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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9.05 21:20

생각하고 살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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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녀석만 없으면 내가 두 발을 뻗고 잠을 잘 텐데.’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나는 십여년 교직생활 동안 몇 번 저런 생각에 골똘했던 적이 있다.

 

‘독특한 개성’의 소유자들, 공공질서의 교란자들, 물렁한 담임에게 ‘개개는’ 녀석들 때문에 나는 골머리를 앓는다.

그렇게 지지고 볶으며 1년을 부대끼고 났을 때야 문제는 겨우 해결의 가닥을 잡고,

그때에야 아이들과 나는 서로를 알게 된다.

아이도 나도 다들 서툴렀으며, 성질대로 하고 싶지만 실은 누구도 내칠 수 없다는 것,

그렇게 지지고 볶는 과정 자체가 교육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이런 방식으로, 그 누구라도, 어떻게 되든, 내치지 말고 ‘함께 살자’는 최상의 사회적 합의가 바로 공화국의 이념이라는 것을 배웠다.

 

열흘 넘게 온 나라가 시끌시끌하지만, 여전히 나는 이해가 안 된다.

국정원이 왜 이 시점에서 이 사건을 터뜨린 것인지를, ‘전쟁 나면 비비탄총 개조해서 맞받아치자’는 잠꼬대 같은 소리가

 이 체제에 대체 무슨 구체적인 위협이 될 것인지를 다들 모르지 않으면서도 이 소용돌이 속에 머물러 있다는 사실이 말이다.

그리고 국정원이 놀랍다.

 

자신을 향해 죄어오는 손길을 낚아채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비틀어버리는, 한 번도 아니고 벌써 두 번이나 정국을 엎어버리는

능력과 배포가 놀랍다. 그리고 저들은 의도했던 것 이상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

그것은 바로 ‘진짜 내란’을 은폐하는 이데올로기적 효과일 것이다.

 

4대강 사업은 내란 아닌가?

억겁의 세월을 흘러온 강을 한순간에 결딴내버린,

거기 깃든 생명들 죽어 둥둥 떠오르게 만들고, 멀쩡하게 흐르던 강을 녹조 범벅의 시궁창으로 만들어버리는 데

 22조원의 혈세를 퍼부은 일은 내란 아닌가? 방학까지 빼앗으며 영문도 모르는 보충수업으로 초등학생 중학생 아이들 뺑뺑이 돌리고

, ‘친구’를 ‘평균 갉아먹는 존재’로 낙인찍는 일제고사는 아이들의 삶에 대한 내란 아닌가?

 

이석기 의원 체포동의안이 가결되던 9월4일, 국회에서는 전국 송전탑 반대 네트워크가 국회의원 13명과 함께 주최한

 ‘기존 765㎸ 송전선로 답사보고대회’가 열렸다.

 

 비가 오는 날은 초고압 송전선에서 들려오는 지글지글 끓는 소리로 잠을 이룰 수 없고,

 7억2000만원에 시작된 주택 경매가 1억8000만원까지 떨어져도 사 가는 사람이 없다는 하소연,

 보상금 나누는 일로 분란이 생겨 마을 공동체가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는 증언까지

밀양 송전탑 문제가 불거지기 전까지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765㎸ 송전선로 인근 주민들의 삶은 정말 ‘내란’이 따로 없었다.

 

그러나 그 자리에 참석한 국회의원 8명은 끝까지 자리를 지키지 못했다.

이석기 체포동의안 때문이다.

그날, 언제나 휑하던 국회 본회의장이 꽉꽉 들어차는 놀라운 출석률은 괜한 시빗거리에 휩쓸리지 않으려는 두려움의 표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을 것이라고 나는 본다. 반대와 기권이 25표나 나왔지만,

이석기 의원의 진보당 동료를 제외한 그 누구도 공개적으로 그 이유를 밝히지 못했다.

 

진짜 내란은 민중의 삶터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공사 강행을 기다리고 있는 밀양 송전탑 어르신들은 또 한번 전쟁을 각오하고 있다.

시민들이 이런 일들에 수수방관하는 것은 각자에게도 내란 수준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방어해야 할 위태로운 삶의 진지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내란음모의 뒷마당은 이렇게들 웅성이고 있지만,

이 나라 민주주의의 앞마당은 여전히 저들의 차지임을 또 한번 확인한다.

수십년 전진해온 민주주의가 한 번에 털린 것만 같다. 21세기에 비비탄총 내란음모를 보아야 한다니….

 눈 뜨고 코 베이는 기분이다.

 

이계삼 <오늘의 교육>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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