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이야기 한 토막이다.
세월이 꽤나 흘렀나보다
오늘 오후에 은행을 가는데 가게에서 들리는 노래 한 가락
비 내리는 호남선
신나는 댄스곡이 봄 향기를 타고 잔잔하게 귓가를 간지른다
그런데 잊혀진 추억의 스토리가 가물가물 기어나온다.
어느 봄날 안식일
야외예배를 갔었다
교회에서 한 시간 거리에 위치한 산비탈에 있는 공원이다
잔디밭이 ---- 푸른 숲이 어우러진 좋은 장소로 해마다 이용하는 편이다
안식일학교
설교예배
점심을 먹고서 옹기종기 둘러앉아서
한 편에서 시끌벅적하게 소란 아닌 시끄러움이 들린다
7 - 8 명이 둘러 앉아 노래를 부르며 즐기는 것이다
어느 분은 찬미가를 부르고
어느 분은 동요를 부르고
어느 분은 가곡을 부르고
그런데 난데없이 유행가 가락이 불쑥 튀어나온다
바로 비 내리는 호남선 바로 이 곡이다
이 노래를 부르는 사람은
지난 달에 침례를 받은 여 성도이다
교회에서 먼 거리에 계시는지라 안식일마다 모시러 가야만 하는 분
아들 둘을 데리고 나오시는데 얼마나 개구장이인지 말도 못한다
침례 공부 시간에 말이다
안식일에는 유행가를 부르면 안된다는 것을 가르치지 않은 모양이다
내 잘못이다 아이쿠 이 일을 어쩐당가유
약 1 년 가까이 교회를 출입하여 겨우 침례를 받은 것이다
남편은 교회 나가는 것을 반대는 안하지만 찬성하는 편은 아니다
비 내리는 호남선 완행 열차에 흔들리는 차 창가에
순간 모였던 교인들이 어리둥절
눈치도 없는 이분은 구성지게 부르기를 계속한다
차마 이 분이 안식일 오후에 비 내리는 호남선을 부를 줄 누가 알았겠는가 말이다
교인들의 시선이 나를 주목한다
머뭇거리다가 이 분이 마음이 상하신다면 우짜노
행여 마음이 상하여 교회를 나오지 않는다면 우짜노
나는 기도하며 어떻게 적응을 하여야 할지를 -----------
나는 순간적으로 박수를 치며 그 분의 노래에 흥겹게 박자를 맞추었다
비 내리는 호남선 완행열차에
짝 짝 짝
옆에 앉은 장로님도 박수를 치고
목사가 박수를 치니 어쪄라 ----------------------------------
집사님도 박수를 치고 모두가 다 어정쩡한 모습으로 박수를 쳤다.
드이어 땀나는 순간이 지나갔다
비 내리는 호남선 그 노래가 그친 것이다
분위기를 감잡고 어색해 하는 그 분에게 ( 노래 부른 )
잘 했어요 대단한 노래 실력인데요
차 타고 오는 중에 옆자리에 장로님이 이런 질문을 던진다
목사님 00 엄마 유행가 노래에 박수를 치시든데요 ?
예 아마 예수님께서 그 자리에 계셨더래도 박수를 치셨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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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 흘렀다
그 교회에 부흥회를 갔다
마치고 나오는데 그 분을 만났다
목사님 이 아이 아시지요
키가 큰 청년이 내 앞에 서 있다
모르겠다 누구인지를
머뭇거리는 사이
목사님 제 큰 아들입니다
지금 삼육대학교 신학과 2 학년입니다
아 예 잘 키워셨네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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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내리는 호남선 부를 때
박수를 쳐주지 않았더라면 어찌 되었을까 ?
지 금 이 청년이 신학생이 되어 있을까 ?
조금 후에 이 분이 또 나를 불러 세운다
목사님 제 남편입니다
작년에 집사 안수 받았답니다
아 예 수고많으셨네요 감사합니다. 예에 ---------------------
지금 생각하여도 그 때 박수를 잘 쳤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은행을 다녀오며 내내 비 내리는 호남선을 중얼거린다
봄 기운이 대지를 품에 안고 감싼다
백목련 자목련 개나리가 만발하다
벚꽃이 겨우 망우리를 터뜨린다
비가 오는 날
비 내리는 호남선을 다시 불러봐야지
박수의 꽃을 피웠더니 그 꽃이 열매를 맺어 부자가 하나님을 영접하게된
아름다운 과수원 이야기.
내게도 있다만...
신앙세계에도 들어오자마자 애어른들 만들지 말고
순리대로 자연스럽게 자라도록 배려하는 마음이 우리에겐 필요하지.
갑자기 찬미가 보다 더 정겹게 닥아오는 이 호남선의 가락 한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