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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병찬 칼럼] ‘박근혜보위비상대책위’ 체제 1년


곽병찬 대기자

박근혜 대통령 취임 1년을 맞아 많은 평가가 쏟아졌다. <한겨레> 역시 10개 면에 걸쳐 관련 기사를 게재했다. 그날 한 독자로부터 항의가 왔다. 요컨대 “<한겨레>가 박근혜 홍보지냐”라는 힐난이었다. 도대체 평가할 것도 없는데 평가라는 이름 아래, 1면부터 10면까지 ‘박 대통령’으로 도배한 것이 불만이었던 것 같았다. 거명 자체가 문제였던 셈이다. 여전히 그에게 박 대통령은 우리 대통령이 아니었다.

그로 말미암아 지난 1년을 돌아보면서 문득 떠오르는 건 비상체제들이었다. 5·16군사혁명위원회,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 등. 세월이 좋아 ‘개콘’의 한 꼭지를 장식하기도 했지만, 그 체제의 본질은 폭력이었다. 최고권력을 장악했지만 정당성이 없었다. 이 때문에 그때 권위를 확보하는 유일한 방법은 폭력이었다. 그 과정을 담당한 게 비대위였다.


지난 1년은 꽤나 소란스러웠다. 하지만 일어난 일을 간추리면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국가기관의 선거부정을 은폐하고 왜곡하기 위해 저지른 억압과 폭력이었다. 이를 위해 동원된 것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왜곡 조작 누설 공작 등이었다. 지난해 가장 많이 등장한 말이 ‘대화록’ ‘엔엘엘 포기’ ‘불복’ 따위였던 건 그 때문이었다. 선거부정 수사를 방해하기 위한 사찰, 협박, 찍어내기 따위의 폭력은 그 연장에서 이루어졌다.


다른 하나는 노동 탄압이었다. 사실 노동 탄압은 모든 비정상적 비상체제의 통과의례였다. 노동이 권력에 길들여지지 않는 탓도 있겠지만, 부정한 권력은 항시 자본과 결탁하기 때문이었다. 정당성을 결여한 정권은 자본의 지원 아래 이를 폭력으로 메우고, 지원을 위해 그 요구에 순응한다. 자본의 가장 큰 요구는 물론 노동을 길들이는 것. 그래서 정권은 제도적으로는 교섭력을 약화시키고, 공권력을 자본의 수족으로 넘긴다.


따지고 보면, 둘을 나눌 필요도 없다. 주권을 절도당한 피해자를 억압하는 것이나, 노동을 무력화시키는 것은 결국 부당한 권력이 비판 세력의 수족을 묶는 것이었다. 노동 탄압이 집요했던 것은 지금 정권만이 아니라 다음 정권의 창출도 있기 때문이었다. 사실 야당이란, 언제나 그랬듯이 그중엔 유진산, 이철승, 이민우씨 같은 이도 있기 마련이니, 적당히 눙치고 타협하고 넘어갈 수 있다. 사실 지금 ‘문재인’만 부각시켜줄 이 정권의 정당성 문제에 지금 야당 지도부가 왜 천착해야 하나.


박근혜 후보는 선거 때만 해도 노동계에 화장기 짙은 미소를 던졌다. “노사관계에서 대화와 타협을 통한 상생의 노사관계가 정착되도록 정부는 공정한 조정 중재자 역할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노동기본권 강화 등 노사의 기울어진 운동장의 기울기를 공정하게 하겠다고 다짐하기도 했다. 그러나 본색은 정권을 잡자마자 드러났다. 노사정위원장에, 민주노총은 물론 한국노총까지도 거부하던 김대환 전 노동부 장관을 기용한 것이 신호탄이었다. 그 후 한때 긍정적이었던 공무원노조 설립을 지난해 8월 봉쇄해버렸고, 전교조를 법외노조로 밀어냈다. 합법적인 철도노조 파업을 불법화하고, 파업을 분쇄하는 데 공권력을 쏟아부었고, 민주노총을 침탈했다. 정권의 낙하산 인사와 정부 정책, 정치권 개입에서 비롯된 공기업의 채무를 노조 탓으로 돌리며, 뿌리를 뽑겠다고 나섰다.


혹자는 한 일이 없는데, 혹은 답안지가 없는데 이 정부 1년을 평가하느냐고 반문했다. 맞는 말이다. 남북관계에서 잘했다고 하지만, 사실 그건 북쪽의 저자세 대화 공세에 따른 것이었다. 박 대통령이 한 유의미한 노력은 없었다. 북이 김정은 체제를 안정시키고 주변국의 인정을 받기 위해 이판사판 저자세를 취한 것이었다. 남쪽이 하기에 따라서는 한반도 평화에 더 큰 진전을 이룰 수 있었던 국면이었다. 그러나 한 일도 있었다. ‘박보위’ 차원이긴 하지만 노동의 무력화에 쏟아부은 정책적, 물리적 노력이 그것이다.


엊그제 부친을 흉내 내 급조한 경제혁신 계획을 발표했다. 기회와 재원과 주도권을 자본에 몰아주겠다는 것이다. 기울어진 운동장은 더욱더 기울게 할 모양이다. 더 이상 기대할 게 무얼까. 


곽병찬 대기자


출처: 한겨레신문 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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