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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침몰 4주기를 맞아 5·24조치 해제를 통한 남북관계 개선 등 이제는 천안함을 털고가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46명의 장병의 목숨을 앗아간 원인에 대한 정부 설명은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 북한 어뢰 폭발로 인한
격침이라는 이른바 정부 ‘폭발론’의 가장 큰 허점은 어뢰 폭발의 충격을 가장 가까이에서 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시신의 사인이 익사로 나타났다는
점이다. 국방부 합조단은 보고서에서 어뢰폭발 효과가 최대 82m의 물기둥을 낳을 것이라는 계산까지 해놓고도 폭발효과가 미치는 곳에 있던
장병들에게는 직접적으로 나타나지 않은 것이다.
이를 두고 선체인양 인명구조나 선박 전문가들은 폭발론의 치명적인 모순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27일 국방부 합조단의 천안함 최종보고서를 보면, 사고 이후 발견한 천안함 희생자 40구의 시체 검안결과 이들을 모두 익사한 것으로 추정했다.
특히 천안함 선저(가스터빈실) 3~4m 아래에서 어뢰가 터졌다는 합조단 주장을 적용할 경우 폭발의 효과가 가장 가까이 미친 곳에서 발견된 시신에 대해서도 합조단 스스로 익사로 결론을 냈다. 2010년 4월 24일 함수 인양 직후 인공배수를 위해 1차 수색과정에서 가스터빈실 앞에 위치한 함수 자이로실에서 발견된 고(故) 박성균 하사의 검안 결과에 대해 합조단은 “시신 양측 경골(정강이뼈) 골절, 하악골이 분쇄골절 및 피부와 연조직, 좌측 후두부 두피에 열창이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또한
함미 인양 전 탐색 과정에서 그해 4월 7일 기관조종실 절단면 부근에서 발견된 고(故) 김태석 상사의 시신에 대해서도 합조단은 “검안한 결과
팔꿈치가 탈구됐고 다수의 쓸리거나 긁힌 상처가 있었으나 파편에 의한 상처나 관통상은 없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앞서 같은 달 3일 함미 절단면 부근 상사식당에서 발견된 고(故) 남기훈 상사의 시신 검안 결과에 대해서도 합조단은 “안면부 위·아래 턱뼈 및 우측 팔 상박 부분이 골절됐고 좌측 팔 상박 부분 근육이 찢어져 있었으며, 기타 안면부 좌측 경부 등에 다수의 찔리고 찢어진 상처를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기관조종실에 위치했다가 침몰 이후 떨어져나간 연돌에서 4월 22일 발견된 고(故) 박보람 하사의 경우에 대해서도 합조단은 “검안한 결과 시신 좌측 이마에 열창, 우측 무릎부위 좌상 등이 관찰됐다”고 판단했다. 이밖에 폭발이 이뤄진 곳이라는 가스터빈 아래 쪽과 거리가 먼 곳에 위치한 희생자들(36구)의 경우 합조단은 “X선 판독결과 대부분의 시신에서 열창, 피하출혈, 표피박탈, 좌상, 골절 등 비교적 경미한 외상이 확인됐으며 하사 등 5명(하사 3, 병장 1, 일병 1)의 시신에는 외부손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발견된 모든 희생자들의 사인에 대해 합조단은 “생존자 환자 상태 및 시신에 대한 검안 결과를 종합적으로 분석해볼 때 환자와 시신에 화상, 파편상, 관통상은 없었다”며 “생존자 환자는 골절, 열창 및 타박상이 다수였고 시신 대부분은 비교적 경미한 상해를 입은 상태로 외상에 의한 사망 가능성은 적으며, 정황상 익사한 것으로 추정됐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합조단은 생존자 환자와 다수의 시신에서 좌우 한쪽으로 넘어지면서 선체와 부딪혀 발생한 것으로 보이는 골절, 열창, 좌상이 관찰되는 점을 들어 “버블효과에 의한 현상과 일치했다”고 주장했다. 화상과 파편상, 관통상, 질식 등 폭발로 인한 효과가 없었다면서 결론은 버블제트 폭발에 의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또한
물기둥 높이에 대해 합조단은 ‘부록 Ⅱ_수중폭발 현상’ 편에서 “화약량(200~360kg)과 수심(6~9m) 범위의 점선 부근에서 최대의
워터제트 효과를 얻게 된다”며 “예를 들어 자유해수면에 적용되는 식에 TNT 250kg과 수심 6m를 적용하면 제트위 최대높이에 대한 예측치는
약 82m로 계산된다”고 예상했다. 물기둥이 최대 82m까지 솟아올랐을 것이라는 추정이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선체에 직접 타격하지 않은 비접촉 수중폭발이라 해도 폭발의 충격파가 도달하는 범위 내에 있는 인체와 사물에는 큰 영향을 끼치지 않을 수 없다고 반박했다.
해난구조 인양 전문가인 이종인 알파잠수기술공사 대표는 26일 저녁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폭발의 충격이 가장 큰 지점에서 발견된 시신의 사인이 익사라는 것은 스스로 폭발이 아니라는 것을 얘기하는 것”이라며 “(직접) 폭발로 인해 직접 선상 또는 선체 내에 있던 시신의 상태를 보면, 팔다리와 목 등이 절단되거나 크게 훼손된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특히 2012년 잘생한 두라 3호 유증기 폭발 사고의 사례를 들어 “이 사고는 내부에서 폭발한 사건이지만 실제 시신은 폭발위치 보다 떨어져 있는 등 간접 충격을 받았을 뿐인데도 크게 훼손됐다”며 “사고 이후 인양 못한 시신을 우리가 직접 발견하는 과정에서 확인한 것”이라고 밝혔다.
합조단 민간위원으로 활동했던 신상철 서프라이즈 대표도 이날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폭발이라는 것은 폭발물이 기체로 변화하면서 (열·빛·충격파·폭음 등을) 발생하는 순간적인 팽창현상으로, 수중에서는 폭발력의 방향이 수면(압력이 가장 낮은 방향)으로 향한다”며 “천안함 선저 하부 7m 아래에서 폭발이 있었다는 합조단 보고서 내용대로 폭발력의 영향이 직접 미쳤다면 절단면 쪽에 위치한 승조원들의 상태가 단순 익사일 수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신의
상태와 함께 폭발의 충격파를 직접 받은 선저 가스터빈 외판의 상태와 가스터빈 외판이 선체에서 찢겨져 나간 과정에 대해서도 합조단의 설명은 모호할
뿐 아니라 억지로 짜맞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떨어져나간 가스터빈 외판(좌현 선저 외판)을 보면, 좌현 가운데 부분이 움푹 들어가 있으며 각 프레임마다 녹이 많이 슬어 있다. 합조단은 가스터빈 외판이 찢겨져 나간 과정에 대해 “가스터빈실 좌현 선저 외판의 가장 취약한 부위가 먼저 찢겨져 나가고 계속해서 버블의 팽창, 수축 및 재팽창으로 극심히 변형되면서 점점 더 크게 찢겨져 나간다”며 “가스터빈 받침대 및 발전기 받침대와 이들을 지지하고 있는 선저 외판 및 우현 외판이 분리되지 않고 함께 떨어져 나간 것으로 유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종인 알파잠수기술공사 대표는 “폭발을 직접 맞은 가스터빈실의 상태는 충격지점에 구멍이 뚫려 있어야 한다”며 “폭발에 의한 것으로 설명하려다 보니 이런 ‘억지스런’ 유추가 나온 것”이라고 반박했다. 신상철 대표도 “폭발이 일어났는데 왜 가스터빈 선저외판이 이렇게 거의 온전하게 통으로 떨어져나갔느냐”며 “이 대목이 설명되지 않은 주장”이라고 말했다.
가스터빈 외판 상태에 대해 합조단 선체구조 관리분과 위원으로 활동한 이재혁 방위사업청 팀장(대령)은 지난달 10일 법정에 나와 “(가스터빈 외판이 휘어진 부분은) 최초로 (휘어서) 올라간 것이 무엇이겠느냐”며 “(어떤) 힘에 부딪힌 형태”라고 밝혔었다.
이를 두고 선체인양 인명구조나 선박 전문가들은 폭발론의 치명적인 모순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27일 국방부 합조단의 천안함 최종보고서를 보면, 사고 이후 발견한 천안함 희생자 40구의 시체 검안결과 이들을 모두 익사한 것으로 추정했다.
특히 천안함 선저(가스터빈실) 3~4m 아래에서 어뢰가 터졌다는 합조단 주장을 적용할 경우 폭발의 효과가 가장 가까이 미친 곳에서 발견된 시신에 대해서도 합조단 스스로 익사로 결론을 냈다. 2010년 4월 24일 함수 인양 직후 인공배수를 위해 1차 수색과정에서 가스터빈실 앞에 위치한 함수 자이로실에서 발견된 고(故) 박성균 하사의 검안 결과에 대해 합조단은 “시신 양측 경골(정강이뼈) 골절, 하악골이 분쇄골절 및 피부와 연조직, 좌측 후두부 두피에 열창이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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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함미 | ||
앞서 같은 달 3일 함미 절단면 부근 상사식당에서 발견된 고(故) 남기훈 상사의 시신 검안 결과에 대해서도 합조단은 “안면부 위·아래 턱뼈 및 우측 팔 상박 부분이 골절됐고 좌측 팔 상박 부분 근육이 찢어져 있었으며, 기타 안면부 좌측 경부 등에 다수의 찔리고 찢어진 상처를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기관조종실에 위치했다가 침몰 이후 떨어져나간 연돌에서 4월 22일 발견된 고(故) 박보람 하사의 경우에 대해서도 합조단은 “검안한 결과 시신 좌측 이마에 열창, 우측 무릎부위 좌상 등이 관찰됐다”고 판단했다. 이밖에 폭발이 이뤄진 곳이라는 가스터빈 아래 쪽과 거리가 먼 곳에 위치한 희생자들(36구)의 경우 합조단은 “X선 판독결과 대부분의 시신에서 열창, 피하출혈, 표피박탈, 좌상, 골절 등 비교적 경미한 외상이 확인됐으며 하사 등 5명(하사 3, 병장 1, 일병 1)의 시신에는 외부손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발견된 모든 희생자들의 사인에 대해 합조단은 “생존자 환자 상태 및 시신에 대한 검안 결과를 종합적으로 분석해볼 때 환자와 시신에 화상, 파편상, 관통상은 없었다”며 “생존자 환자는 골절, 열창 및 타박상이 다수였고 시신 대부분은 비교적 경미한 상해를 입은 상태로 외상에 의한 사망 가능성은 적으며, 정황상 익사한 것으로 추정됐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합조단은 생존자 환자와 다수의 시신에서 좌우 한쪽으로 넘어지면서 선체와 부딪혀 발생한 것으로 보이는 골절, 열창, 좌상이 관찰되는 점을 들어 “버블효과에 의한 현상과 일치했다”고 주장했다. 화상과 파편상, 관통상, 질식 등 폭발로 인한 효과가 없었다면서 결론은 버블제트 폭발에 의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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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사고당시 승조원 위치. 사진=합조단 천안함 최종보고서 | ||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선체에 직접 타격하지 않은 비접촉 수중폭발이라 해도 폭발의 충격파가 도달하는 범위 내에 있는 인체와 사물에는 큰 영향을 끼치지 않을 수 없다고 반박했다.
해난구조 인양 전문가인 이종인 알파잠수기술공사 대표는 26일 저녁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폭발의 충격이 가장 큰 지점에서 발견된 시신의 사인이 익사라는 것은 스스로 폭발이 아니라는 것을 얘기하는 것”이라며 “(직접) 폭발로 인해 직접 선상 또는 선체 내에 있던 시신의 상태를 보면, 팔다리와 목 등이 절단되거나 크게 훼손된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특히 2012년 잘생한 두라 3호 유증기 폭발 사고의 사례를 들어 “이 사고는 내부에서 폭발한 사건이지만 실제 시신은 폭발위치 보다 떨어져 있는 등 간접 충격을 받았을 뿐인데도 크게 훼손됐다”며 “사고 이후 인양 못한 시신을 우리가 직접 발견하는 과정에서 확인한 것”이라고 밝혔다.
합조단 민간위원으로 활동했던 신상철 서프라이즈 대표도 이날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폭발이라는 것은 폭발물이 기체로 변화하면서 (열·빛·충격파·폭음 등을) 발생하는 순간적인 팽창현상으로, 수중에서는 폭발력의 방향이 수면(압력이 가장 낮은 방향)으로 향한다”며 “천안함 선저 하부 7m 아래에서 폭발이 있었다는 합조단 보고서 내용대로 폭발력의 영향이 직접 미쳤다면 절단면 쪽에 위치한 승조원들의 상태가 단순 익사일 수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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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조단이 주장하는 버블제트 폭발에 의해 천안함이 절단되는 물리적 현상. 마지막에 제트충격이 가해졌을 때 배가 절단될 정도의 충격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나있다. 사진=합조단 천안함 최종보고서 | ||
실제 떨어져나간 가스터빈 외판(좌현 선저 외판)을 보면, 좌현 가운데 부분이 움푹 들어가 있으며 각 프레임마다 녹이 많이 슬어 있다. 합조단은 가스터빈 외판이 찢겨져 나간 과정에 대해 “가스터빈실 좌현 선저 외판의 가장 취약한 부위가 먼저 찢겨져 나가고 계속해서 버블의 팽창, 수축 및 재팽창으로 극심히 변형되면서 점점 더 크게 찢겨져 나간다”며 “가스터빈 받침대 및 발전기 받침대와 이들을 지지하고 있는 선저 외판 및 우현 외판이 분리되지 않고 함께 떨어져 나간 것으로 유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종인 알파잠수기술공사 대표는 “폭발을 직접 맞은 가스터빈실의 상태는 충격지점에 구멍이 뚫려 있어야 한다”며 “폭발에 의한 것으로 설명하려다 보니 이런 ‘억지스런’ 유추가 나온 것”이라고 반박했다. 신상철 대표도 “폭발이 일어났는데 왜 가스터빈 선저외판이 이렇게 거의 온전하게 통으로 떨어져나갔느냐”며 “이 대목이 설명되지 않은 주장”이라고 말했다.
가스터빈 외판 상태에 대해 합조단 선체구조 관리분과 위원으로 활동한 이재혁 방위사업청 팀장(대령)은 지난달 10일 법정에 나와 “(가스터빈 외판이 휘어진 부분은) 최초로 (휘어서) 올라간 것이 무엇이겠느냐”며 “(어떤) 힘에 부딪힌 형태”라고 밝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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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에서 떨어져나간 가스터빈 외판. 사진=합조단 천안함 최종보고서 | ||
[천안함 4주기] “검증위보고서 보고도 폭침? 기자 관둬야”…“북한이 주범이라면 통일 말도 안돼”
입력 : 2014-03-18 17:49:07 노출 : 2014.03.19 09:20:49
강성원 기자 | sejouri@mediatoday.co.kr
“정부의 무신경과 여론 결정 요인에 대한 무지(無知), 군의 무사려(無思慮)가 복합적으로 만들어낸 천안함 조사 결과에 대한 불신 분위기를 반전시키려면 두 번 열리고 활동을 마감한 국회 천안함 조사특위를 즉시 재가동해 국정조사에 버금가는 강도로 이 최종보고서에 대해 토론하고 검증하는 것도 방법이다. 천안함의 진상은 시간이 흐르면 반드시 밝혀지게 돼 있다. 그 심판의 시간에 부끄러워 고개를 떨구지 않으려면 정파와 이념을 넘어서서 국민 모두가 진실 앞에 정직해야 한다.”
지난 2010년 9월 13일 천안함 민·군합동조사단이 천안함의 침몰 원인은 북한 잠수함에서 발사한 어뢰에 의한 ‘폭침(爆沈)’이라고 최종보고서를 공개한 다음 날 조선일보에 실린 사설 내용 중 일부다.
이때만 해도 조선일보는 ‘난삽하고’ ‘국민이 이해 불가능’한 정부의 보고서가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검증하도록 신뢰·보강 절차도 없이 발표됐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불과 일주일도 안 돼 “북한은 ‘대남 보복 성전(聖戰)’을 공언하면서 천안함을 폭침시켜 우리 장병 46명의 목숨을 앗아갔다”(9월 18일자 사설)고 결론을 내렸다.
정부의 최종 조사결과 발표 이후 국회 천안함 조사특위가 다시 열리거나 정부 발표가 틀리지 않았다는 전문가 검증이 이뤄진 적도 없지만, 조선일보의 논조 변화처럼 어느 순간 천안함 사고는 전혀 속 시원한 설명이나 의문에 대한 해소 없이 폭침이 돼 버렸다.
조선일보 무책임한 입장 번복…“연평도 포격 이후 야당마저 ‘의심’ 접어”
그 당시 언론 3단체(한국기자협회·한국PD연합회·전국언론노동조합) 천안함 조사결과 언론보도 검증위원회 대표위원이었던 노종면 국민TV 개국TF단장은 17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천안함 폭침’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모든 언론은 가짜”라고 비판했다.
그는 “언론은 (천안함 사건의) 의문이 제기되는 부분을 파거나 최소한 못 파면 제대로 보도를 못 했다는 정도는 인정해야 하는데, 마치 결론이 난 것처럼 보도하고 있다”면서 “최소한 동료 언론인들이 제기했던 문제에 대해 스스로 자기 검증이 없는 상태에서, 정부발표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도 없이 폭침이라는 속 편하게 믿는 것은 아주 무책임한 태도”라고 말했다.
지난 2010년 10월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언론3단체 천안함 조사결과 언론보도 검증위원회'의 종합보고서 발표 기자회견에서 노종면 검증위원장이 보고서의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2010년 5월 20일 천안함 언론검증위는 정부의 천안함 침몰 조사결과 발표에 합리적 의심을 가지고 의문점을 검증한다는 취지로 출범했다. 이들은 다섯 달 가까이 과학자들과 함께 검증한 결과를 10월 12일 <더 이상 ‘버블제트’는 없다>라는 제목의 천안함 종합보고서로 발표했다.
천안함 언론검증위는 이 보고서에서 “이번 종합 보고서를 통해 ‘최소한 버블제트(수중에서 폭약이 터지면서 선체를 파괴하는 방식)는 없었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국회 천안함 특위 위원으로부터 함체와 어뢰추진체의 흡착물질을 제공받아 독자적으로 분석을 의뢰한 결과 흡착물질은 폭발과 무관함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노종면 단장은 당시 정부 발표의 오류를 지적한 검증위의 성과에 대해 “천안함 검증위가 현업에 있는 기자와 PD들을 중심으로 한시적인 프로젝트였고, 보고서가 나온 후 자연스럽게 소속된 언론사에서의 역할이 있었기 때문에 좀 더 파헤치지 못한 점은 아쉬움이 남는다”면서도 “이후 KBS <추적 60분>(강윤기 PD) 등 메이저 언론에서 우리 보고서 내용과 상당히 일치하는 탐사보도 결과물을 내놓으면서 정부 발표에 의문을 제기하는 여론이 10월 말까지 정점에 달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처럼 들끓었던 여론도 잠시, 한 달 후 북한이 쏜 포탄이 인천 연평도의 민가에 떨어진 사태는 천안함 침몰의 합리적 의심마저도 뒤덮어 버렸다.
노 단장은 “천안함 사건에 대한 매우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의문 제기가 좌초된 시점이 연평도 포격 사건”이라며 “사안이 다름에도 북한에 대한 정치적이고 인상비평에 해당하는 비난이 쏟아지면서 천안함 사건과 관련한 그동안의 합리적인 의문과 과학적 접근 노력마저 무색해졌다는 것을 언론인들도 느꼈던 것 같다”고 술회했다.
그러면서 그는 “나는 일단 천안함 검증위 활동에 매달려 있었고, 어려운 작업이었지만 어느 정도 성과를 내고 있었다”며 “애초에 우리가 진상을 규명할 수 있다고 생각하진 않았고, 문제제기가 제대로 이뤄져서 국회 차원의 조사가 진행돼야 한다고 봤는데 연평도 사건 이후 야당에서부터 (천안함) 얘기를 안 했다”고 덧붙였다.
▲ 지난 2010년 11월 17일 방송된 KBS 추적 60분 ‘천안함의 의문 논란은 끝났나’편 화면 갈무리
2010년 3월 26일 밤 46명의 장병이 천안함 침몰과 함께 희생된 지 4년이 흘렀지만, 정부는 합조단 결과보고서에서 제시한 증거와 논리들이 언론검증위를 통해 모두 반박당한 후에도 아무런 해명자료나 새로운 증거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노 단장은 “우리가 낸 보고서를 가지고 무엇이 잘못됐는지 토론이나 소통을 주고받은 것이 있어야 하는데, 이 결과물을 던진 지 4년이 지나도록 보고서가 잘못됐다고 얘기하는 사람이 없다”며 “정상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의심을 품을 것이고, 특히나 언론인들이 이걸 보고도 폭침이라고 하면서 북한 소행임을 설명하지 못한다면 기자라는 직업을 집어치워야 한다”고 비판했다.
노종면 “박근혜 정부, 천안함 북한 ‘폭침’이라면서 ‘통일’ 주장은 모순”
이어 그는 천안함 사건에 대한 의문은 아직도 유효하며 진실 규명의 가능성은 언제든 열려있다고 강조했다. 노 당장은 “시점이 언제일지는 모르겠지만 반드시 규명될 거라고 보고, 설사 결과적으로 북한이 범인이 맞다고 특정되더라도 정부의 조사결과는 다 바뀌어야 한다”며 “정부가 ‘산에서 고래를 만난 대발견’이라며 자화자찬했던 폭발물질 입증도 국제 과학계엔 내놓지도 못하고 정부에 부역했던 과학자들의 말 잔치로 끝나, 한마디로 논문 통과도 안 된 꼴”이라고 지적했다.
노 단장은 “재조사할 근거는 충분히 있지만 언론과 정치권력은 의지가 없다”면서 “언론이 여론을 만들어 내면 여론의 힘으로 조사를 압박할 수 있는데, 언론이 제 역할을 안 하는 상황이므로 정치 지형의 변화가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박근혜 정부에서 천안함 진실 규명이 가능할 것이라고 보느냐는 질문에 노 단장은 “박근혜 대통령이 통일을 얘기하는데 만약 북한이 천안함 폭침의 주범이라고 믿고 있다면 진실 규명과 함께 북한의 공식 인정과 사과를 받고 통일을 추진해야 할 것”이라며 “(정부 주장대로)멀쩡한 젊은 목숨 46명을 수장시켜 놓고 발뺌하는 세력과 통일을 얘기하는 것은 말이 안 되고, 그런 세력이라면 통일이 아니라 저강도 협력도 하면 안 된다”고 역설했다.
과연 ‘의문점투성이’인 천안함 침몰 사건에 대한 노 단장의 관심이 다음 달 1일 개국하는 국민TV뉴스 <뉴스K>로도 이어질 수 있을까. 노 단장은 “언론과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은 국민의 머릿속에 남아있는 의문을 해소해줄 책임 있는 역할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언론은 사안이 생기면 보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의문을 심층 취재해야 하고, 국민TV도 당연히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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