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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0.01 00:23

쭈글쭈글

조회 수 1965 추천 수 0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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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고 지내서 

상자 속에서 쭈글쭈글 쪼그라들어

이제는 어쩌지도 못할 감자 몇 개

물 한 방울 흙 한 줌 없이

제 피와 살을 온통 짜내어

쭈글쭈글 - 복효근


싹을 키웠나보다

싹, 싹아지

제 어미의 살 속에 빨대를 박고

세상을 향해 먼저 고개 내밀겠다고

아우성이라니

 

홍삼 진액 한 상자를 내밀자

내일 죽을지 모레 죽을지 모르는디

얼마나 더 살겄다고,

죽을 때 숨만 질겨진다고

느그들이나 갖다 먹어라 한사코 되돌려주는

쭈글쭈글 감자 껍질 같던 손,

 

그런다고 되받아 돌아오는 차에 챙겨 넣던

힘줄도 굵던 싹, 싸가지

바라보며 흐뭇한 듯

웃음 피워 물던 그 쭈글쭈글  

  • ?
    옮긴이 2013.10.01 00:27

    평생 아들하나 바라보고 산 울 엄마 생각도 나고...

    번영신학에 의해 누더기가 되어버린 기독교의 하나님 아버지 생각도 나서 옮겼습니다.

    만인보의 '이제과점'이랑 같이 읽어보려구요.

  • ?
    아기자기 2013.10.01 18:12

    땅에 묻혀 제 속살을 내어주는

    감자나 씨앗들은

    모든 것을 아낌없이 자식에게 내어주는

    어머니의 희생과 사랑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과

    정말 많이 닮았습니다.


    그 은혜와 사랑을 안다면

    “아이고 거리도 저자도 다 담쌓아 등 돌리고

    빵 만들고 과자 만드는 일만이 그의 일이라“

    고 눈감고 우기며 싹, 싹수, 싸가지를 잊고

    살지는 못할 겁니다.


    저도

    지난봄에 광 상자 속의 고구마에 싹이 나서

    뒷마당에 살짝 묻어 두었더니

    이제는 제법 줄기가 퍼져

    슬쩍 덮은 흙을 열고 보니

    그야말로 쭈글어진

    “제 어미의 살 속에 빨대를 박고”

    사방으로 분가해서 새 살림을 차렸습니다.


    제 속살 다 빼어준

    쭈글쭈글 고구마는

    쭈글쭈글 할머니가 되어

    무덤 속에 누워 계신

    감사한 '어머니 하나님' 같습니다!


    이제는 감자나 고구마, 밥 먹을 때 마다 

    경건한 마음으로 '성찬예식'인 줄 알고 먹어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
    김원일 2013.10.01 19:18

    두 분께 감사.

  • ?
    짚신나물 2013.10.05 22:49

    어머니께서 백목사님을 정말 사랑하셨을텐데

    재림교회의 신조와 가르침을 조롱하거나 부인하는 민스다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며 

    인문주의적 사상에 빠져있는 백목사님이 안타갑습니다.


    세천사의 기별을 전하며 좁은 길을 걸어가는 백목사님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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