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어법으로 읽어보는 내 이웃=3

by 김균 posted May 17, 2014 Likes 0 Replies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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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어법으로 읽어보는 내 이웃=3

 

내 이웃?

우리에게 이웃이 있었나?

그래 있었다

 

예수에개는 창기와 세리가 있었고

가난한 자들이 있었고

물고기 2마리와 보리떡 5개 가져온 소년도 있었다

물론 12제자와 다른 제자들도 있었고

흔히 말하는 사랑하는 베다니의 소년과 그 누이들도 있었다

 

그럼 부자는 없었나?

물론 있었지

다들 잘 아는 니고데모도 아리마대 요셉도

돈을 주체 못할 율법사도 있었다

 

내 이웃이 누굽니까 물었던 청년

그가 그 날 그 자리에 처음이었을까?

그 날 그 자리에서 감동적인 설교를 듣고 즉흥적으로 그랬을까?

물론 아니라 본다

 

몇 날 며칠을 따라 다니면서 예수께서 뭐라시나

흠잡을 데는 없나? 하고 살피다가 딱 걸렸다 하고 말했을 수도 있다

그대들이나 나나 그 당시 살아 보지 않았으니 모르는 것인데

누구는 뭐라고 확정지우기도 한다

 

내 이웃 내 친구 내 가족 그는 내가 누군지도 모르지만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

나는 누군지도 모르지만 나를 좋아하는 사람들

이 땅에는 많은 사람들이 서로가 좋아하는 것을 사랑하고

서로가 사랑하는 것을 좋아하면서 살아간다

 

우리 교회에 다문화 가정이 있는데 그 여집사님이

다른 것은 다 잘 먹는데 콜라 먹는 거 보면 자그라진다

그 나쁜 것을 왜 마시냐고 야단이다

그래서 우리는 필리피노 재림교인들은 콜라를 안 마시는 줄 알았는데

다른 필리피노는 또 잘 마시더라는 것이다

 

고기를 먹는 사람과 대화하기를 꺼리는 우리 교인들이 있는 반면에

콜라를 마시면 질겁하는 교인도 있고

커피를 마시면 뒤지는 줄 아는 교인들도 있다

내가 뒤진다는 단어만 사용해도 저급한 놈하고 욕할 사람도 있다는 거다

 

내 이웃이 누굴까?

옛날 아버지 살아 계실 때 이웃집에서 제사만 지내면 제삿밥을 어찌 좋아하시는지

밤 12시 제사 끝나고 이웃집에서 꼭 집으로 배달을 해 줬다

그런데 나는 제사음식은 비위가 상해서 못 먹는다

제사상에 올라갔던 그리고 장례식장에서 주는 비빔나물은 젓가락질도 안 한다

이렇게 나를 낳으신 아버지와도 나는 식성이 달랐다

아마 에덴동산에 살았다면 나는 선악과는 손도 안 됐을 것 같지만

실상은 뱀이 먹자고 나를 꾀기 전에 내가 먼저 호기심으로 따 먹을 것 같다

 

회사 다닐 때 같이 숙직을 하는 친구가 바둑을 두다가

“나 요사이 힘이 없고 밥맛도 없다 뭘 먹으면 될까?” 하길래

“구포 장날 가서 붕어를 사서 고와 먹어라”했더니

“그 더러운 것을 어찌 먹냐?” 했다

난 어려서부터 맛있게 먹던 음식을 더럽다고 표현하는 사람도 있다는 거다

 

내 이웃이 뭐를 먹는가?

내 이웃이 어떻게 사는가?

거기 관심 있는가?

관심 있다면 친구 즉 이웃이 맞을 것이고

요즘 아파트 생활처럼 누가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면

내 이웃이 아니다

그런데 지나치게 남의 생활 간섭하는 자는 북한보안부 했으면 딱이다

내 이웃에게 세를 주고 서울로 가서 석 달을 지났는데 전화가 왔다

이사 갔어요?

아니 안 갔어요

그런데 돌아와서 한 번 얼굴 보고 못 봤다

XX항공에 다닌다는데 아마 출장 간 것 같다(이건 내 생각이다)

이웃사촌이란 말이 있는데

내게 이웃사촌이 있긴 있나 모르겠다

몇 달 교회를 비웠더니 빨리 오라고 교인들 아우성이다

사실 그런 전화 받으면 내 이웃에게 내가 잘해 줬는가를 돌아본다

 

이번 세월호 침몰 사고를 보면서

우리 이웃들의 관심이 참 고마웠다

지금 여론조사를 하면 세월호 인터넷 뉴스를 꾸준하게 검색하는 주류가

10대와 40대 주부라고 한다

저들은 아직도 그들을 잊을 수가 없고 내 자식도 그리 될 수 있다는

집단적 스트레스와 트라우마에 걸린 것 같다

정신의학자들은 이번 사고의 정신적인 피해가 10년 이상 간다고들 한다

10년 전 대구 지하철 사고에 살아남은 한 청년은 지금까지 정신병력을 앓고 있는데

몽유병과 우울증으로 아무 일도 못한다고 한다

 

이웃에 대한 관심

우리 교인들 사이에 지금 이런 유대를 하고 있다고 보는가?

난 20%쯤 믿는다. 그건 그런 종류의 사람들끼리는 유유상종하기 때문이다

나 하나 먹고 살기 힘든 세상이니 남의 일에 콩 나와라 팥 나와라 할 여유가 없거나

저런 놈은 뒤져야 옳아 하는 내 상상의 세계에 갇혀 있기 때문 아닐까?

 

내 이웃이 안식일마다 만나는 우리 교인들 맞는가?

그들 중에 나와 다른 생각 나와 다른 음식문화 나와 다른 지식을 가졌다고

그 놈은 뒤져야 할 인간으로 치부하며 살지 않았는가?

우리는 조직문화에 젖어 살았다

그 조직 문화는 사회에서는 상하문화요 쿠데타 이후에는 군대문화로 바꿨다

그게 늙은이들의 정서가 됐고 젊은이들의 개인문화로 발전했다

요즘은 인터넷이 있으니까 인터넷으로 끼리끼리 문화가 생성된다

그래서 내 이웃은 더 처량하게 세분화 되는 것이다

 

안식일 점심 먹고 나면 집으로 도망가기 바쁘다

그런데 무슨 문화가 싹틀까?

나도 간혹 그러는데 누굴 보고 내 이웃이라고 친구하자 할까?

내가 미워하는 자를 위해서 기도할 수 있을까?

친구를 위해서 목숨을 버리자니 자식을 위해서도 버리기 싫은데

친구를 위해서라니 끔찍하게 느껴지지 않는가?

할 수 있다고? 진실이라고?

아니 난 한 번도 미워한 적 없다고?

나는 요즘 똥인지 된장인지 구분이 안 된다

요즘 친구들 종종 전화오는데

몇 달 만에 전화 한 번 하는 사이에 친구는 무슨 얼어 죽을 친군가?

나도 전화비 아까워서 잘 안하는 주제에 전화 기다리는 내가 한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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