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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영 장로님 요청에 

콘테이너에 먼지쌓인 책 끄집어 내느라고 묵은 냄새를 맡았어요 

연작시 1권인 줄 알았는데 7권에 있고 빛바랜 시간이 반가웠습니다 


아마 이성당에서는 이런 시가 있는 줄도 모르고 울 교인들도 잘 모를거라 생각합니다 

교회에 가서 녹명책 한번 찾아볼까? 

이성당 자리와 옛날 교회 자리가 이웃에 있었습니다 CAM00157.jpg

읽어보시면 느낌이 같으실라나 

-----------------------------


이 제과점


넓은 대머리에 달 떴다

군산시청 앞 이제과점

그 주인 이홍택 영감 환갑잔치 유난했지

환갑잔칫상 차려냈는데

그게 다 이제과점 생과자 빵 과자 등속이었다

과일이고 생선이고 떡이고 과줄이고 뭣이고

다 그만두고

제과점 종업원들이 짜고

이제과점 과자 등속으로 차려 냈다

예수 믿는 영감이라

술잔 어림없이

오는 손님 과자하고 홍차하고 냈다


환갑 기념사진

자아 여기보세요

자아 고개를 좀 이쪽으로

자아 여기보세요

짤칵! 탕!

일시에 천지운행이 멈췄구나

40년 동안 과자만든 이제과점 이영감

제 자식 삼형제 대학나와

여기저기 다니지만

제 자식보다 종업원하고 더 좋아지내는 영감

군산시청 앞 이제과점

객지바람 한번 쐬어본 적 없이

6.25때는 과자 만들어 인민군 주고

수복후에는 경찰주고

오직 안식교회 거기만

1주일에 한번 다녀오고는

아이고 거리도 저자도 다 담쌓아 등 돌리고

빵만들고 과자 만드는 일만이 그의 일이라

허리 꼿꼿하고

예순살 살결 고와라 

맑은 눈동자에

웃음도 울음도 머물지 않고

겨드랑에 털도 나지 않고

게다가 한 가지 더! 인색하여라 

  • ?
    백근철 2013.09.30 21:50

    바다 선생님 덕분에 도서관에서 '만인보' 검색하고 있었습니다.

    나가려던 찰나(?)에 민초에 잠시 들렀더니 글을 올리셨더군요...

    잘못하면 만인보 1권에서 이성당만 엄청 찾을 뻔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런데 뭔가 씁쓸해지네요...


    언제고 군산에 가게되면 이성당 팥빵하나 들고 

    선생님의 컨테이너 서고 구경 한번 해보고 싶습니다.

  • ?
    아기자기 2013.09.30 22:51

    바다님, 감사합니다!

    이 글을 읽으니 반가우면서도 씁쓸한 웃음도 나옵니다^^

    기념 사진을 “짤칵! 탕!”하는 것을 보니

    적어도 4,50 년 전의 일 일텐데,

    일부 안식교인의 부정적인? 사회 이미지가

    그 때부터 벌써 틀을 잡아가고 있었군요!

    물론 안식교인이라고 다 그렇지만은 않았겠지만요.


    “오직 안식교회 거기만

    1주일에 한번 다녀오고는

    아이고 거리도 저자도 다 담쌓아 등 돌리고

    빵만들고 과자 만드는 일만이 그의 일이라

    허리 꼿꼿하고

    예순살 살결 고와라

    맑은 눈동자에

    웃음도 울음도 머물지 않고

    겨드랑에 털도 나지 않고

    게다가 한 가지 더! 인색하여라“


    부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색이 ‘인색‘이랍니다.^^

    대신 할머니는 친절하고 좋은 일도 많이 했다고 들은 것 같습니다.

    우리 교단에 인색하지 않은^^ 훌륭한 군산 출신 분들도 많이 있습니다!

    옛날에는 중앙로의 시청 앞 이성당 뒤로 몇 불록가면 우리 재림교회가 있었지요.

    지금은 아마 이사한 것 같은데.

    암튼 귀한 자료입니다. 감사합니다. 바다님!


    백목사님, 잘 지내시죠?

    지난번에 사고로 지워진 글의

    신동엽의 대 서사시 <금강> 중에서의 해월 최시형에 관한 시편

    혹 다시 한 번 올려 주실 수 있으면 감사하겠습니다!

    좋았는데 없어져서 아쉽습니다.

    금강변에는 이성당도 있지만 해월도 있었습니다!

  • ?
    백근철 2013.10.01 00:11

    금강변에 인물이 많았군요^^


    -------------------------------------------------------

    어느 여름 

    안방에서 들려오는

    베 짜는 소리,

     "저건

    무슨 소립니까?"

     "제 며느리애가

    베 짜는가봅니다."

     "서선생,

    며느리가 아닙니다.

     그분이 바로

    한울님이십니다.

     어서 모셔다가

    이 밥상에서

    우리 함께 다순 저녁

    들도록 하세요."

     서노인이, 며느리 데리고 나와

    상머리에 앉을 때까지

    해월은 경문 외며 정좌하고 있었다.

     

    다음날 아침

    떠나는 해월을 전송하러

    서노인 집안이 동구 밖

    논길까지 나왔다.

     막내아이가

    따라나오며 우니

    서노인은 눈을 부릅떠

    위협, 쫓아보내려 했다.

     해월은,

    주인을 가로막아

    어린이의 머리 쓰다듬으며

    그 자리 흙바닥에

    무릎 꿇었다.

     그리고 서노인에게

    말했다.

     "이 어린 분도

    한울님이세요.

     소중히 받드세요."

     

    가는 곳마다

    내일 떠날지

    오늘 밤 떠날지

    알 수 없는 빈집,

    쓰러진 외양간에 묵으면서도

    일손을 멈추지 않았다.

     짚신을 삼고

    멍석을 짜고

    노끈을 꼬고

    구럭을 얽고

    과수나무를 심고

    채소씨를 뿌렸다.

     할 일 없으면

    꼬았던 노끈 풀어서 다시 비볐다.

     제자가 물었다.

     "선생님,

    몇날 안 가 또

    딴 데로 떠나셔야 할 텐데

    그런 일 해

    뭘 하시렵니까."

     "안될 말,

    한울님께서 사람을 내신 건

    농사지으라고 내신 건데

    농사짓지 아니하고

    생산하지 아니하면

    양반보다 나을 게 없지 아니한가,

     그리고 우리가

    혹 이 멍석 쓰지 못하고

    이 채소와 과일 먹지 못하고

    딴 데로 가게 된다 할지라도,

     이 다음날 누군가가 이 곳에

    와, 멍석을 쓰고

    채소와 과일을 따 먹게 될 게 아닌가?

     모든 사람이 다 이렇게

    한다면, 어디 가나 이 지상은

    과일과 곡식,

    꽃밭이 만발할 것이요

    모든 농장은

    모든 인류의 것,

    모든 천지는 모든 백성의 것

    될 게 아닌가."

     

    -신동엽 시 전집, <금강>중에서, 162-166

  • ?
    김주영 2013.10.01 01:20

    아멘!

  • ?
    김주영 2013.10.01 01:19

    감사합니다. 

    오로지 한 일에 매진하며 한 눈 안팔고 성실하게 살았던 분이군요. 

    '인색하다' 는 것도 보기 나름입니다.

    내 돈, 남의 돈, 교회 돈, 나랏 돈 아까운줄 모르고 펑펑 기마이 쓰는 사람들에 비해

    인색해 보일 수도 있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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