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향기에 취하여

by 불암거사 posted Mar 25, 2014 Likes 0 Replies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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깅기아난을  구하여 꽃을 피웠다.

( kingianum - 깅기아넘 이라고도 부른다.

호주 동부지역에서 서식하는 자생란이다 )


꽃이 개화하여 온 집안에 가득하다

잠을 잘 때는 일부러 방문을 열고서 향기를 맡는다

은은하고 달콤하고 아니 달삭지근하다고나 할까 ?

묘한 여운이 감도는 맛이다.


향이 유달리 진하거나 독하지도 않다

밋밋하지만 뒷맛이 감칠맛 난다는 바로 그 맛이다

3 월달에 맛보는 통영 도다리 쑥국 그 맛이다.


그런데 말이다

이 냄새를 맡고있노라면

어릴 적에 맡은

엄마의 젖가슴 , 살내음 같다는 생각이 충만하다

상큼하고 달콤하고 고소한 엄마의 그 젖맛 말이다

엄마의 살내음 바로 생명의 그 냄새 말이다


이미 환갑 진갑 다 넘은 나이지만

이 꽃 향기로 인해 엄마의 냄새를 다시 맡는다

저 꽃이 수명을 다하여 져버린다면

새로이 깅기아난을 구하여 놓으리라


온 집안에 엄마의 향기로 가득 채우리라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향기는 코 끝에서 맴돈다.


엄마의 내음이 내 곁에 잔존한다는 사실에 행복하다

엄마라는 존재의 여진이 아직도 내 영혼을 흔들어 깨운다


꽃 향기 맡으면서 읽고 싶은 책을 들고서

음미하며 책장을 넘기는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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