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2014.01.07 19:18

색동옷(7) - 목불인견

조회 수 1159 추천 수 0 댓글 4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슬픔은 절절했지만 거기에 매몰될 수 없었다. 우리는 떠나야했다. 나무토막 같은 어머니를 땅에 묻었다. 아버지는 검은 돌에 비문을 새겼다. “세상에 단 하나의 여자, 라헬

 

검은 묘비와 함께 세워진 어머니의 묘는 그 후 여러 사람의 입에 오르내리며 베들레헴 외곽의 랜드마크로 주목을 받게 되었다.

 

어머니를 찬 땅에 묻고 우리 진영은 대오를 출발시켰다. 내 나이 16, 어머니가 없는 나의 마음 축은 크게 균형을 잃었다. 어머니가 머물렀던 내 마음의 빈 공간은 그대로 댕그라니 비었다. 독립독행은 내 마음 속에 새로운 지표로 다가왔다. 아버지는 나를 위로했지만 나는 격한 세월을 보내는 아버지가 더 없이 측은해 보였다.

 

핏덩이 베냐민은 바지런한 하란태생 유모가 전담하였다. 아우 베냐민의 이름은 우리 형제 중 아버지가 유일하게 작명한 이름이다. 난산 끝에 어머니는 죽었지만 베냐민의 체형과 골격은 미숙하지 않았다. 울음소리는 우렁찼고 거동은 민첩하고 그 반경은 넓었다. 유모는 아침저녁으로 양의 젖을 짜 베냐민의 수유를 얻었다.

 

우리 대오는 에델망대를 지나며 다시 숙영에 들어갔다. 언제나 목부들은 조직적이었고 그들의 손은 빨랐다. 노련한 그들의 손이 있어 우리의 잠자리는 늘 신속하고 안락하였다. 취침을 위한 장막은 일사분란하게 가설이 되었다. 아버지와 우리 형제들의 침소에는 양탄자를 푹신하게 깔아주었다. 긴 노정에 지친 짐승들과 우리 모두는 빨려들듯 숙면에 들어갔다.

 

단잠을 깨는 소란함은 이른 새벽에 시작되었다. 빌하엄마의 흐느낌, 단형과 납달리형의 거친 고성은 새벽공기를 가르고 있었다. 한쪽에는 레아엄마가 서있고 그 바로 뒤편에는 맏형 르우벤이 장승처럼 서있었다. 단형과 납달리형은 맏형을 윽박지르고 있었다. 평소에 차분하고 맏형에게 늘 고분고분하던 두 형이었다.

 

레아엄마는 앙칼지게 빌하엄마를 다그치고 있었고 실바엄마도 옆에서 큰엄마의 역성을 들고 있었다. 고성은 점점 높아지고 가솔 모두가 잠에서 깨어났다. 분위기는 점점 심상치 않게 변하고 있었다. 새벽의 진풍경에 집사와 목부들, 남녀종들이 모여들자 어머니들은 당황스러움이 역력하여졌다. 갓난 아우 베냐민을 제외한 모든 권속이 상황을 알아가고 있었다.

 

단과 납달리형은 많이 격양되어 맏형을 해코지할 기세였다. 항변과 고성이 날카롭게 이어졌다. 동물들의 울음소리도 요란스러워지고 있었다. 사태가 심각함을 더해가자 시므온형과 레위형이 나섰다. 세겜에서 칼질을 했던 두 형이었다. 두 형은 단호한 태도로 사태를 수습해 나갔다. 우리 형제를 제외한 모든 식솔을 해산시켰다.

 

두 형은 어머니들과 우리 형제들을 아버지의 천막으로 이끌었다. 아버지는 이미 깨어 계셨다. 밖의 소란함에 모든 상황을 진즉 알고 계시었다. 판관의 자리에 선 두 형은 맏형과 빌하엄마를 향해 자초지종을 묻기 시작하였다. 아버지의 면전에서 고개 숙인 장형은 이미 장형이 아니었다.

 

상황은 단순하고 간결하였다. 모두가 곤히 잠든, 깊은 야밤에 르우벤형이 빌하엄마를 불러낸 것이었다. 두 사람은 주변에서 사랑을 나누다가 목부들에게 들킨 것이다. 바스락 소리에 긴장한 야경 목부들은 짐승을 도략하는 외부인의 침입으로 간주하였다. 목부들이 고함을 치며 생포하려 자 놀란 둘은 엉겹결에 줄행랑을 놓기 시작하였다.

 

목부들은 도망자들을 쫓기 시작하였다. 일부는 쫓고 일부는 잠자는 권속들을 깨워 증원을 요청하였다. 새로운 추적자들은 사냥견들을 몰고 왔다. 힘을 합해 멧돼지와 사자를 이긴 개들이었다. 개들은 이내 냄새를 맡았다. 컹컹컹 신명이 난 개들은 달리며 짖어대었다. 어느 지점에 이르자 개들은 더 이상 짖지 않았다. 익숙한 냄새에 사냥개들은 짖는 대신 꼬리를 흔들었다.

 

밝아오는 여명과 함께 괴인들의 신원이 밝혀지자 목부들은 많이 당황하였다. 맏형은 허둥지둥 쫓기느라 민소매에 맨발차림이었다. 빌하엄마의 차림새 역시 목불인견이었다. 후발 추적을 하던 납달리형은 절친한 목부로부터 자세한 내용을 전해 듣고 이내 뒤따르던 단형에게 직고하였다.

 

아버지 앞에서 맏형은 다 죽은 사람처럼 되어 있었고 단형의 흥분은 가라앉지 않고 있었다. 레아 큰 엄마는 저 년이 꼬리를계속 되뇌고 있었고 빌하엄마는 봉두난발로 그 수치를 견디고 있었다. 아버지는 내용을 다 들은 후에도 끝내 아무 말씀도 하지 않으셨다. 아버지도 형들도, 그 누구도 "이번이 처음이냐?" 고 묻지 않았다.

 

아버지의 침묵은 호통보다 더 무섭게 느껴졌다. 아버지의 모습은 그날 부쩍 늙어 보이셨다내게도 세상의 페이지 뒤가 조금씩 비춰지고 있었다.

.

  • ?
    박희관 2014.01.08 03:50
    잘 읽고 있습니다.
    참. 난망한 상황 이넸요.
    이 사건을 어떻게 풀어 갈지 다음이 기대 됩니다.^^
  • ?
    열두지파 2014.01.08 12:53
    응원에 힘입어 쭉 가고 있습니다. 세밀함보다는 뭉뚝하게 가려고 합니다. 결국은 요셉을 그려야 하는데 뜻대로 될지 모르겠습니다. 성속의 괴리가 느껴져서 그의 마음을 잘 읽어내는 것이 난제일 듯합니다. 재즈이론 연재 한번 해보시지요. 잘 하실 텐데요.
  • ?
    박희관 2014.01.08 15:37
    아이고 !! 재즈 이론 이요 ! 잼병 입니다.~~


    과거의요셉이 새로온 품성 요셉 으로 다시 태어난것은
    형들에 의해서 구덩이에 내던저 졌을때 그속에서 요셉이 죽음의문턱 앞에
    느꼈던 절망과 공포속 에서 성령의 지혜로 형들의 맘을 돌이켜 구덩이 에서 끌어 올려지고
    에서 사람들 에게 팔려가는 과정 속에서 하나님을 만나고 그로 인해서 거듭나는 요셉을 그리면 어떨까 하고
    생각을 전해 봅니다.

    구덩이속 요셉 =사망
    끌어올린 요셉=거듭남
    그리고 성화

    번데기 앞에서 주름을 잡고 있네요.~~
  • ?
    열두지파 2014.01.09 01:20

    조언이 실제적이고 압권입니다. 참작이 많이 됩니다. 진짜 요셉은 구덩이 후부터이겠지요. 팔려가며 강해지고 죽음의 공포 속에서 신앙의 실감과 작심을 하였지요. 대갓집 도령님에서 잡놈 노비로 추락하며 다른 요셉이 되지요. 딴 사람이 그의 영혼에 들어앉습니다. 기품 있는 야생 요셉, 인간 매력을 느낍니다. 그때 이후 묻혀있던 자질이 드러나지요. 노골적인 신앙표현보다는 스케치된 요셉에서 인간 자체의 진면목을 끌어내려 합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오케이, 오늘부터 (2014년 12월 1일) 달라지는 이 누리. 29 김원일 2014.11.30 11986
공지 게시물 올리실 때 유의사항 admin 2013.04.06 38328
공지 스팸 글과 스팸 회원 등록 차단 admin 2013.04.06 55219
공지 필명에 관한 안내 admin 2010.12.05 87125
6915 레위기 11장과 요한복음 3장 3 fallbaram 2014.01.25 1164
6914 다시 등장한 신약의 야곱 10 fallbaram 2014.01.24 1277
6913 야곱만 알 아도 4 fallbaram 2014.01.24 1137
6912 야구공을 던지는 몇 가지 방식 3 file 아기자기 2014.01.23 1461
6911 종말론은 광신도들만의 것인가? 파도섬 2014.01.23 1257
6910 [평화의 연찬 제98회 : 2014년 01월 25일(토)] ‘말씀의 오해와 진실’ (사)평화교류협의회(CPC) 2014.01.23 1003
6909 김성수 목사-주일과 안식일 fallbaram 2014.01.23 2508
6908 실수 7 fallbaram 2014.01.23 1303
6907 [사단/사탄/마귀-1] 이름의 뜻: 그 감춰진 비밀이 풀리다! (ppsimmons) 6 hm 2014.01.23 1284
6906 왜냐면 김균 2014.01.22 1159
6905 “어머니의 마음으로 회초리를 들었다" [취재파일] 코레일 사장, 그녀는 정치인이다 어머니 2014.01.22 1552
6904 내가 다니는 교회 그리고 내가 속해있는 교회에 순교의 심정으로 쓰는 글 fallbaram 2014.01.22 1316
6903 응답하라! 1977-79 12 file 아기자기 2014.01.20 1680
6902 자랑스런 한국 예비역들.. 3 file 박희관 2014.01.20 1182
6901 Reorganization of SDA on 10/20024 3 a15557 2014.01.20 4414
6900 Rilke 님 참고 하세요.^^ 2 file 박희관 2014.01.19 1300
6899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18 김균 2014.01.17 1623
6898 여행 자문을 구합니다. 1 여행자 2014.01.17 1320
6897 [평화의 연찬 제97회 : 2014년 01월 18일(토)]‘하나님이 원하시는 세상’ (사)평화교류협의회(CPC) 2014.01.16 1070
6896 Biblical Code (The John Code) 1 fallbaram 2014.01.16 979
6895 한국 재림교회는 노아방주 (박 명호)를 낳고 미국 재림교회는 David Koresh (다윗왕과 고레스왕의 합성) 를 낳고 16 fallbaram 2014.01.16 2346
6894 대학교 1학년생은 알지만, 재림교회는 알지 못하는 것 file 교회청년 2014.01.15 1383
6893 교주로 나갈 것이냐 아니면 소설을 쓸것이냐-그것이 고민이로다 16 fallbaram 2014.01.15 1597
6892 오직 사랑-우리도 이단인가 6 fallbaram 2014.01.14 1319
6891 [한겨레] 객관적 시각으로 본 그리스도교 2 hyeonamsa 2014.01.13 1285
6890 구속의 드라마 속에서 악역을 맡았던 이들에게 드리는 묵념 2 fallbaram 2014.01.13 1393
6889 율법과 은혜-여섯번째 생각 (모래위에 지은 집과 반석위에 지은 집) 1 fallbaram 2014.01.13 1450
6888 목회자 생일에 성도들이 돈 모아서 드리는 것 8 답답 2014.01.12 1419
6887 수술을 포기 할까요 ? 저 산넘어 2014.01.11 1171
6886 사랑의 아버지 (홍/광/의) 3 file 왈수 2014.01.10 1610
6885 하나님의 편애 3 southern cross 2014.01.10 1302
6884 김 균 장노님 7 fallbaram 2014.01.10 1431
6883 [평화의 연찬 제96회 : 2014년 01월 11일(토)] ‘일본인이 잘 사는 이유’ (사)평화교류협의회(CPC) 2014.01.10 1329
6882 각 시대의 대쟁투-율법과 은혜 (제 5탄) 1 fallbaram 2014.01.10 1003
6881 [문화/정치] . . 웃기는 로드맨(Dennis Rodman) 농구선수 . . Happy Birth Day to U - 김정은! 민초5 2014.01.09 1275
6880 난 이번 교과(2014년 1기 제자도) 때문에 날마다 한숨짓고 산다. 12 최종오 2014.01.09 1513
6879 각시대의 대쟁투-율법과 은혜 (제 4탄) 17 fallbaram 2014.01.09 1146
6878 이런 목사도 4 감동 2014.01.09 1259
6877 요즘 "뜨고" 있는 전직 안식일교회 목사 11 file 김주영 2014.01.08 1606
6876 축의금 만 삼천 원 2 1.5세 2014.01.08 1435
6875 이노래를 이렇게도 부룰수도 있읍니다. 조용한 이곳에 . 8 file 박희관 2014.01.08 1459
6874 이런 안식일교회도 있다 11 김주영 2014.01.08 1581
6873 나도 떠날까요? 10 fallbaram 2014.01.08 1309
6872 십자가 내 사랑 4 김균 2014.01.07 1184
» 색동옷(7) - 목불인견 4 열두지파 2014.01.07 1159
6870 아기자기님, FALLBARAM 님 또 우리모두 건필하세요 7 justbecause 2014.01.07 1146
6869 위안부 소녀상 보호 서명 운동 6 1.5세 2014.01.07 1511
6868 Belated "Happy New Year!" 19 Rilke 2014.01.07 1337
6867 김대성 목사님, 정치인에서 신앙인으로… 13 마음이 찢어짐 2014.01.07 1827
6866 장백산님, 3일3야와 관련하여 5 왈수 2014.01.07 1102
6865 계시신학을 공부하시고, 신천지 이만희씨를 믿으세요. 2 왈수 2014.01.06 1361
6864 넋두리 . 11 박희관 2014.01.06 1173
6863 각 시대의 대쟁투-은혜와 율법 (제 3부) fallbaram 2014.01.06 980
6862 각 시대의 대쟁투-율법과 은혜 (제 2부) fallbaram 2014.01.06 973
6861 확실한 정체성으로 똘똘 뭉쳐진 교회 8 김주영 2014.01.06 1528
6860 각 시대의 대쟁투-율법과 은혜 (제 1부) fallbaram 2014.01.06 1041
6859 새해의 민초스다 신무기는? (미국, 북한 1시간 내 타격 가능한 신무기 개발) - 북한 김정은 동지에게 보내는 새해 서한. 2 신무기 2014.01.05 1549
6858 우리 시대의 거인 3 Windwalker 2014.01.05 1506
6857 새해에는 김원일 님을 비롯.... 3 눈사람 2014.01.05 1304
6856 티끌보다 작은 정신병자(?) 그대, 안녕하신가 2 김원일 2014.01.05 1385
6855 Pure Heart . 13 file 박희관 2014.01.04 1218
6854 요한의 숫자놀이 1 fallbaram 2014.01.04 1136
6853 종북, 빨갱이 그리고 남은 자 1 김균 2014.01.03 1444
6852 어둠이 빛을 이기지 못하더라-누가 누구를 말하는가 7 fallbaram 2014.01.03 1486
6851 PC에서 나오는 모든 소리를 MP3로 녹음--내용 추가 file 왈수 2014.01.02 1511
6850 안식일 일요일 그리고 마녀 사냥 5 김균 2014.01.02 1397
6849 [신계훈목사님이 생각나서 . . .] [요한복음 세미나] 서론, 목적구성, 배경 2 - 신계훈 목사 2 hm 2014.01.02 1711
6848 아프리카보다 더 멀고 더 형편없는 가난-나는 부요하여 부족한것이 없다 하여도 2 fallbaram 2014.01.02 1119
6847 들리는가 아직도 내가 그냥 서 있다. 5 file 박희관 2014.01.02 1187
6846 As the deer (타락해가던 이 게시판에도 복음성가가...) 1 file 왈수 2014.01.02 2228
Board Pagination Prev 1 ... 122 123 124 125 126 127 128 129 130 131 ... 225 Next
/ 225

Copyright @ 2010 - 2016 Minchoquest.org. All rights reserved

Minchoquest.org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