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할머니

by 바다 posted Feb 27, 2014 Likes 1 Replies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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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에 저희 시할머니께서 102세의 나이로 돌아가셨습니다

 

언젠가  이곳에서 우리 할머니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만

 

대소변을 받아낼 지경에 이르러 요양원에 모셨고

2년이 지난 오늘에 장례를 치렀습니다

 

요양원의 연락을 받고 부랴부랴 달려가서 보니

폐렴이 온 가슴을 덮어 버렸네요

 

신랑을 초등학교 마칠 때 까지 키워주셨고 손주라면 끔찍했던 그 할머니는

막내 시동생을 내가 옆에서 우리 신랑이라 큰 소리로 알려주었더니

가늘게 눈을 뜨고 바라보시다가 미음을 드시고 주무신 채로 잠드셨습니다

아마 사랑하는 손주를 보았다는 안도감을 느끼셨는지는 모르나...

 

다음날 아침 신랑은 자리에서 일어나 한참 펑펑 울더니

장례식장에서 풍악을 울릴까 사람들이 뭐라고 할까 백수 누리신 할머니를 즐거워해야 하지 않나? 하더니

그냥 손님을 맞았습니다

 

우리 시할머니는 호적에도 없습니다

무연고자입니다 할아버지의 4번째 부인이기 때문이죠

아이를 낳지 못한다는 이유로 결혼후 집에 계시다가  할아버지에게 오셨는데

우리 신랑을 지극정성으로 돌보아 주셨답니다

그것이 결국은 부모자식간의 갈등이 되긴 했지만서도

결혼 7년후 우리와 같이 기거하면서도 우리 아이들에게도 지극정성으로 하셨습니다

우리 막내와 귀여운 싸움도 하시면서요

 

엄마 할머니 때문에 못살겠어

집에 놀러온 같은 반 남학생이 온다고 막 혼내주셨다고 하네요 ^^

 

호상이라고 사람들은 말하지만 슬프지 않은 초상은 없답니다

 

우리에게는 좋은 할머니였지만 며느리에게는 가혹했던 할머니

도둑이 살금살금 들어와 물건을 가져가도 어디서 오셨냐고 밝게 웃으시던 할머니

쌈지돈이 들어있을 날이 없던 퍼주시던 할머니

쪽진 머리를 파머시켜 드렸더니 90세 까지도 검게 염색하기를 고집하신 할머니

생전 음식타박하지 않으시던 할머니

우리랑 살려면 교회도 다녀야 하고 담배도 필 수 없다고 했더니 그대로 하신 할머니

글자도 모르고 의미도 모르지만 기도시간에는 혼자 웅얼웅얼 기도하시던 할머니

목사님을 천사처럼 대하시던  할머니

침례의 의미나 아셨을까?

 

정정했을 적과 기력이 쇠했을 때를 되짚어보면

우리의 미래도 똑같을 텐데

어느 목사님의 말씀처럼

영적으로 우리는 광야만 맴돌다가 죽어가는 이집트 노예신세가 되지 않을까

똑같이 육적으로도 ....

 

암튼

시간은 흘러갈테고 할머니의 대한 기억은

같이 산 세월만큼이나 나에게도 희미함과 진함이 교차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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