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조회 수 759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크리틱] 문학의 자리 / 오길영 오길영 충남대 교수·영문학


지금은 조금 시들하지만, 얼마 전까지 ‘문학과 정치’의 관계를 둘러싸고 한국문학 공간에서 이런저런 말들이 나왔다. 그 논의의 뿌리는 모든 것이 정치로 환원되고, 또 그래야만 어떤 해결책이 잡히는 ‘정치과잉’의 독특한 한국사회에 있다. 문학도 말과 글을 통한 ‘정치’를 할 수 있고 해야 한다는 자기반성 혹은 자기합리화의 표현. 오만한 권력과 뻔뻔한 자본의 힘 앞에 문학은 너무나 힘이 약하다는 걸 절감한다. 그리고 말과 글의 한계를 절감하는 끔찍한 사태 앞에서도 문학은 종종 할 말과 쓸 글을 상실한다. 침묵이 말이나 글보다 사태의 진실을 전하는 때가 있다. 지금이 그런 순간이다. 그럼에도 말과 글을 중단할 수 없기에 뭔가를 뱉어내고 적는다. 이렇게.


“아우슈비츠 이후 시를 쓰는 것은 야만이다.”(아도르노) 이 말이 지금만큼 절절한 울림을 갖게 된 적도 흔치 않다. 과장이 아니다. 눈앞에서 생중계로 죽어간 생명들은 그냥 죽음이 아니다. 국가와 자본, ‘가만히 있어라’고 윽박질러온 기성세대가 함께 만들어낸 ‘살인기계’의 학살이다. 우리가 지금 집단적 트라우마와 죄책감을 느끼고 있다면, 그리고 어쩌면 이 비극도 지난 숱한 비극들이 그랬듯이 시간이 지나면 다시 잊힐 거라는 우울한 판단을 마음 깊은 곳에서 하고 있다면, 하지만 그럼에도 지금 당장은 깊은 슬픔을 나누고 있다면, 왜 그럴까. 아마도 착종된 고통스러운 마음 깊은 곳에서 우리 모두가 그 학살의 공범자라는 죄책감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이 죽음들, 이 학살 뒤에도 시를, 글을 쓴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어쩌면 이런 질문조차 시간의 흐름 속에서 묻히고, 각자의 생업으로 돌아가 바삐 먹고사느라고, 혹은 우리가 목도한 참혹한 죽음의 기억이 고통스러워 그냥 망각하려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살고, 글을 쓰게 될지도 모른다. 그렇게 한국사회라는 ‘살인기계’는 그 구성원들이 비극 앞에, 죽음 앞에 둔감해지도록, 그렇게라도 살아남도록 훈육해왔다. 잊지 않으면 고통스럽기에 우리는 되풀이해서 잊어왔다. 그런 망각 속에서 새로운 비극이 잉태되었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라고 나는 우울하게 예견한다).


반복되는 죽음과 학살은 한국사회에서 낯선 일이 아니다. 강고한 가족주의, 연고주의, 지역주의는 피와 연줄이 아닌 사회적 계약으로서의 공동체나 국가가 ‘나’와 ‘우리’의 삶을 지켜주지 못할 거라는 뼈저린 역사적 경험의 산물이다. 한반도의 시민들은 국가의 보살핌을 받아본 적이 없다. 왕조시대만이 아니라 해방 이후의 ‘공화국’ 체제 또한 시민사회의 역량으로 만들어지지 않았다. 한반도의 (분단)국가에게 시민은 감시·처벌·학살의 대상이었다.(신기철, <국민은 적이 아니다>)


아이들은 기도한다. “집이 불타지 않게 해주세요/ 폭격기가 뭔지 모르게 해주세요/ 밤에는 잘 수 있게 해주세요/ 삶이 형벌이 아니게 해주세요/ 엄마들이 울지 않게 해주세요/ 아무도 누군가를 죽이지 않게 해주세요/ 누구나 뭔가를 완성시키게 해주세요/ 그럼 누군가를 믿을 수 있겠죠/ 젊은 사람들이 뭔가를 이루게 해주세요/ 늙은 사람들도 그렇게 하게 해주세요.”(브레히트, <아이들의 기도>) “엄마들이 울지 않게 해주세요”라는 간절한 기도를 외면하는 국가는 존재할 가치가 없다. 경쟁으로 아이들을 자살로 몰아가고, 권력과 돈을 앞세워 아이들을 죽이는 사회는 실패했다. 그들의 죽음을 외면하고 망각하는 공동체는 허물어진다. 그리고 그래야 마땅하다. 그때, 문학의 자리는 어디인가.


오길영 충남대 교수·영문학


출처: 한겨레신문 논단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오케이, 오늘부터 (2014년 12월 1일) 달라지는 이 누리. 29 김원일 2014.11.30 11992
공지 게시물 올리실 때 유의사항 admin 2013.04.06 38333
공지 스팸 글과 스팸 회원 등록 차단 admin 2013.04.06 55223
공지 필명에 관한 안내 admin 2010.12.05 87131
8105 [평화의 연찬 제114회 : 2014년 5월 17일(토)] ‘유엔평화유지군과 강대국의 해외구호 선점’(김영미 활동가) (사)평화교류협의회 2014.05.15 676
8104 네티즌수사대 자로님이 파헤친 홍익대 김호ㅇ 전 교수의실체 5 놀라운반전 2014.05.15 1002
8103 이 시간, 눈물 나오게 하는 약을 판다면 당장 달려가서 살 제 1호 인물은? 1 가짜눈물 2014.05.16 996
8102 네이버 연관검색어, 정몽준은 뜨고 박원순은 안 뜨는 이유? 2014.05.16 1028
8101 노화를 촉진시키는 8가지 무서운 습관 Fresh 2014.05.16 843
8100 "배가 뒤집혔는데 왜 대통령 욕을 해도 되나?" - 어머니 말씀 5 file 김주영 2014.05.16 1425
8099 세월호 천안함 조선일보의 두 얼굴과 6.4 선거? 조선 [사설] 한 달 앞 지방선거 왜곡보도의달인 2014.05.16 716
8098 조선사설비판, 방송3사 뉴스보도비평 다시시작하며 왜곡보도의달인 2014.05.16 578
8097 충격적인 폭로 또 하나 나왔읍니다 1 file 갈릴리 2014.05.16 941
8096 저도 충격적인 뉴스 올릴까요? 국민의 방송 KBS! 대통령을 닮은 방송! 유산 2014.05.16 920
8095 당신이 노무현이다 15 fallbaram 2014.05.16 934
8094 박진하 님, "백성은 적에 대한 공포가 있을 때 나라에 복종하는 법이야." 이게 누구말인줄 아십니까? 님이 존경하는 분입니다. X-mas 2014.05.16 846
8093 천주교 신부가 재림교 목사에게 주는 권면. 1 신부님권면 2014.05.16 1008
» 세월호 이후에도 우리는 시를 쓸 수 있는가? 김원일 2014.05.16 759
8091 객관성? 푸 하하하하하하하.....코메디야 코메디. 4 코메디 2014.05.16 900
8090 시대차이.. 3 김 성 진 2014.05.16 873
8089 세월호 희생아의 어머니들은 누구의 자손인가? 2 김원일 2014.05.16 853
8088 나는 눈에 불을 켜고 나를 지켜볼 것이다. 이렇게 역사는 되풀이되어왔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을까봐 두렵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나는 나를 용서할 수 없을 것이다. 1 김원일 2014.05.16 786
8087 법률지원에서 시민백서까지… 세월호 진실 찾는 야인(野人)들 뭉쳤다 야인 2014.05.16 847
8086 징징쟁이 대통령.. 3 김 성 진 2014.05.16 918
8085 신학생들이 선수 첬네.. 1 신학생 2014.05.16 918
8084 이렇게 무식해도 카스다에서는 반론 하나 하는 사람없었다 2 반론권 2014.05.16 1153
8083 [2013, 웃긴 동영상] 일본의 웃긴 투수의 황당한 투^^ 웃음을그대에게 2014.05.17 1076
8082 반어법으로 읽어보는 내 이웃=3 4 김균 2014.05.17 712
8081 에발산이 더 좋은 사람들 김균 2014.05.17 1011
8080 내가 보기에는 형편없는 멍충이다 김균 2014.05.17 1043
8079 “한국의 민주주의는 언론의 수준만큼 발전할 것”…영화 ‘슬기로운 해법’ 리뷰 = 盧가 임명한 KBS 사장 정연주 “盧, 한번도 전화한 적 없다” son 2014.05.17 731
8078 ‘초원복집 사건’ 녹취록 전문…구원파 기자회견 김기춘 실장 언급에 재조명 돌고돌아그자리 2014.05.17 706
8077 우리가 남이가 ............ 내일 박근혜[바뀐애]가 '대국민담화'를 발표합니다 돌고돌아그자리 2014.05.17 1022
8076 <조선일보 바로세우기>, 무엇부터 할 것인가? Gloria 2014.05.17 749
8075 "청와대가 해경 비난하지 말 것을 여러번 요청했다" Gloria 2014.05.17 648
8074 도올 김용옥 교수 천안함 발언 "나는 (천안함이 북한 소행이라고 하는 국방부 발표를) 0.0001%도 설득이 안 돼[못 믿겠어]" 구역질 2014.05.17 780
8073 Amazing!!! . . . 어떻게 설명할수 있을까? 1 painting 2014.05.17 940
8072 NocutView - 도올 김용옥 "박근혜, 쇼하지 말라!" 근원 2014.05.18 1352
8071 대통령 담화 하루전 경찰, 서울 도심에서 시민 무더기 연행 ..............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과 정부 책임 추궁하는 시민들 “연행자 석방하라”며 저항 슬픈도시 2014.05.18 953
8070 "고심끝에 해경 해체" 키로 NYT 2014.05.18 1133
8069 '참여정부' 때 실시했던 해상재난훈련 'MB정부'부터 6년간 한 번도 안 했다 6년 간 한 번도 안 했다. 단 한 번도...................... 어리석은정부 2014.05.18 634
8068 눈물 만드느라 애썼다. 33일만에 '내 탓', 朴대통령 '울먹' 거짓눈물 2014.05.18 726
8067 박진하 님에게 추천하고 싶은 영화. 박근혜 대통령에게도 메인글 2014.05.18 719
8066 “방송 장악 없다”더니…박 대통령, 말이 없다 ...... 또 거짓말! 2 메인글 2014.05.18 735
8065 우리 이런 얘기 제발 그만 좀 합시다 !!! 18 김주영 2014.05.18 1056
8064 연단을 돌아 나가 카메라에서 사라질 때까지 볼을 타고 흐르는 눈물을 굳이 닦지 않았다. 1 NYT 2014.05.18 794
8063 재림교회에 이런 목사가 10명만 있어도,,,,,민중(백성)의 고통(백근철목사) 7 찾아간예배 2014.05.19 1955
8062 문재인, "박 대통령 담화 아주 아쉽고 실망스러워" 1 슬픔 2014.05.19 821
8061 "박근혜 뒤늦은 눈물, 연출이 심했다" [대국민담화 분석] "지방선거 전 국면 정리 의도 강해" ----- 기존 대책 망라, 실종자 수색 와중에 해경 해체? ----- "눈물, 감정의 과잉" 2 슬픔 2014.05.19 924
8060 박근혜가 UAE로 떴다. 그 사이에 유병언있는 곳을 경찰 시켜 처들어가려나? KBS 문제로부터 멀리? 덮으려고? 재림 2014.05.19 1064
8059 아직도 박근혜를 추앙하자는 자들에게 (제목추가) 망자의 시신까지 탈취해 간 경찰들. 10 file 눈오는날에 2014.05.19 926
8058 이게 사실입니까? 맘에 안드는 사람 출입금지 시키는 것 말임. 5 투비 2014.05.19 920
8057 ^^^ 어디쯤 가고 있을까 ^^^ 희 진 2014.05.19 914
8056 이곳 접장인지 뭔지 하는 김원일이 "우리 측" 박00 님에게 5 김원일 2014.05.19 1163
8055 눈물, 그리고 유가족 미행 사찰... 제정신인가 NYT 2014.05.19 644
8054 재림 성도 여러분 10 김운혁 2014.05.20 864
8053 [C스토리18회] 최형만(방송인) - 웃음코드, 그 창의적 웃음 폭탄 Humor 2014.05.20 999
8052 내 안의 신을 묵상함 - 메리앤 윌리엄슨의 '당신은 신의 아이' 신의아이 2014.05.20 1006
8051 박근혜 말이 정답이다. 호소 2014.05.20 705
8050 행복한 고문님 김균 2014.05.20 828
8049 시원하게 감상해보세요 음악가 2014.05.20 1237
8048 사람들아 부릅뜨라 1 아기자기 2014.05.20 1374
8047 세월호 방 3 은빛아침 2014.05.21 846
8046 ^^^ 얼 굴 은 쏘시지 같 고 . . . ^^^ 현아 2014.05.21 887
8045 그들이 온다!!! ~ 진중권노회찬유시민의 정치다방 광고1 팟캐스트 2014.05.21 1031
8044 조갑제 :선동에 굴복한 海警해체-광우병 亂動때의 李明博보다 더 심각한 朴대통령의 리더십 위기" 1 보수 2014.05.21 729
8043 가여운 애들 죽음을 그만 이용하라! 이런 글도 읽어봐라. 17 LA boy 2014.05.21 870
8042 울어야 하나, 피리를 불어야 하나? 4 tears 2014.05.21 1304
8041 한 놈만 팬다 1 김균 2014.05.21 880
8040 미주 중앙 한국 모든 일간지 라디오코리아는 박근혜 찬양방송사 1 신상식 2014.05.21 775
8039 보아야 이해되는 3행 그림 4 때가 오면 2014.05.21 863
8038 세월호 유족 대국민 호소문 노란 리본 2014.05.21 730
8037 북한은 오바마 대통령을 두고 '검은 원숭이'라고 비하했다 정세 변화 2014.05.21 861
8036 혹시 1 김균 2014.05.21 1210
Board Pagination Prev 1 ... 105 106 107 108 109 110 111 112 113 114 ... 225 Next
/ 225

Copyright @ 2010 - 2016 Minchoquest.org. All rights reserved

Minchoquest.org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