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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읽기] 촛불집회의 진로 / 이도흠

등록 : 2013.09.11 19:10


이도흠 한양대 국문과 교수


연일 촛불이 타오르고 있다. 이를 물타기하려는 국정원의 치졸한 이석기 사태가 터지고 ‘야성’을 오래전에 상실한 민주당이 발을 뺐는데도 11차 촛불집회에 2만에 가까운 시민들이 모여 “국정원 해체”와 “박근혜 하야”를 외쳤다. 내일 저녁에 서울광장에서 12차 범국민 촛불대회가 열린다.


가을, 시위하기도 좋은 계절이다. 삽상한 바람이 볼을 스치는 광장에서 우리는 무엇을 말하고 어디로 향하여 촛불을 들 것인가. 가까이로는 국정원을 해체 수준으로 개혁하고 특검이 국정원과 경찰, 박근혜 캠프의 커넥션 의혹을 낱낱이 규명해야 한다. 이 집회가 임계점을 돌파하는 운동이 될 때, 이는 현실로 변한다. 연한 나무젓가락도 약하게 힘을 주면 부러지지 않는다. 누르는 힘과 버티는 힘이 상호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임계점, 곧 힘의 균형점을 깨는 이상으로 행하지 않는 투쟁은 시작하지 않음만 못하다. 정권과 자본, 정보기관이 끈끈하게 맺고 있는 힘의 동맹에 균열을 가하는 순간, 촛불은 비로소 의미를 갖는다. 권력에 주눅이 들고, 신자유주의가 주입한 탐욕과 이기심에 물들고, 변화에 대한 희망을 잃고 자신이 만든 골방에 안주하려는 자세를 극복하고 주체가 되어 참여할 때, 그런 이들이 10만, 100만이 될 때, 총칼이 없는 우리들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


촛불은 국정원 개혁을 넘어 참여민주제의 착근을 향하여 타올라야 한다. 1987년 이후 정치적 민주화를 이루었으나, 그 결론이 이명박 정권과 박근혜 정권의 등장, 친일세력과 유신잔당의 집권유지다. 대의민주제의 한계다. 우리는 오직 선거일에만 주인으로 호명되어 하나같이 부패하고 무능한 이들을 놓고 ‘차악’을 선출하는 일을 반복하였다. 국가와 자본, 중도의 최면에 걸린 민주당으로 인하여 노동자와 농민은 물론, 소수자들은 철저히 배제된 채 신자유주의의 야만과 폭력을 고스란히 감당할 수밖에 없었다. 정치적·경제적·사회문화적 독점 체제를 해체하지 못한다면 민주주의는 요원하다. 민주주의는 제도가 아니라 이 독점을 깨는 운동을 통하여 새롭게 구성되는 변형 과정이자 역사적 구성물이다. 노동자와 농민, 소수자가 연대하여 지역의 풀뿌리부터 주민자치를 하고, 시민위원회 형식으로 국가의 정책에 참여하고 국정원과 검찰을 통제할 때, 그것이 바로 ‘우리에 의한, 우리를 위한, 우리의 민주주의’다.


촛불은 시민사회의 합리적 의사소통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실현되는 공공영역(<00D6>ffentlichkeit)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서양은 교회권력에 맞서서 시민사회를 구성하고 ‘계몽의 기획’을 행하면서 이를 확보하였다. 자유로운 개인이 의사소통적 이성을 갖추고서 사적인 영역에 속하는 문제들을 공동의 장으로 끌고 와서 공공의 쟁점으로 바꾸어 토론을 하고 합리적인 대안을 모색하였다. 흔히 우리는 이 전통이 없다고 하는데, 각 마을 단위로 침탈할 수 없는 민중들의 영역인 두레 공동체가 있었다. 이들은 민주적인 방식으로 인민주권을 확보하였으며, 마당을 중심으로 공론을 형성하고 노동력과 생산도구를 공동으로 사용하였다. 그리 살다가 양반이나 일제가 공정성을 현저히 상실했다고 생각하면 집단으로 저항하였다. 그런 장을 서울광장을 비롯하여 전국 곳곳의 광장과 마당에 열자. 그곳에서 국정원 개혁에서 쌍용자동차 문제에 이르기까지 자유롭게 토론하고 이를 공론화하자.


지금 유신의 망령이 되살아나고 있다. 대중들은 신자유주의적 탐욕과 경쟁심, 이기심을 내면화하며 정치참여에 냉소적이다. 해고와 실업, 생존 위기에서 온 공포는 종북을 호출하고 전체주의란 괴물을 구성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지금 광장에서 온몸으로 싸우지 않으면 안 되는 중요한 이유다. 


이도흠 한양대 국문과 교수


출처: 한겨레신문 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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