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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5.05 05:36

평범한 아내의 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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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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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의 명목을 빕니다 우리 지역에도 내걸리는 현수막
ⓒ 이희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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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일. 아내는 아침부터 부산했다. 여기저기서 아내에게로 카톡이 왔으며, 아내는 심각한 얼굴로 누군가와 통화를 했다. 

"그래서, 이대로 가만히 있는 건 아닌 것 같아. 무언가 해보려구."

그렇다. 아내는 이번 세월호 참사를 맞아 그냥 이렇게 앉아 있을 수만은 없다며 주위의 엄마들과 무엇을 할까 고민하고 있었다. 한동안 뉴스만 보면 울고 있더니 이젠 행동할 시기가 됐다고 판단한 모양이었다. 

그래도 걱정되는 마음에 내가 묻는다.

"너무 이르지 않을까? 물론 중앙이 아니라 지역에서 촛불을 들거나 추모를 하는 건 중요하지만, 이게 특정 정치성향을 띠고 있다고 오해 받을 수도 있는 일이고. 조금 더 기다리는 건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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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도의 물결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 우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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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본에 적어주세요 추모, 염원, 분노....
ⓒ 이희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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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아내는 단호했다. 그렇다고 이렇게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는 것이었다. 세 아이를 품고 사는 엄마로서, 이번 사건에 얼마나 분노하고 있는지 세상에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했다. 오히려 6.4 지방선거 등으로 기존 정치세력이 쉽게 세월호 이야기를 하지 못하는 지금, 자신과 같은 보통 엄마들이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아내가 그쯤 이야기 하는 이상 그녀를 말릴 명분은 없었다. 구구절절 아내의 말이 옳았기 때문이었다.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 현재 우리가 느끼는 이 분노와 울분을 가장 자유롭게 표출할 수 있는 집단은 고등학생들과 일반 엄마들 아닐까? 

아내는 계속해서 동네 아줌마들과 이야기를 나누었고, 출근 후 일하고 있는 내게 한 통의 문자를 보냈다. 그날(5월 2일) 오후 7시 고덕동 이마트 앞 광장에서 동네 엄마들과 함께 유모차를 끌고 나올 테니 퇴근 후 오라는 것. 아내는 좀 더 많은 사람들을 모으기 위해 지역 엄마들에게 가장 영향력이 센 온라인 까페에도 글을 올리겠다고 했고, 지역 시민단체와도 연계를 해서 현수막 및 노란 리본까지 달겠노라고 했다.

아내는 그 어느 때 보다 적극적이었고 확신에 차 있었다. 세월호 참사와 어처구니없는 정부의 대응이 평범한 나의 아내를 기어이 거리로 내몰고 있었다.

광장의 엄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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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들의 분노 자식새끼들을 키우는 부모의 심정
ⓒ 이희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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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후 도착한 이마트 앞 광장. 생각보다 적은 수의 엄마들이 그곳에 있었지만, 아내는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까페의 글만 보고도 적지 않은 엄마들이 참여했음을 강조했고, 이번 모임이 어떤 엄마들에게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음을 이야기했다. 

어떤 엄마는 이번 모임을 계기로 처음으로 광장에서 자기 목소리를 내게 되었으며, 또 어떤 엄마는 세월호 참사를 과거 오대양 사건과 같은 사이비 구원파의 일로 대충 알고 있다가 제대로 인식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또한 오늘은 오후에 갑작스레 비가 와서 참여를 못 했지만 다음에는 꼭 참여하겠다는 이들도 부지기수라고 했다.

아내의 말대로 그것은 밑으로부터의 움직임이었다. 아내의 작지만 용기 있는 결단이 어쨌든 지역의 엄마들을 광장으로 불러 모은 것이다. 어떤 특정 단체에 속하지 않고, 그냥 자식을 둔 부모의 입장으로서 이번 사태를 이야기하고자 하는 보통 엄마들의 목소리. 정부가 이를 무시한다면 아마도 큰 화를 입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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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란리본을 달고 있는 시민 모두가 하나 같은 바람
ⓒ 이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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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까꿍이도 함께 촛불을 들고 함께 추모하는 아이
ⓒ 이희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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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 가시기를 살아남은 자의 몫을 다 할께
ⓒ 우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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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들의 침묵시위를 뒤로 세월호 참사 추모의 현수막을 설치하고 있는데 웬 정장의 남성이 슬금슬금 다가왔다. 그리고는 은밀히 내뱉는 한 마디. 경찰 정보과에서 나왔다는.

어처구니 없었다. 그래서 뭐 어쩌라고? 오늘 소식을 들어보니 구청에서도 그 앞에 이와 같은 현수막을 걸고 추모의 분위기를 이어간다던데, 일반 시민들이 나서서 이런 추모식을 하면 감시의 대상이 되는 것인가? 그만큼 정부가 불안해하는 것인가?

그러나 더욱 기가 막힌 사실은 경찰이 이번 행사를 어떻게 알았느냐는 점이었다. 공지는 그날 아침 아내가 온라인 까페에 올린 글과 몇몇 사람들이 페이스북에 올린 것이 다였는데 과연 그들은 이와 같은 정보를 어떻게 알고 찾아온 것일까? 현재 정부는 이 세월호 참사의 추모 분위기가 어디로 튈지 몰라 전 방위로 감시를 하고 있는 건 아닌지.

어쨌든 정보과 형사와 상관없이 행사는 그대로 이어졌다. 아니, 무슨 문제가 될 일이 없었다. 그는 계속해서 누군가에게 무전기로 현재 상황을 보고하는 듯 했지만, 모두 그러려니 할 뿐이었다. 구조는 못 하더라도 감시와 통제는 현 정부가 가장 잘 하는 분야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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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고생의 리본 친구들아, 잘 가
ⓒ 이희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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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수막을 걸고 노란리본을 달기 시작하자 지나다니던 행인들이 스스로 다가와 노란 리본을 달기 시작했다. 말은 하지 않아도 모두 한 마음이었으며, 하나의 바람이었다. 기적이 일어나길, 또한 이 분노가 세상을 바꾸는 힘이 되기를.  

노란 리본을 다는 시민들 중 역시나 가장 눈에 밟히는 이는 중고생들이었다. 학원을 가는 길인지 교복을 입은 중고생들도 노란리본을 달았는데, 기성세대로서 그 모습을 바라보려니 마냥 죄스러울 따름이었다. 어쨌든 지금의 이 지옥 같은 사회는 우리가 만들어낸 것 아닌가. 따라서 지금부터 살아남은 자들이 해야 할 일은 그들이 나와 같은 나이가 되었을 때 이 사회가 좀 더 나은 세상이 되어 있도록 만드는 일일 것이다.

현재 강동구 고덕동 이마트 앞에는 많은 노란리본들이 걸려 있다. 부디 많은 분들이 지나다니면서 함께해 주시기를 바란다. 

덧붙이는 글 | P.S. : 아내는 연휴가 끝난 뒤 동네 엄마들과 함께 다시 거리로 나올 계획이라고 합니다. 그녀의 간절함이 어떻게든 조금 더 많은 이들에게 전달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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