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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05.28 12:00수정 : 2014.05.28 12:14

세월호 침몰사고 희생자 유가족들이 28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새누리당과 새정치 연합 사이 2+2(수석원내부대표+특위간사) 협상이 지지부진하자 잠시 눈을 부치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세월호 국조’ 김기춘 증인 채택 놓고 여야 줄다리기
합의 기다리던 유족 130여명 국회에서 ‘눈물의 밤샘’
연락 끊긴 새누리 이완구 원내대표 책임회피 논란

“우리 가족들은 진도체육관, 팽목항에서 청와대까지, 그리고 국회까지 왔습니다. 그러나 아무 것도 변한 것이 없습니다. 우리는 이제 어디로 가야 합니까.”

28일 오전 9시. 국회에서 꼬박 밤을 샌 ‘세월호 유가족’들의 눈에는 붉게 핏발이 서 있었다. 유가족들이 “끝내기 전까지는 못나간다”며 세월호 침몰 사고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계획서를 합의하라고 압박했지만, 여야의 협의는 평행선을 달렸다.

그렇게 밤을 샌 세월호 유가족들은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유가족들의 대변인인 유경근씨는 전날 여야에 촉구했던 ‘4가지 요구사항’을 읽어내려갔다. “즉각 국정조사특위를 가동하여 철저한 진상조사에 나서라. 여야가 주장하는 모든 조사대상, 증인, 자료공개, 이를 강제할 수 있는 방법을 채택하고 성역 없는 투명한 국정조사에 임하라. 국회 국정조사 요구서, 계획서 채택형식과 무관하게 위 특위 가동과 조사대상, 증인, 자료공개 등 채택에 사전 합의하여 본회의, 국정조사특별위원회를 같은 날에 개최하라. 국정조사특별위원회는 업무개시와 동시에 진도로 내려가 실종자 가족의 목소리를 최우선으로 청취하라.”

이날 새벽까지 여야는 협상장을 드나들며 계획서에 증인을 넣는 문제를 놓고 논의를 계속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 등 증인 이름을 계획서에 명시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새누리당은 거부했다. “법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새누리당은 “조사의 목적, 조사할 사안의 범위와 조사방법, 조사에 필요한 기간 및 소요경비 등을 기재한 국조계획서를 본회의에 제출하여 승인을 얻어 조사를 시행한다”는 내용의 국정감사및조사에관한법률 3조4항을 근거로 내세웠다. 그동안 증인 이름을 적시해 조사 계획서를 작성한 전례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야당은 “만약 증인 등 주요 사항을 사전에 계획서에 명시하지 않는다면 민간인 불법 사찰 국정조사, 정원 댓글 불법 개입 사건에 대한 국정조사 때처럼 제대로 에서 보듯이 제대로 국정조사가 되지 않는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세월호 침몰사고 희생자 유가족들이 27일 오후 세월호 국정조사 합의가 지연되고 있는 국회를 방문해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새누리당 주호영 정책위의장(왼쪽부터), 이완구 비상대책위원장, 김한길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 심상정 정의당 원내대표 등의 인사를 받고 있다. 이 자리에는 새누리당 이완구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정책위의장, 새정치민주연합 김한길 안철수 공동대표와 박영선 원내대표, 정의당 심상정 원내대표, 통합진보당 이상규 의원 등 각 당 대표들이 참석해 유가족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여야의 줄다리기는 유족들에겐 눈물어린 기다림의 시간이었다. 27일 낮 유가족 130여명은 국조 계획서가 본회의에서 채택되는 장면을 보러 국회를 방문했다가 여야 합의가 안 돼 본회의가 열릴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또다시 기다려야 했다. 유족들은 4가지 요구 사항을 제시하며 여야의 합의를 촉구했지만 진전이 없었다. “국회가 일을 어떻게 처리하고 있는지 보러 왔는데, 정작 본회의는 열리지도 않고 우릴 이렇게 마냥 기다리게 한다. 애들도 이렇게 마냥 기다렸을 거다.” 한 희생자의 어머니는 이렇게 외쳤다. “조금만 (기다려)? 조금만? 그러다 우리 애들 다 죽었어.” 아이를 잃은 한 아버지가 울먹였다. 일부 유족들은 협상장 밖에서 휴대전화에 남겨진 ‘더이상은 볼 수 없는 아이들’의 얼굴을 보면서 이야기를 나눴다.

27일 밤 9시부터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와 연락이 닿지 않아 책임을 회피하며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28일 오전 1시께 박영선 새정치연합 원내대표가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새벽에 충남 서천에 내려가야 해서 못 온다고 한다”는 말을 전하자 유족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이날 새벽 청와대 앞에서 밤을 새웠던 것처럼 국회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경기도 안산에서 유가족 16명이 국회를 찾아오기도 했다. 한 유가족은 “열받아서 왔다. 속이 터져서 왔다”고 했다.

28일 오전에도 여야는 계속 협상을 계속했다. 팽목항 바닷가에 앉아 하염없이 세월호가 가라앉은 바다를 바라보던 것처럼, 유족들의 기다림은 계속됐다.

하어영 최현준 김경욱 기자 ha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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