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기기는 뭘 숨겨?
지지난 주 지리산 천황봉 등산을 다녀오는 길
장터목산장에서 백무동 계곡을 걸어오다가
우리 교회 장로님을 만났다고 한 적이 있다
우리 장로님은 재작년인가에
이빨이 안 좋아서 엄청난 돈을 들여서 대대적인 공사를 했다
그런데 그게 잘못 됐는지는 몰라도 앞니가 사고를 냈다
아무에게도 보이기 싫어서 마스크를 쓰고 교회를 오고
안식일 점심도 안 먹고 집으로 갔다
그날은 아무도 아는 사람 만나지 않을 거라고
마스크 벗고 산을 올라오고 있었다
그러다가 거기서 나를 만났으니 얼마나 반가웠을까?
한참을 이야기하면서 장로님은 본인이 마스크를 벗을 줄도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그가 그토록 숨기고 있던 빠진 이빨자국을 봤다
내려오면서 혼자서 얼마나 웃은지 모른다
그토록 숨겼던 이빨 빠진 자리를 그리 쉽게 들켜 버렸으니 얼마나 웃음 나는 일인가?
뭘 숨긴다고?
그날 나는 선악간에 숨긴 것을 심판하신다는 말씀을 기억해냈다
나도 숨긴 것 많다
나라고 숨긴 것 없냐?
밤에 잠이 안 오면 얼굴이 벌개 지는 것 많이 느끼는데
그래서 순간적으로 하나님 죄송해요 하면서 잠을 청한다
그런 것 자주 생각하면 살맛 안 난다
이런 인생 살아서 뭐하냐 하는 생각만 난다
예수께서는 그런 내게도 은혜의 옷을 입히셨다
백무동 계곡을 올라 갈 적에는
작은 새가 내 앞에서 날개짓을 하면서 헬리콥터처럼 정지해 있었다
그래서 쉴 겸 앉았는데 한참을 그리하고 있었다
카메라를 내서 찍으려니까 날아가 버렸다
비둘기 날개가 있다면 훨훨 날아서 가리라 하던 찬미가가 생각났다
계곡 물소리와 산새소리가 어울려 장관이었다
내게는 그런 것들이 천국처럼 느껴진다
자동차소리 인생살이 구김 많은 소리 없는 곳
맑은 공기와 푸른 하늘이 있는 곳
그게 천국이지 별 건가 하는 생각도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