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2014.06.19 12:36

facebook에서 -곽건용

조회 수 1111 추천 수 0 댓글 1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지금부터 20년도 더 전의 일이다. 내가 미국으로 간다니까 고등학교도 대학도 같이 다녔던 친구들이 송별회란 것 해줬다. 그때가 1993년이었으니 이미 대학을 졸업한지 10년도 더 지나 친구들 모두가 사회적으로 자리도 잡았고 결혼도 해서 자녀들도 한둘 씩 있을 때였다. 

내가 졸업한 고등학교에서 같은 대학교 같은 계열(그때는 계열로 신입생을 뽑던 때였다)에 진학한 친구가 모두 여덟 명이었는데 그 중에 법대에 진학한 친구는 두 명이었다. 왜 하필 법대냐고? 지금은 법대가 없어지고 미국처럼 법학대학원 체제가 됐으니 자기가 졸업한 학과가 없어지는 '비운'을 겪는 게 불쌍해서......는 아니고 오늘 하려는 얘기가 판사에 대한 얘기기 때문이다. 

내가 고등학교를 다녔을 때는 대부분의 고등학교들이 1학년 때부터 '우열반'을 나눴는데 우리 학교도 예외가 아니었다. 공부 좀 하는 넘들과 덜 하는 넘들을 구분했던 거다. 지금 생각해보면 황당하지만 그땐 그게 당연한 줄 알았다. 그리고 2학년이 되면 문과와 이과를 다시 나눴다. 그러니까 문과 우수반과 열등반(이라고 부르진 않았던 거 같지만), 이과 우수반과 열등반이 있었던 거다. 사정이 이러니 1학년 때 같은 반이었다가 2학년 때 문과를 택했고 3학년 올라갈 때 열등반으로 가지 않는 한(그런 경우는 없었던 걸로 기억한다) 3년 내내 같은 반일 수 있었던 셈이다. 친구관계가 폭넓지 않은 대신 깊을 수는 있었던 거다. 같은 대학 같은 계열에 진학한 여덟 명 중에는 3년 내내 같은 반이었던 친구들도 있었다. 법대 간 두 친구가 다 그랬다고 기억한다. 

그날 송별회에는 법대 간 두 친구 중 한 친구만 나왔다. 그 친구는 당시 법관이었고 나는 그때 소위 '운동권' 교회로 알려진 교회의 부목사였는데 내가 일하던 교회 담임목사께서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1년 반의 실형을 살고 나오신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다.

나는 아무리 친구지만 대놓고 말하기는 그리 편치 않은 얘기를 친구라는 이유로, 그리고 곡주가 상당히 들어갔다는 핑계로 현직 판사인 친구에게 따지듯 물었다. "야, 너희 법관들 왜 그러냐? 어떻게 그럴 수가 있냐?"라고 말이다. 내 얘기는 시국사건이나 국가보안법 사건에 대해서 거의 예외 없이 기계적으로 실형을 선고하는 법관들에 대한 항의성 질문이었다. 

그러자 '순둥이'인 그 친구는 매우 곤혹스런 표정을 지으며 "미안하다. 근데 그게 판사의 재량이란 게 거의 없거든. 무슨 행동을 했으면 실형 1년, 거기다 또 무슨 짓을 했으면 1년 반 등등 다 정해져 있어. 판사를 그대로 판결을 내리는 거야."라고 말했다. 그 친구가 한 말을 정확하게 옮긴 건 아니지만 뜻은 대체로 이랬다.

나도 그런 줄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현직 판사 입에서 국가보안법 위반 사범 형량 정량제 얘기를 들으니 충격이 적지 않았다. 그 자리가 내 송별회 자리여서 무거운 얘기는 그 정도에서 그쳤지만 나는 대한민국 법원이 적어도 국가보안법 사범을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에 대해선 법관에게서 진실을 들었던 거다. 

오늘 법원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을 법외노조로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는 소식을 듣고 이 얘기가 생각났다. 아, 대한민국 법원은 20여 년이 지났지만 그때와 달라진 게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매우 씁쓸했다. 

이 판결을 내린 법관은 법률과 양심에 따라서 공정한 판결을 내렸다고 스스로 생각할까? 아니면 자기가 누군가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어쩔 수 없는 현실을 아파하면서 판결했을까? 그런 판결을 내리는 게 한 민주주의 국가의 법관으로서 이상하다는 생각을 눈곱만큼도 갖지 않고 당당하게 판결했을까?

나는 내 친구가 법관 생활을 하면서 이런 사건을 맡았다면 어떻게 판결했을까를 상상해봤다. 나는 그 친구의 정치의식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전혀 없지만 그가 얼마나 '순둥이'였는지는 분명히 기억한다. 그 친구는 소위 공부 잘 하는 녀석치고는 너무도 순둥이여서 놀려 먹기 미안할 정도였는데 만일 그가 정권의 필요에 따라 '만들어진' 또는 '조작된' 국가보안법 사건을 맡았다면 어떤 판결을 내렸을지 궁금하다. 그리고 그 친구를 생각하면서 전교조 법외노조 판결을 내린 법관은 과연 어떤 사람인지도 궁금하기 짝이 없다. 

오늘 아침에 뉴스를 들으면서 든 생각을 두서없이 적어봤다. 이 글을 읽는 분들 중에는 내 친구 판사가 누군지 궁금할지 모르겠다. 또 이 글에 반감이 드는 분들 중에는 그 친구 신상을 털어보고 싶은 분도 있을 거다. 애쓰지 마시라고 말하고 싶다. 그 친구는 이미 오래 전에 교통사고로 유명을 달리 했으니까. 다른 친구에게 들은 바로는 트럭에 치었는데 트럭 운전사는 그들이 살아 있는 걸 보고 되돌아가서 한 번 더.... 나는 이 소식도 사건이 벌어지고 나서 몇 년 후에 들었다. 

내가 아는 한 헌법학 교수가 언젠가 이렇게 말했다. "우리 나라에서 가장 개혁이 시급한 곳은 법원입니다." 나는 그나마 법원이 제일 나은 줄 알고 있었으므로 그때는 이 말 뜻을 실감하지 못했지만 지금은 어렴풋이나마 알 거 같다. 이런 일이 소수의 양심 없는 법관들만 저지르는 일탈적인 행위가 아니라는 사실이 분명해지면서 그 분 말에 점점 동의하게 되는 나를 보는 일이 참으로 서럽다. 

이 보잘것없는 글을 지금은 이 세상에 없는, 법관이었던 '순둥이' 내 친구 영진이에게 바치고 싶은데 그 친구가 좋아할지 모르겠다.
  • ?
    한심 2014.06.19 17:04
    대한민국은 알면 알수록 왜 이리도 허접 스럽나요 ?
    18.. . 욕 저절로 나오네 !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오케이, 오늘부터 (2014년 12월 1일) 달라지는 이 누리. 29 김원일 2014.11.30 42441
공지 게시물 올리실 때 유의사항 admin 2013.04.06 72100
공지 스팸 글과 스팸 회원 등록 차단 admin 2013.04.06 87478
공지 필명에 관한 안내 admin 2010.12.05 120057
7825 뭔소리냐 하면... 월드컵 2014.06.13 739
7824 이젠 하나님하고 안 놀기 김원일 2014.06.13 1173
7823 저 높은 곳을 향하여: 개뿔 김원일 2014.06.13 1037
7822 망언은 어떻게 생산되는가 5 김원일 2014.06.13 1201
7821 Black Swan - Last Dance Scene ("I was perfect...") serendipity 2014.06.14 1040
7820 원통한 문창극 !! 3 good 2014.06.14 1111
7819 김제동 "엄마 나 빨갱이 맞습니다" 하하 2014.06.14 1189
7818 안식일 - 우리 이래도 되는 겁니까? 7 김주영 2014.06.15 997
7817 이 사람들 노벨평화상 줘야 디아 곰디오 2014.06.15 1109
7816 대리운전 상담원 누나의 패기 곰디오 2014.06.15 1305
7815 우연히 이 공간을 보고서.. 11 과객 2014.06.15 1063
7814 "나 기잔데, 소주 2/3병 밖에"…정성근, 음주운전 논란 기가막혀 2014.06.15 1680
7813 문창극, '반쪽 대통령'이 자초한 인사 참극 [주간 프레시안 뷰] 오만한 여당, 무기력한 야당 기가막혀 2014.06.15 1087
7812 저 목사는 도대체 어떤 신을 믿고 있는가 ? 어쩌다가 2014.06.15 883
7811 노대래 공정위원장 “손석희는 빨갱이” 발언 논란......... 기자단과 술자리서 언급… 기자들 ‘정보보고’만 하고 보도는 안해 하하 2014.06.15 1014
7810 돈의 전쟁, 상위 1% VS. 하위 40%간의 전쟁! 배달원 2014.06.15 845
7809 판도라의 상자를 열고 싶은가? 배달원 2014.06.15 833
7808 K형, 오래 앓는 병은 약이 된다는 말 다 헛말입니다 5 아기자기 2014.06.15 1089
7807 가난한 집 아이들의 사회적 유전자 김원일 2014.06.15 1044
7806 "문창극 총리 강행한다면 박정희 친일문제 논할 수밖에" 친일 2014.06.15 1147
7805 나는 지금 3 김균 2014.06.15 1061
7804 덕하 예수 1 김원일 2014.06.16 1094
7803 과객 님의 코미디 같은 발언 17 김원일 2014.06.16 1181
7802 아침을 열며 읽은 글. 거대한변화 2014.06.16 930
7801 왠.. 소갈딱지 하고는''' 2 할마시 2014.06.16 1152
7800 안식교단은 이제 둘로 나눠져야 할 때가 왔다. 5 단기필마 2014.06.16 1124
7799 박근혜/김기춘/문창극, 걔들 인간 맞아? 12 김원일 2014.06.16 1242
7798 조국 “강경보수 논객 문창극, 만족함 알고 그만 두길” ------------- 보수 꼴통들은 보시오~~~ 무조건 옹호할거요? 강가딘 2014.06.16 867
7797 리뷰 앤 헤랄드사 문을 닫는다 김주영 2014.06.17 1131
7796 개밥 3 김균 2014.06.17 1247
7795 추억 명곡 베스트 / 가만히 가사에 귀 기울여 보세요 serendipity 2014.06.18 1257
7794 원통한 문참극 !! 2 good 2014.06.18 1151
7793 동영상 : 지난 1700년의 역사의 폐허 속에 묻혀 있었던 안식일 1 운혁 2014.06.18 1161
7792 바닥에 있던 것들 한결같이 2014.06.18 1115
7791 친일은 용서할 수 있지만 공산당은 용서할 수 없는 이승만의 후예들과 빨갱이 예수 김원일 2014.06.18 967
7790 우간다현지SDA 선교사의 자녀(13세아동)의 생명을 살리는 서명에 참여해주세요 선한사마리아 2014.06.19 1154
7789 개에게 심하게 물린 경우(하문하답: 고소문제) 최종오 2014.06.19 1511
7788 내시경 1 방청객 2014.06.19 1207
» facebook에서 -곽건용 1 김균 2014.06.19 1111
7786 셋째천사의 핵심 기별인 큰 안식일에 대해 : 동영상 김운혁 2014.06.19 1127
7785 내 뜻? 하나님의 뜻? 김균 2014.06.19 1129
7784 권은희 수사과장님 1 정의 2014.06.19 979
7783 재판부가 입장을 바꾼 것 말고는 설명할 길이 없다: 투쟁하고 또 투쟁하기 1 김원일 2014.06.20 940
7782 안식일교인에게 미국은 무엇인가? - 벤 칼슨의 경우 1 file 김주영 2014.06.20 1443
7781 [평화의 연찬 제119회 : 2014년 6월 21일(토)] “한완상 교수의 참회하는 마음으로 쓴 수난절 편지” 평화교류협의회 2014.06.20 1043
7780 우루과이? 이탈리아? 둘 중 하나는 짐 싼다 월드컵 2014.06.20 936
7779 절름발이 오리 1 시사인 2014.06.20 1017
7778 그속에서 놀 던 때가 그립습니다 2 그분품에 2014.06.20 1133
7777 총리 후보자며 장관, 비서관 후보자로 내세운 사람들을 한 번 보라. 제 나라 사람을 못난 국민으로 몰고 일제를 칭송하고 독재를 편들고, 군 복무 기간에 석·박사 학위를 따고, 제자 논문과 연구비를 훔치고 자기 논문 복제를 일삼아 교수 자리를 얻고... 누구 하나 법 지키며 살아온 사람은 눈을 까뒤집고 봐도 없다. 2 시사인 2014.06.21 877
7776 웃자고 퍼온 글입니다.^^ ^~^ 2014.06.21 1025
7775 정성근 장관 내정자 "조국·공지영, 북한 갈 자유 있다" "종북주의 준동, 국민 선택 박근혜 아닌 문재인이었다면? 모골 송연" 쪼다 2014.06.21 1057
7774 전교조가 친일을 했나, 연구비를 가로챘나? 배달원 2014.06.21 950
7773 고성 총기 난사사고 - [전입 온 관심 사병]이라니 배달원 2014.06.21 1113
7772 구원파 유병언 살해괴담이 나도는 까닭은? 아생화 2014.06.21 1045
7771 문창극 쇼의 뒷면--문창극 빗자루 귀신에 홀리지 말기 2 김원일 2014.06.22 1075
7770 문창극 총리 후보자에 대하여. 18 User ID 2014.06.22 1196
7769 보수인과 보수단체 (1)친일사관부끄럽습니다 2 민들레 2014.06.22 823
7768 유저님의 사고방식에 딴지를 걸면서 2 김균 2014.06.22 1138
7767 문창극은 역시 '강적', 자진사퇴 거부하고 출근 2 시사인 2014.06.22 1045
7766 라깡의 어깨 위에 앉은 지젝의 눈으로 본 하나님의 뜻 아기자기 2014.06.22 1140
7765 조선일보 애독자들은 필이 읽으셔야 할 기사. 특히 장기 구독자들은 필히 읽으셔야 할 기사. 특특히 목사 또는 기관 사역자로서 장기간 구독한 분들은 반드시 읽어야 할 기사 조선일보 2014.06.22 1022
7764 원통한 문참극 ! 3 Good 2014.06.23 1074
7763 목사님들 이번 안식일에 또 홍야홍야하지 말고 이런 설교 좀 하세요. 김원일 2014.06.23 1097
7762 문창극 사퇴, 의미도 없고 감흥도 없다!!... 배달원 2014.06.23 821
7761 천안함이 북한 잠수함에 맞았다고 아직도우기는 사람들 많다 시사인 2014.06.23 995
7760 빌어 먹을....각하의 유체이탈화법은 변함없다 1 시사인 2014.06.23 955
7759 박원순 “정몽준 네거티브, 가족이 용서하자 했다” 용서 2014.06.23 964
7758 정성근 '정치 편향 SNS 글' 삭제 논란 확산 민들레 2014.06.23 1010
7757 문창극 "남북 분단은 하나님의 뜻" 방통심의위 '문창극 발언 보도' KBS뉴스 심의 신의뜻 2014.06.23 1157
7756 안식교가 바벨론이 되었다는데 무슨 말인가요? 6 홍길동 2014.06.24 894
Board Pagination Prev 1 ... 109 110 111 112 113 114 115 116 117 118 ... 225 Next
/ 225

Copyright @ 2010 - 2016 Minchoquest.org. All rights reserved

Minchoquest.org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