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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1.08 11:38

축의금 만 삼천 원

조회 수 1436 추천 수 0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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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축의금 만 삼천 원 - 



10년 전 나의 결혼식이 있던 날이었다.
결혼식이 다 끝나도록
친구 형주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이럴 리가 없는데...
정말 이럴 리가 없는데...

식장 로비에 서서
오가는 사람들 사이로 형주를 찾았다.
형주는 끝끝내 보이지 않았다.

바로 그때
형주 아내가 토막 숨을 몰아쉬며
예식장 계단을 허위적허위적 올라왔다.

“철환 씨, 어쩌죠. 고속도로가 너무 막혔어요.
예식이 다 끝나버렸네...”

"왜 뛰어왔어요. 아기도 등에 업었으면서...
이마에 땀 좀 봐요.”

초라한 차림으로 숨을 몰아쉬는 친구의 아내가
너무 안쓰러웠다.

“석민이 아빠는 오늘 못 왔어요. 죄송해요.”
친구 아내는 말도 맺기 전에 눈물부터 글썽였다.

엄마의 낡은 외투를 덮고
등 뒤의 아가는 곤히 잠들어 있었다.

친구가 보내온 편지를 읽었다.

&amplt철환아, 형주다.


나 대신 아내가 간다.
가난한 내 아내의 눈동자에 내 모습도 함께 담아 보낸다.

하루를 벌어야지 하루를 먹고 사는 리어카 사과장수가
이 좋은 날, 너와 함께할 수 없음을 용서해다오.

사과를 팔지 않으면 석민이가 오늘 밤 분유를 굶어야 한다.
철환이 너와 함께 할 수 없어 내 마음 많이 아프다.

어제는 아침부터 밤 12시까지 사과를 팔았다.
온종일 추위와 싸운 돈이 만 삼천 원이다.
하지만 슬프진 않다.

잉게 숄의 &amplt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자의 죽음&ampgt을
너와 함께 읽으며 눈물 흘렸던 시절이
내게도 있었기에 나는 슬프지 않았다.

아지랑이 몽기몽기 피어오르던 날
흙 속을 뚫고 나오는 푸른 새싹을 바라보며
너와 함께 희망을 노래했던 시절이 있었기에
나는 외롭지 않았다.

사자바람 부는 거리에 서서
이원수 선생님의 &amplt민들레의 노래&ampgt를 읽을 수 있으니
나는 부끄럽지도 않았다.

밥을 끓여 먹기 위해
거리에 나 앉은 사람들이 나 말고도 수천수만이다.

나 지금, 눈물을 글썽이며 이 글을 쓰고 있지만
마음만은 너무 기쁘다.

“철환이 장가간다.... 철환이 장가간다.... 너무 기쁘다.”

어젯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밤하늘의 오스스한 별을 보았다.

개 밥그릇에 떠 있는 별이
돈보다 더 아름다운 거라고 울먹이던 네 얼굴이
가슴을 파고들었다.

아내 손에 사과 한 봉지 들려 보낸다.
지난밤 노란 백열등 아래서 제일로 예쁜 놈들만 골라냈다.
신혼여행 가서 먹어라.

철환아, 오늘은 너의 날이다. 마음껏 마음껏 빛나 거라.
친구여... 이 좋은 날 너와 함께 할 수 없음을
마음 아파해다오.
나는 항상 너와 함께 있다.

해남에서 형주가&ampgt

편지와 함께 들어있던 축의금 만 삼천 원...
만 원짜리 한 장과 천 원짜리 세 장...

형주가 거리에 서서
한겨울 추위와 바꾼 돈이다.

나는 겸연쩍게 웃으며 사과 한 개를 꺼냈다.

“형주 이놈, 왜 사과를 보냈대요. 장사는 뭐로 하려고...”

씻지도 않은 사과를 나는 우적우적 씹어댔다.

왜 자꾸만 눈물이 나오는 것일까...
새신랑이 눈물 흘리면 안 되는데...
다 떨어진 구두를 신고 있는 친구 아내가 마음 아파할 텐데...

이를 사려 물었다.
멀리서도 나를 보고 있을 친구 형주가 마음 아파할까 봐
엄마 등 뒤에 잠든 아가가 마음 아파할까 봐
나는 이를 사려 물었다.

하지만 참아도 참아도 터져 나오는 울음이었다.
참으면 참을수록 더 큰 소리로 터져 나오는 울음이었다.

어깨를 출렁이며 울어버렸다.
사람들 오가는
예식장 로비 한가운데 서서......

출처: 한국좋은글작가회(Daum Cafe)


  • ?
    Rilke 2014.01.08 12:14
    안녕사세요, 1.5세님

    좋은글 감사합니다. 어디에서 읽은글인데 여기에서 또 보아도 눈시울이 빨게 지네요.

    이민 첫세대 를 1세대
    이민 2세대를 2세대

    저는 수학으로 계산해 보니 1.37세대정도 되네요.

    더 많은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고 동정할수 있는 사람이 참된 그리스도인이 아닌가 싶습니다. 요즘 누가복음을 공부하는데, 누가가 조명한 예수님은 바로 위 이야기에 나오는 이들을 항상 생각하고 그들을 위해서 이땅에서 공생애를 하신것으로 나옵니다.


    저와 남동생은 서울로 전학을 가서 큰아버지 집에서 지냈고, 큰누나는 목포에서 고등학교를, 둘째누나와 세째누나는 다른 면에서 중학교 다니면서 자취를 했고, 부모님은 시골에서 농사와 김양식을 하였습니다.

    의외로 사람들이 모르는데, 김양식은 수온이 낮아야 되기 때문에 겨울에만 합니다. 겨울이 따뜻하면, 김이 안됩니다. 그리고 바다에서 하기때문에 물때 (썰물, 밀물)를 잘 맞추어야 합니다. 그래서 많은 날들 추운새벽에 김을 하러 나갑니다. 추운겨울 새벽에 바다에서 김을 하면, 참 춥습니다.

    어머니는 서울에 왔다 갈때마다, 기차에서 계속 우셨다고 합니다.

    시골살림에 네집 살림을 하느라 너무나 힘들어서 하루는 아버지가 뒷산에 올라갔다고 합니다. 안좋은 마음을 먹고 올라갔는데, 차마 결심을 실천하지 못하고 새로운 결심을 하고 내려 오셨다고 합니다. 아버지의 새 결심때문에 저희 5형제는 다들 사람구실을 하고 있습니다.

    아버지는 50 이 넘어서 교회에 들어와서, 지금은 장로로 열심히 봉사하고 계십니다. 저희 5형제는 다 장가 시집가서 잘먹고 잘살고 있고요. 아이들을 키우면서 점점, 부모님의 사랑과 희생이 얼마나 귀한것인지 다시 깨닿게 됩니다.

    아마도, 이야기는 달라도 우리의 이민 1세대 부모님들이 미국땅에서 그렇게 고생하면서 자식들을 키우지 않았나 싶습니다.



    좋은 이야기 감사합니다.
  • ?
    1.5세 2014.01.08 13:07
    안녕하세요 Rilke님,
    이곳에서 만나게 되어 반갑습니다.
    수학적으로 계산하면 저는 한 1,75세가 되네요.
    맞아요, 우리 1세대 부모님들 같이 모진 인생을 살아온 분들은 세계 어디서도 찾을 수 없을것입니다.
    3년전 세상을 떠나신 아버지가 보고 싶습니다.
    생존 하셨으면 내일이 100세가 되시는 날인데...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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