀고,
그 안엔 채탄·저장·수송·주거용 건물 70여동이 숲처럼 빼곡했다.

군함도(軍艦島·군칸지마)라는 별명은 ‘미쓰비시중공업 나가사키조선소에서 건조중이던 일본 해군 전함을 닮았다’는
 1920년대 일본 언론 기사에서 비롯됐다. 요즘도 일본인들은 이 섬을 ‘군칸지마’라고 부른다.
 

이날 ‘평화의 항해’는 일본의 미래를 위해 전쟁 책임을 분명히 기억해야 한다는 나가사키 시민단체 쪽이 제안했다.
 8월9일 나가사키 원자폭탄 피폭 68돌을 맞아 추모행사에 참여한 여러 단체 회원들이 참가했다.
나가사키 시민단체는 섬의 역사와 강제동원 피해자 증언을 담은 14쪽 소책자를 이들에게 나눠줬다.
 

하지만 이들조차도 하시마가 ‘일제가 한국인들에게 침략 전쟁의 필수 자원인 석탄을 캐도록 하고 임금조차 주지 않은
전쟁 범죄의 현장’이었음을 분명하게 인식했던 것 같지는 않았다.
 

도쿄에서 온 가코쿠라 유키(38)는 “텔레비전에서 다큐멘터리를 보고 이 섬에 흥미가 생겼다.
상륙할 수 있어 다행”이라며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참가자들은 남쪽 광장 근처 갱 어귀, 저탄장 등 을씨년스럽게 남아 있는 잔해들을 1시간쯤 돌아봤다.
중앙의 수직갱 통로, 북쪽의 숙소·식당 등은 붕괴 위험이 있다며 접근을 막았다.
 

나가사키항에서 하시마로 오가는 배 안 모니터에선 하시마를 ‘일본 근대화의 상징’이나
‘해저탄광 유적’으로 소개하는 관광용 화면이 빠르게 지나갔다.
 

고바야시 노리오(53·이바라키현)는 “일본이 한창 잘나가던 근대화 당시를 연상시키는 묘한 매력이 있다”고 했다.
강제동원된 한국인들이 임금조차 받지 못했다는 사실을 아느냐고 묻자 “임금 문제는 잘 모르지만 한일협약으로 다 지급한 것으로 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대학생 마쓰모리 후지코(21·교토세이카대학)는 “오늘에야 강제동원과 체불 임금에 대해 들었다.
 일을 시켰으면 돈을 줘야 하는 게 상식이고 도리 아니겠나”라고 했다.
평화의 항해에 함께한 독일인 루카스 아우스테크(21)는 “영어 안내 책자에 한국인 등이 강제동원돼 노동했다는 내용은 없다.
역사를 일부만 쓰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서양식 갱도를 처음으로 도입했던 하시마를 홍보해 관광지로 개발한다는 정책을 세웠다.
 74년 폐광 뒤 출입을 막았던 하시마를 2009년부터 관광객에게 개방했고, 산업화 유적이라며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중이다.
 ‘전쟁 범죄를 일으킨 가해의 기억은 축소하고, 근대화 상징이라는 면만 포장하려 해서는 일본의 미래가 없다’는 경고는
 나가사키 시민사회에서도 작지만 뚜렷하게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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