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조회 수 2036 추천 수 1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태풍도 없었다.
해일도 없었다.
머나먼 망망대해도 아니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생때같은 수백 명 우리의 자식들은 차가운 바닷물 속으로
착하게, 아주 착하게 서서히 수장되었다.

그날이 그저 한바탕 악몽에 불과한 것이었다면
그날이 그저 끔찍한 가위눌림에 불과할 뿐이었다면

언제부터였을까
우리가 스스로 지옥호에 갇히기 시작한 것이
청소년, 청년, 장년, 노년 모두 자살 증가율 세계 1위 죽음의 왕국에서
숨 껄떡거리며 살아가는 것이

노후한 민간 여객선
노년의 비정규직 선장과 비정규직 직원들
뒷거래로 이루어진 불법 선박 개조와 선적
수학여행 길에 오른 열일곱 청춘의 삶을 몰살한
총체적 인재

국민의 생명을 구할 수 있었던 짧고도 긴 시간 동안
국가 재난 시스템은 정지 상태
그날 이후 열하루가 지난 지금까지
정부와 언론은 세월호 그 자체이다.
한 명의 목숨도 구하지 못한 그들은
위기의 순간에 흩어지고 위장하고 책임 밀어내기로 벌거벗고 있다.

죽음의 공포 속에서도
자신보다 친구를 살리고 제자를 살리고 승객을 살렸던 사람들
생애 마지막 순간
경기도 안산, 노동자와 서민의 자식들은
엄마, 아빠에게 사랑한다는 문자메시지를 남기고
동생 옷 빌려와 돌려주지 못해 미안해하면서
죽은 육신 찾기 쉽도록
학생증 손에 움켜쥐고
구명조끼의 끈을 서로 묶고 마지막 길을 함께 갔다.
천국은 여기에 있었다.

자본과 이윤 추구의 노예가 되어
내가 누구인지 내 이웃이 누구인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살아온 내 삶이 과연 행복했냐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면 찢어지게 행복할 것 같으냐고
남아 있는 자들은 고민에 빠지기 시작했다.

용산 남일당 건물 철거민의 학살에 대하여
쌍용자동차,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의 생존 투쟁과 죽음의 행렬에 대하여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하루살이 삶에 대하여
땀 흘려 일할수록 빚만 늘어나는 농민들의 한숨에 대하여
밀양과 강정마을 주민들을 향한 백주대낮 국가 폭력에 대하여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한 줄 세우기 입시 지옥을 살아가다 숨이 막혀 죽어가고
자해하는 아이들의 삶에 대하여

내가 진정으로 한 생명의 아픔 앞에서
얼마나 같이 아파했었는지 묻기 시작했다.
아니, 물어야 한다.

어른들이 만든 지옥 세상에서
아이들은 소극적으로 저항한다.
개쩔어, 개웃겨, 개재수, 개짜증, 개밥맛, 개지랄, 개 개 개 개
그러던 어느 날 이들은 아름다운 남해 앞바다에서
그 개잘난 어른들 때문에
열일곱 나이에 집단 개죽음마저 당했다.

차고 어두운 바닷물 속에 갇혀 있는 우리네 삶의 조건
사람과 생명보다 자본과 이윤이 우선인
또 다른 세월호인 이 막장 자본주의 괴물선에서
그들이 안내방송 하는 대로 얌전히 선실에 대기하다 한 생 살다갈까
국가 재난시스템을 믿고
수백 명 구조대가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 얌전히 기다려야지
미개한 국민처럼 징징대지 말라고 충고하는 대로 살아줄까

봄꽃과 신록이 눈부신 사월의 대지
이 눈부신 대자연 앞에서
나와 내 자식들이 지금 행복하게 사는 삶을
아직도 두려워만 할 것인가

구명보트 모두 펼쳐 함께 타고
구명조끼 끈 함께 묶고
저 침몰하는 천박한 자본의 괴물선에서
모두 함께 뛰어내린다면
우리 어린이와 청소년부터 저 사월의 눈부신 대지로 나갈 수 있다면

이 악몽의 끝이 그렇게만 된다면
자본이 주인인 세상을 벗겨내고
경쟁보다 협력,
사람과 생명이 우선인 세상을 함께 만들어 낸다면
그렇게만 할 수 있다면
우리 자식들의 죽음에서 ‘개’자를 때어 버릴 수 있으리라

천국의 모습이 어떤 것인지
그들이 죽음으로 말해준
지상의 천국, 옆 사람과 잡은 손이 빛이요 길이다.



세월호 침몰, 영정 앞에서 오열하는 아버지
진도 세월호 침몰 사고 8일째인 23일 오후 경기도 안산 단원구 올림픽기념관에 마련된 단원고 희생자들의 임시합동분향소에서 한 아버지가 자식의 영정 앞에서 오열하고 있다.ⓒ양지웅 기자

출처: 민중의 소리  조연희 컬럼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오케이, 오늘부터 (2014년 12월 1일) 달라지는 이 누리. 29 김원일 2014.11.30 11982
공지 게시물 올리실 때 유의사항 admin 2013.04.06 38314
공지 스팸 글과 스팸 회원 등록 차단 admin 2013.04.06 55214
공지 필명에 관한 안내 admin 2010.12.05 87121
8385 ....... 4월 26일/ 토요일 ......한반도 긴장 최고조......전쟁가능 7 윤영순 2014.04.23 1278
8384 재림교회가 지난 151년동안 해결하지 못한 딜레마와 그 해결책 5 김운혁 2014.04.23 742
8383 [Camp do right] Lesson6 The Secret Of Happiness happi 2014.04.23 762
8382 S 출판사로부터 출판 의뢰 거절 14 김운혁 2014.04.23 1099
8381 아파트 드려요. 모형비행기 2014.04.24 818
8380 [세월호 참사][종합] 이종인 대표, 25일부터 실종자 수색 철면피들 2014.04.24 628
8379 [인터뷰] 이종인 씨 "해양경찰청장이 다이빙벨 투입 요청" 철면피들 2014.04.24 774
8378 [세월호 침몰 참사] “민간 잠수부 제외 이유가 이거?”… 민간업체 ‘언딘’ 의혹 철면피들 2014.04.24 836
8377 이제 궁금증이 풀린다.. 왜 어린 학생들과 승객들을 놔두고 지들만 탈출 했는지. 기가 막히다.. 슬픈현실 2014.04.24 903
8376 한국일보 워싱톤 디씨 광고 내용 file 김운혁 2014.04.24 1203
8375 4월25일 금요일 안녕 2014.04.24 896
8374 [세월호 침몰 참사] 이상호 기자, “내 후배였으면 죽었어 기자 개XX야 ” 욕설… 왜? 철면피들 2014.04.24 1013
8373 인생의 목적 나그네 2014.04.24 626
8372 박근혜의 창조경제!!!. 세월호 부실검사"한국선급"2013년 창조경제 대상 수상했다는구나....... 1 창조경제 2014.04.24 1068
8371 '수학여행 참사' 생존자가 세월호 피해자에게 건네는 편지 1 눈물의편지 2014.04.24 1187
8370 내가 죽인 것이야! 뿌리깊은나무 2014.04.24 949
8369 비상대책위원회 비상대책위원회 2014.04.25 926
8368 리얼미티는 여론조작기관인가? 시사인 2014.04.25 886
8367 잃어버린 3 6초 시사인 2014.04.25 858
8366 아이고~ 깜짝이야! 1 깜짝 2014.04.25 897
8365 세월호 참변을 보며... 9 User ID 2014.04.25 801
8364 학생증을 손에 꼭 쥐고 발견된 학생들이 많았었다는 기사들로 미루어 !! 슬픈현실 2014.04.25 1084
8363 굳게 닺혀있는 청해진해운에 가보니. 슬픈현실 2014.04.25 932
8362 눈물로 쓴 편지 / 김세화 (1977) serendipity 2014.04.25 1018
8361 성경 연구의 중요성 5 김운혁 2014.04.25 748
8360 김어준의 KFC,해난구조 전문가 이종인의 울분. 2 KFC 2014.04.25 1096
8359 Hey Jude / The Beatles serendipity 2014.04.26 850
8358 세월호 희생자와 유가족 그리고 우리 국민 모두를 애도하는 노래 .......................... 이 노래에 대하여 우리는 어떻게 응답해야 할까요? 7 serendipity 2014.04.26 889
8357 상처받은 마음 위로하는 '천 개의 바람' / YTN serendipity 2014.04.26 750
8356 천개의 바람이 되어 <세월호 추모곡(헌정곡)> / 임형주 - 먼저 간 이들이 뒤에 남은 이들을 위해 부르는 노래 "... 잠든 당신을 깨워 줄께요..." serendipity 2014.04.26 859
8355 천 개의 바람이 되어 / 임형주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팝페라 가수) "모든 신들께 간절히 기도합니다" serendipity 2014.04.26 973
8354 천 개의 바람이 되어 (김수환 추기경, 노무현 대통령 추모곡) / 윤형주 serendipity 2014.04.26 1657
8353 South Korea ferry disaster: Service honours victims 천개의 바람이 되어 / Lim, Hyung-Joo serendipity 2014.04.26 775
8352 千の風になって 천 개의 바람이 되어 (韓国語バージョン 한국어 버전) serendipity 2014.04.26 848
8351 천개의 바람이 되어 / 임형주 "... 저 넓은 하늘 위를 자유롭게 날고 있죠 ... 가을엔 곡식들을 비추네 따사로운 빛이 될께요 겨울엔 다이아몬드처럼 반짝이는 눈이 될께요 아침엔 종달새 되어 잠든 당신을 깨어 줄께요 밤에는 어둠 속의 별되어 당신을 지켜줄께요 ..." serendipity 2014.04.26 723
8350 A Thousand Winds / Hayley Westenra serendipity 2014.04.26 821
8349 AMAZING GRACE / Hayley Westenra serendipity 2014.04.26 758
8348 LeAnn Rimes & GMCLA - The Rose ROSE 2014.04.26 554
8347 Stand By Me Stand By Me 2014.04.26 756
8346 <세월호참사> '다이빙 벨' 투입 논란 재연 zum 2014.04.26 758
8345 인류 타락의 재구성 그리고 구속의 경륜 가동 12 김운혁 2014.04.26 882
8344 우리도 그들처럼 안산 2014.04.26 887
8343 요즘 나는 지옥에 가려고 커피를 배운다 8 김균 2014.04.26 911
8342 박 대통령의 '말 한마디'가 세월호 참사 키웠다 생머리 2014.04.26 1063
8341 "시,군,구에는 합동분향소 설치 말라"=안전행정부공문....xxx 미치 ㄴ놈들이다. 합동분향소 2014.04.26 1014
8340 (한국연합회에게)..돈 뜯으러 미국오지 마라!!!..장로님의 경고. 한국연합회 2014.04.26 1125
8339 왈수님과 구/원/파와는 무슨 인연이? 왈수 2014.04.27 1032
8338 커피를 마시면 고통을 당하는 얼간이들 김균 2014.04.27 1068
8337 니 애비가 섬겼던 일본 에서도 니가 죄인 이란다.. 文藝春秋 2014.04.27 1059
8336 Believe in God[Good] =[발표 원고]-[평화의 연찬 제104회 : 2014년 3월 8일(토)] 평화의 연찬 104회, 2년(2012년 3월 3일~2014년 3월 8일) 그리고 3년을 향하여 new 사단법인 평화교류협의회 2014.04.27 779
8335 천수답 목사님, JLBABC에 합류하다!!!! 5 file 최종오 2014.04.27 1317
8334 "오직 성경만이 판단기준이다" 가 구호가 되어야 한다. 4 김운혁 2014.04.27 791
8333 가슴앓이 김균 2014.04.27 1016
8332 4월은 잔인한 달 김균 2014.04.27 853
8331 그들의 한계 여기까지다 시사인 2014.04.27 757
8330 실종 학생 아버지의 jtbc 인터뷰....너무 아프다. 2 실종자 2014.04.27 918
8329 운혁아 40 친구 2014.04.27 923
8328 구원파 사이트. 우리 나 거기 나 2014.04.28 769
8327 청와대 홈피에 올려진 글(당신이 대통령이어선 안되는 이유) 2 청와대홈피 2014.04.28 732
8326 "안녕"...추모곡 1 추모 2014.04.28 782
8325 사고 후 15분, 마지막 남긴 동영상..구조 시간 충분했다... 2 김우성 2014.04.28 788
8324 프랜시스 켈시와 이장덕. 2 thalidomide 2014.04.28 1343
8323 청와대 홈피 마비시킨 글, 뭐길래? ['진심으로 대통령의 하야를 원한다' 전문] 접속자 폭주로 난감한 청와대 … 글쓴이는 영화감독 박성미 씨 comeandSee 2014.04.28 779
8322 "대통령 자리 위태로운 줄 알아야 국민과 생명이 소중한 줄 알겠죠" ... [인터뷰] 청와대 게시판 '박근혜 대통령 비판 글' 원작자 박성미씨 comeandSee 2014.04.28 883
8321 “진심으로 대통령 하야를 원한다”… ‘이런 대통령 필요 없다’ 원작자 박성미씨 靑 게시판 다시 게재 comeandSee 2014.04.28 1313
8320 민간잠수사 “언딘에서 시신 수습하지 말아달라” 주장 comeandSee 2014.04.28 835
» 학생증 쥐고 간 아이들을 위한 조사: 조연희 김원일 2014.04.28 2036
8318 김원일, 너는 시체 앞에 놓고 이념 논쟁 하지 마라! 그 입 닥쳐라! 제발! 3 시체팔이 2014.04.28 1216
8317 청와대 자유게시판에서 시사인 2014.04.28 738
8316 젯밥에 관심 있는 분들-3-그들 중에 아무도 깨어 있은 자는 없었다 2 김균 2014.04.28 928
Board Pagination Prev 1 ... 101 102 103 104 105 106 107 108 109 110 ... 225 Next
/ 225

Copyright @ 2010 - 2016 Minchoquest.org. All rights reserved

Minchoquest.org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