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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교육감이 죽은 후 경북 교육 수습 차 임명된 사람은 바로 박정희 대통령과 대구사범 동기 동창인 이 교육감이었다. 대통령의 특명으로 온 탓일까? 기세가 대단했고 그의 말 한마디는 경북 교육을 떨게하는 지상 명령이었다. 그리하여 경북 교육 정책, 즉 이 교육감의 지시는 국가 원수의 명령처럼 되어 버렸다. 오스트리아에서 돌아온 나는 몇 십 통의 보고서를 써 냈지만, 날이 갈수록 더 많고 더 강한 눈이 내게로 쏠리고 있음을 느껴야 했다.

  7월 제헌절을 맞았다. 대구시 교육청 바로 건너편에 자리한 동덕국민학교에서는 기발한 아이디어로 아이들의 포스터를 길거리에 전시해 시민들에게 법에 대한 의식을 고취시키고자 했다. 바로 그 길은 이 교육감이 출퇴근하는 길이었다. 당연히 그날 아침 교육감은 출근길에 전시된 그림들을 보게 되었다. 그러고는 노발대발하며 시 교육장을 꾸짖었다.

  "여보시오, 교육장! 내가 태극기 교육을 통해서 애국 애족심을 기르고자 하는 것을 모르오? 저 그림들이 다 무엇이오? 정확히 그리지 못한 태극기를 어떻게 전시하게 했소? 태극기 하나 정확하게 그리지 못하는데 무슨 애국 애족심이란 말이오. 당장 거두시오. 그리고 태극기를 정확하게 그리는 교육부터 실시하시오."

  시 교육장은 실로 당황했고 전전긍긍했다. 선후배로 다진다면 이 교육감은 그의 후배요 나이 차이도 있었다. 이 청천벽력 같은 노여움을 어떻게 진정시켜야 옳을 것인가? 교육장은 즉시 동덕국민학교에 연락해 전시된 그림을 거둬들이게 했고, 교장은 이유 모를 사과를 해야 했다. 이 사실은 전통(電通)을 통해 순식간에 시내 각 학교에 전달되었다. 각 학교는 그림이고 뭐고 태극기가 그려진 것이라면 모든 것을 다 제거했다. 교실 전면에 게시되어 있던 태극기 액자까지 철거되었다. 왜냐하면 정호가성 여부를 몰랐기 때문이다. 이 사건은 전 도내에 파급되었다. 급기야 교사들은 관련 책자를 들여다보면서 태극기에 대한 공부를 시작했고, 아이들에게 태극기를 정확히 그리도록 가르치기에 이르렀다. 학교 다니는 아이들이 있는 집은 모두들 야단이 났다. 당시 정확하고 쓸 만한 분도기와 컴퍼스가 어디 그리 흔한가? 컴퍼스는 한 번 돌릴 때마다 1밀리미터 이상씩 차이가 생겼으니 밤이 이슥하도록 그리고 또 그려도 도무지 정확하게 그릴 수가 없었다. 엄마, 아빠, 형, 언니 모두 동원되었다.

  "아이고, 얘야. 네 선생은 갑자기 왜 태극기를 그려 오라카노, 응? 이 어려운 것을……."

  식구들은 선생을 원망했고 아이는 울고불고……. 참으로 웃지 못할 광경이 벌어졌다. 급기야는 학년별로 1학년은 색칠하기, 2학년은 본뜨기, 3·4·5·6학년은 정확하게 그리는 것을 시험 치기까지 햇다. 이 과정에ㅐ서 아이들 가슴에 과연 얼마만한 애국 애족심이 심어지고 길러졌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누구 하나 측정하려는 사람도 없고 잴 수도 없는 일이었다. 그런데 이로 인해서 태극기를 바라보면서 가졌던 긍지와 자랑 또한 사라져 버렸다. 태극기를 바라보는 것은 이제는 누구에게도 즐거운 일이 못 되었다. 고취시키려던 애국 애족심은 벼랑으로 떨어지고 태극기는 한낱 고통의 상징으로 가슴에 남게 되었다.

  그것도 한때의 유행처럼 지나갔다. 애국 애족심을 고취하려면 그렇게 하기보다 매 공부 시간 시작 전 5분 동안 훈화 교육을 해야 한다고 해 교사들은 또 다시 몹시 당황했다. 매 시간마다 5분씩을 무슨 화제와 재간으로 감명을 줄 수 있단 말인가? 실로 교사들은 자료 빈곤에 처해 또 한바탕 곤욕을 치러야 했다.

  하루는 퇴근길에 고등학생인 듯한 서넛이 그늘에 앉아 주고받는 이야기를 들었다. 말투로 보아 착실한 학생들은 아닌 성싶었으나 끔찍하고 놀라운 마음을 가눌 수 없었다.

  "야, 선생 그놈 요새 좀 돌았어. 아니 시간마다 '애국 애족 교육 시작!'해서 무슨 말인지 밑도 끝도 없는 말을 몇 마디 하다가 시계를 보고는 '애국 애족 교육 끝!' 하잖아……."

  "우리도 그래. 뭘 하는 것인지 통 알수가 없다니까."

  그냥 듣고 넘길 수만은 없는 대화였다. 교육이 잘못되어 가고 있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무릇 교육이란 지식만의 전달이 아닌 인간과 인간, 즉 인격의 오고감에서 비롯된다고 알고 있는데, 이렇게 교권이 땅에 떨어져서야 어디 지식인을 제대로 전달할 수 있을까? 나는 이것이 애국 애족 교육 이전에 교육 본연의 문제에 큰 파문을 던지는 심각한 것이라고 보았다.

  다음날 장학자 회의에서 이 사실을 예로 들면서 함께 사태를 걱정하자고 역설했고, 시책이란 어디까지나 시정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일선 교사들의 고민을 도와줄 수 있는 자료를 제공해야 한다고 호소하듯이 말했다. 그런데 반응은 전혀 뜻밖이었다. 함께 문제를 고민하리라 여겼는데 "이 선생, 외국 갔다 오더니 우리들 하는 일이 우습게 보이는 모양이지요?" 하는 이야기를 들어야 했다. 너무나 기가 막혔다. 사람들과 더는 말을 할 수 없다고 느꼈다. 오히려 내가 웃음거리가 되어 버린 것이다. 교육이 어떤 한 사람의 우발적인 생각에 좌지우지되는 것에 비애를 느꼈다. 그에 부화뇌동하면서 실적을 올리기에 급급한 교육 현장을 회의적인 눈길로 바라보지 않을 수 없었다.

-(빨치산 사령관의 아내, 무명옷 입은 선생님)이 여자, 이숙의 24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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