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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근칼럼] 바보야, 문제는 너야
이대근 논설위원
새누리당으로 대표되는 한국의 보수세력은 ‘승리연합’을 이루고 있다. 부, 권력, 군사, 미디어의 복합체인 이 연합세력은 항상 이기는 쪽에 있다. 설사 정권을 잃는다 해도 진정 패배한 것은 아니다. 거부권은 여전히 그들에게 있기 때문이다. 소유권 역시 도전받지 않는다. 10년 집권 시대를 향해 행진하고 있는 지금도 아무런 장애물이 없다. 박근혜 정부가 이렇게 거의 모든 것을 가졌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최근의 혼란상과 무기력증은 이해하기 어렵다. 

인사 문제는 인사할 때마다 터진다. 국정원·군의 대선개입 문제는 캘수록 엉키고 꼬이고 커진다. 역사교과서에 공연한 시비를 걸고 툭하면 사법부를 흔든다. 복지 축소로 정부 안팎이 소란해도 대책이 없다. 내각은 생각할 줄 모르는 로봇처럼 움직인다. 취임 8개월 만에 드러난 이런 문제들은 집권 기간 내내 반복될 것이다. 초기에 문제를 고치지 못한 과거 정부들이 그랬다. 박근혜 정부는 예외라고 반증할 만한 것이 없다. 그보다 더할 것이라는 징후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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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또 있다. 일체화다. 각기 기능과 역할이 다른 청와대, 당, 군, 내각, 국정원, 검찰이 제대로 분화되지 못한 채 한몸으로 뭉쳐 있다. 그런 일체화는 어느 한 부분에서 생기는 작은 문제라도 전체가 감당해야 할 사태로 커진다. 물론 집중력, 추진력의 측면에서 일체화가 장점이긴 하다. 그러나 그건 목표와 방향이 올바로 설정되고 방법이 합당할 때의 일이다. 박근혜 정부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일체화한 집권세력도 하나의 유기체라고 볼 수 있으므로 외부와의 자극과 반응을 통해 평형을 유지해야 한다. 그런데 이 사회에는 승리연합이 차지하고 남는 공간이 별로 없다. 야당과 시민사회를 위한 공간이 너무 작은 것이다. 승리연합은 외부와 상호작용을 통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평형을 찾아가는 수밖에 없다. 그 첫째 조건이 내부 분화다. 분화된 각 기관들이 상호 견제와 역할 분담을 잘하면 동적 평형 상태에 이를 수 있다. 하지만 미분화된 통일체는 그게 불가능하다. 미세한 균열조차 흡수하지 못하고 분열로 확산되거나 내부폭발을 일으킬 수 있다. 

국정원의 대선개입 사건을 둘러싼 검찰 지휘부와 수사팀의 대립이 바로 내부 균열의 예다. 복지 후퇴 문제도 마찬가지다. 복지의 주요 수혜층은 새누리당의 지지기반인 노인·저소득자들이다. 이들은 성장의 과실에 대한 기대와 보수적 신념으로 새누리당을 지지한다. 그러나 복지 축소가 계속된다면 계급적 이익과 신념 사이에서 갈등할 것이다. 지난 대선·총선 때 계급 투표의 징후가 있었다는 분석에 비춰보면 가능한 시나리오다. 이들 가운데 일부라도 등을 돌리면 견고한 지지에 파열구가 생길 수 있다. 그런데 요즘 새누리당의 관심과 시선은 온통 야당에 쏠려 있다. 지난 한 주 원내대변인이 발표한 논평은 3일간 5건 모두 야당 비판이었다. 그 전주 5일간 14건의 논평 가운데 11건이 야당에 대한 촉구였다. 8일의 경우 논평 6건 가운데 5건이 야당 겨냥이었다. 초선 비례의원 25명의 모임인 ‘약지 25’는 며칠간 야당을 공격하는 릴레이 성명 시리즈를 7번까지 냈다. 마치 야당 문제가 국정 최고 현안 같다. 야당 문제가 만사 제쳐두고 총력을 쏟아야 할 제1 과제인지 소매라도 붙잡고 물어보고 싶어진다. 

뭘 해야 할지 모르지만 뭐라도 해야 할 입장이라면 좌파·야당 때리기는 할 만하다. 대결정치가 내는 요란한 소음이 열심히 하는 것처럼 보이기는 하니 말이다. 하지만 야당의 기를 꺾은들 상황은 달라지지 않는다. 좌파·야당은 승리연합을 흔들기에 너무 약하다. 승리연합을 위협하는 건 밖이 아니라 안에 있다. 그래도 자기 처지를 잊은 새누리당, 위·아래 할 것 없이 야당 걱정이다. 아니 초선이 더 한다. 이명박 정부 때는 초선들이 “새 정부의 올바른 국정 수행을 위한 건강한 문제 제기”를 위해 ‘민본21’을 결성했다. 그랬어도 대통령을 견제하기 벅찼다. 그런데 ‘박근혜의 초선’들은 정반대다. 집권 초기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판단할 수는 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문제는 힘의 부족이 아니라 과잉에 있다. ‘문제 제기’가 이른 것 아니냐고? 민본21은 정부 출범 첫 해 9월4일 출범했다.

새누리당은 박 대통령 1인 앞에서는 긴장하지만 그 외 모든 이들 앞에서는 500년 묵은 왕조처럼 김이 빠져 있다. 고정관념에 익숙한 논리, 이미 학습된 이데올로기, 의심의 여지가 없는 신념을 반복·증폭하는 것만으로도 승리해온 세력의 한 특질이다. 이걸 스스로 고친다는 건 불가능하다. 이명박 정부도 자기 교정에 실패했다. 그래도 재집권할 수 있었던 건 의미 있는 규모의 이견 집단이 내부에 존재했기 때문이다. 지금 새누리당엔 그게 없다. 

지금이라도 야당 때리는 손을 보고, 자신의 몸을 찬찬히 돌아보라. 그리고 생각하라. 저 거리에 제동장치 고장난 대형트럭이 신호등을 무시하고 질주하고 있다. 옆자리에 앉은 사람만이 그걸 제어할 수 있다. 새누리당이 할 일이다. 졸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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