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알몸을 보라.
스승님! 중원이 잠잠하고 간간이 민초들의 공허한 아우성만이 들려옵니다.
이 태평천하에 선생님의 인문을 펼쳐주심이 어떨까 합니다. 적당한 주제로 한 말씀 내려주시지요.
좋다! 좀 느닷없지만 오늘 주제는 좀 크게 잡자. 세계를 직시하라가 오늘의 유시다.
공자버젼으로 내리겠다. 알겠느냐! 세계를 보는 깊은 눈을 갖는 것이다.
삼식아! 넌 어느 나라 국민이냐?
네! 선생님,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수도 서울 태생이고요.
그래! 좋은데서 태어났구나. 철들고 보니 인간시장의 틈새에서 너를 좀 들여다보는 것 같구나. 그래 자국민으로서 네 나라가 자랑스러우냐?
네! 조용한 아침의 나라, 동방예의지국, 단일민족이란 조국에 대해 대단한 자긍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대한의 아들로서 씩씩하게 살아왔습니다.
그래. 삼식아! 우선 너의 중심이 배때기에서 정신으로 옮겨지는 것을 보니 아주 대견한 일이로구나. 네 말마따나 씩씩한 대한의 건아이지만 세계 속의 자연인은 아닌 것 같구나. 사고의 교정을 위해서 우선은 네 속에서 많은 것을 비워내야겠구나. 냉철한 얼음장사고가 필요하단다. 국가와 종족치고 자부심 없는 인종이 어디 있겠느냐? 유랑하는 집시종족들도 나름의 프라이드 대단하잖니. 미개하고 열등할수록 종족의 우월감과 그 결집과 집착이 대단한 것이지. 냉정하게 들어라. 너의 나라에 대해.
삼식아! 너희들 자국어로만 들어서는 제대로 된 생각을 갖기가 어렵단다. 제3국의 언어로 너희 나라를 배워야 한다. 현대의 중앙집권 이전에는 어느 종족이든 이동기와 정착기를 걸침은 당연한 것이다. 우국적 시선에서 대한민국을 자랑스러운 삼천리금수강산, 지정학적 유용한 교두보라 자찬을 하고 있지만 어두운 산골짜기 궁벽한 변방, 밀리고 밀려 대륙의 극한, 반도의 한대까지 내몰린 상황 유추를 한다는 것은 너무 가혹하고 왜곡된 역사라고 여기겠느냐? 세세한 굴욕의 역사를 말해가며 팩트를 너무 강조하면 매국이 되기에 이쯤 하지만 대륙의 시선으로는 산골국가요. “근대화 불능의 조선”은 백주 대낮에 문명국에서 활자화되어 회자되고 있었느니라. 알겠느냐?
아! 샘님! 좀 충격이네요. 전 역사에 무지해서 우리나라가 불굴의 기개와 기상이 충만한 귀신 때려잡는 백의민족의 후손임에 대단한 긍지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오랑캐놈들과 왜놈들 틈바구니에서 수난의 역사라고 하지만 꿋꿋이 맥을 이어온 조상님들이 자랑스러운데요. 여하튼 조국의 산하가 아름답고 현재의 대외적 위상은 평점이상이 아닌가요?
맞는 말이다. 사계절 뚜렷하고 비교적 온난한 기후에 산세의 위용과 산하의 아름다움, 자랑해도 지나친 것이 아니다. 그러나 세계의 시원이 자연 아름다운 것이 아니겠느냐. 한국은 아기자기 하기도 하지만 정말 탄성이 나올만한 경이적인 아름다움도 세계에 널려있단다. 국력의 신장에 있어서도 척박한 토대 위에서 대단한 약진을 한 것은 공히 분명하다. 더 이상의 미개하고 배고픈 민족은 아니다. 일류국가는 아니지만 개발도상국은 벗어나 선두그룹을 바싹 추격하고 있는 것은 자명하다. 그러나 인간사는 그렇게 범부들의 통념위에서만 헤아리는 것이 아니란다. 그래 너는 한국의 번영이 대단한 것으로 여겨지느냐?
네. 샘! 저는 전쟁의 폐허 위에서 눈부시도록 괄목할만한 발전을 했다고 여깁니다. 경제와 문화, 민주주의와 법치, 다방면의 수직성장에 대한의 아들인 것에 크게 자부심을 갖는데요. 죽을 때도 태극기 덮고 죽고 싶은 마음입니다. 한국인으로 태어나 한국인으로 죽고 싶습니다. 선생님! 전 아나키즘 발상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전 국가의 일원이고 싶습니다.
그래! 장하구나. 삼식아! 조국을 자랑하고 조국에 충성해라 그러나 강물이 어찌 바다의 마음을 알겠느냐. 너는 충직한 국민이지만 인간과 세계에 대해 전혀 마음이 열리지 않았구나. 조국! 좋은 것이지만 인간의 개별성에 대해 눈을 떠야 한다. 국민보다는 세계인이 되는 것이 더 우월한 개념인 것이다. 삼식아! 너의 눈은 무언가 덕지덕지 들어붙어 있구나. 잘 새겨들어라. 세계를 볼 때는 알몸의 세계를 보아야 하고 사람을 볼 때도 알몸의 인간을 보는 눈이 필요하단다. 장유한 철학과 심미적 사유의 기초가 세상을 알몸으로 보는 눈인 것이다. 알몸의 세계를 읽을 때에 세계의 미추와 그 근간을 들여다 볼 힘을 갖게 되는 것이란다.
알몸세계를 읽어낼 수 있을 때 비로소 세상을 보는 눈이 생기는 것이다. 모든 수직구조물과 인위적 손길을 다 거두어내고 알몸의 속살을 볼 수 있을 때에야 비로소 세상을 탐미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알몸으로 읽는 시각이 생길 때에 너는 동서고금을 자유로이 횡단하며 새의 날개를 달고 너의 근본을 찾아갈 수 있는 자유인이 되는 것이다. 그전에는 너는 그저 세상을 부유하는 부평초쪼가리에 불과한 것이다. 그때에 너는 세상을 논할 수 있고 너의 뿌리를 더듬을 수 있을 것이다. 삼식아! 너는 결코 깨닫기 전에는 주절거리지 말라. 네 몸을 통과한 힘 있는 말을 배워야 하느니라. 그리고 너무 애국자인체 하지 말아라. 좀 민망하구나. 진정한 애국,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다. 너는 세상 범생들의 길을 쫓지 말라. 네 길은 너의 속이다. 너는 네 속으로 깊이 걸어 들어가야 한다.
사람을 보는 눈도 마찬가지이다. 삼식아! 너는 사람을 보면 대충 그 인물됨을 읽어내는 통찰이 있는 줄 안다. 맞느냐?
네. 샘이 사람 제대로 보시네요. 제가 사람 보는 눈은 있지요. 척 보면 유무식과 교양, 직종과 재간정도, 성격과 성향 생의 만족도 다 한눈에 읽어냅니다. 그건 자타가 공인하고 있습지요.
삼식아! 그거 가지고는 크게 안 된다. 더 깊어져야 한다. 깊은 물에 큰 배가 뜨는 것이다. 사람을 하나의 풍경으로 읽어라. 역시 대자연 속의 각각의 동체로 보는 눈이 있어야 한다. 그 무엇도 덧칠하지 말고 알몸의 자연인 그대로 읽어야 하는 것이다. 풍채와 지위가 어떠하건 세계를 내 집처럼 드나들던 겹겹의 사람들로 둘러쳐져 있든 어떤 치장을 했던지 간에 옷을 벗겨 그의 맨영혼을 보아야 하는 것이다. 여인을 대함도 마찬가지이다. 하나의 풍경으로 대해야 하는 것이다. 어느 국민이기 이전에 인간을 먼저 보아야 하는 것이다. 너는 그동안 사람을 사람으로 제대로 보는 눈이 없었느니라. 군집 이전에 개별적 생체가 보일 때에 삶과 죽음, 인간의 근본문제들을 어느 정도 들여다보게 되는 것이다.
삼식아! 국민이 되기 전에 먼저 Human Being이 되어야 한다. 개인과 국가에 대한 정리가 필요할 것이다. 인간은 철저하게 개별적으로 태어나 개별적으로 삶을 마쳐가고 있다는 그 당연함을 잘 이해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내 다음 말을 알아들을 수가 있다. 아둔한 네가 정리가 필요할 것이니 오늘 이쯤하자
깊은 이치를 서로의 대담으로 잘 엮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렇습니다. 인간은 알몸으로 서로 대할때 존재의 독에 오염되지 않습니다.
인간은 자기존재에 수많은 옷(그것이 전통이든 국가든 종교든 ..하튼 많고많음) 걸치고 있어
서로가 서로를 인간으로 절대 마주할수 없습니다. 친구가 아니라 적으로....편견과 대립으로 ......
너희는 다 형제니라 우리 주님 말씀하셨지만 형제가 아니라 ............오! 새 세상은 새 인간이 출현해야 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